(한용운유묵) 回甲詩(회갑시)
굿맨 ・ 2023. 4. 2. 6:00
忽忽六十一年光 云是人間小劫桑
歲月縱令白髮短 風霜無奈丹心長
聽貧已覺換凡骨 任病誰知得妙方
流水餘生君莫問 蟬聲萬樹趂斜陽
韓龍雲
생각 없이 마냥 지난 인간나이 예순 한 해
세상 사람들 불가(佛家)의 소겁(小劫)과 같다하네.
세월에 짧은 머리 비록 이리 희어져도,
세상 고초(苦楚)마저 오랜 내 속마음 어쩌지 못하리.
가난도 이미 깨우쳐 받아들여 평범한 사람도 바뀔 듯,
병(病)마저 세월에 맡기니
그 누가 신묘(神妙)한 약(藥) 찾은들 무엇하리.
유수(流水) 같은 남은 생애(生涯) 그대는 묻지 마오,
뭇 나무의 매미소리 지는 해를 쫓는구나.
만해선생송수첩(萬海先生頌壽帖)
忽忽六十一年光(홀홀륙십일년광)
* 忽 소홀히할:홀 六 여섯:륙 十 열:십 一 한:일 年 해:년 光 빛:광
※ 忽忽 : 조심성(操心性)이 없고 행동(行動)이 매우 가벼움, 별로 대수롭지 아니함, 문득 갑작스러움
생각 없이 마냥 지난 인간나이 예순 한 해
云是人間小劫桑(운시인간소겁상)
* 云 이를:운 是 옳을:시 人 사람:인 間 사이:간 小 작을:소 劫 위협할:겁 桑 뽕나무:상
※ 云是 : 중국어 사전에 보면 ‘如此(여차)’의 뜻으로 ‘이와 같음’, ‘이렇게’의 의미이다.
※ 小劫 : 불교에서 ‘사람의 목숨이 8만 살부터 100년마다 한 살씩 줄어서 열 살이 되기까지의 동안 또는 열 살에서 100년마다 한 살씩 늘어서 8만 살에 이르는 동안’을 말한다.
※ 桑 : ‘뽕나무밭’을 ‘인간세상’으로 은유함
세상 사람들 불가(佛家)의 소겁(小劫)과 같다하네.
歲月縱令白髮短(세월종령백발단)
* 歲 해:세 月 달:월 縱 쫓을:종 令 옷깃:령 白 흰:백 髮 터럭:발 短 짧을:단
※ 縱令 : 중국어 사전에 보면 ‘설령[설사, 비록] ~하더라도[일지라도]’
세월에 짧은 머리 비록 이리 희어져도,
風霜無奈丹心長(풍상무내단심장)
* 風 바람:풍 霜 서리:상 無 없을:무 奈 어찌:내 丹 붉을:단 心 마음:심 長 길:장
※ 風霜 : 바람과 서리, 많이 겪은 세상(世上)의 어려움과 고생(苦生)
※ 無奈 : 중국어 사전에 보면 ‘도리가 없다’
※ 丹心 : 속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스러운 마음
세상 고초(苦楚)마저 오랜 내 속마음 어쩌지 못하리.
聽貧已覺換凡骨(청빈이각환범골)
* 聽 들을:청, 받아들이다 貧 가난할:빈 已 이미:이 覺 깨우칠:각 換 바꿀:환, 고치다 凡 무릇:범 骨 뼈:골
※ 凡骨 : 특별(特別)한 재주나 능력(能力)이 없는 평범(平凡)한 사람, 생김새가 평범(平凡)하게 생긴 사람, 도를 닦지 못하고 범인(凡人)대로 있는 사람
가난도 이미 깨우쳐 받아들여 평범한 사람도 바뀔 듯,
任病誰知得妙方(임병수지득묘방)
* 任 맡길:임 病 병:병 誰 누구:수 知 알:지 得 얻을:득 妙 묘할:묘 方 모:방
※ 妙方 : 기묘(奇妙)한 방법(方法). 효험(效驗) 있는 묘한 약방문(藥方文)
병(病)마저 (세월에) 맡기니 그 누가 신묘(神妙)한 약(藥) 찾은들 무엇하리.
流水餘生君莫問(유수여생군막문)
* 流 흐를:류 水 물:수 餘 남을:여 生 날:생 君 임금:군 莫 없을:막 問 물을:문
유수(流水) 같은 남은 생애(生涯) 그대는 묻지 마오,
蟬聲萬樹趂斜陽(선성만수진사양)
* 蟬 매미:선 聲 소리:성 萬 일만:만 樹 나무:수 趂 쫓을:진 斜 비낄:사 陽 볕:양
※ 萬樹 : 많은 나무, 뭇 나무
뭇 나무의 매미소리 지는 해를 쫓는구나.
韓龍雲(한용운)
* 韓 성:한 龍 용:룡 雲 구름:운
(회갑을 맞아) 한용운 읊다.
※ 한용운의 본인 회갑날(1939.8.29) 동대문 밖 청량사에서 회갑연을 베풀고 회갑을 기리는 만해선생송수첩(萬海先生頌壽帖)에 유묵을 함께 남겼다. 특히 이 날 민족대표 권동진과 오세창 선생도 회갑축하 유묵을 남겨 만해 한용운과 서로를 격려하였던 애국지사로서 이들은 각별한 사이였음을 알 수 있다.
※ 한용운(韓龍雲, 1879.8.29~1944.6.29):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다. 호는 만해(卍海), 본관은 청주, 홍성 사람이다. 어려서 한학을 배우고 18세에 동학운동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하자 96년 설악산 오세암(五歲庵)에 들어갔다가, 1905년 일본을 방문하여 약 반 년 간 신문물을 시찰하고 돌아온 후, 한일합병이 되자 국치를 참지 못해 중국으로 망명, 만주·시베리아 등지를 방랑하다가 13년에 귀국, 불교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18년 월간지 <유심(唯心)>을 발간하고,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6년 기념비적인 시집 <님의 침묵>을 발표하고, 이듬해 신간회(新幹會)에 가입, 중앙집행위원과 경성지부장을 겸했다. 35년 첫 장편소설 <흑풍(黑風)>을 <조선일보>에 연재하고, 37년 불교관계 항일단체인 만당사건(卍黨事件)의 배후자로 검거되었다. 작품에는 장편소설 <박명(薄命)> <후회>가 있으며, 저서로는 <불교유신론(佛敎維新請)> <불교대전(佛敎大典)> <십현담주해(十玄談註解)> <불교와 고려 제왕(諸王)> 등이 있다. 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