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서울아시테지겨울축제(2012.1.7-1.15)
1. 시간상자.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한국. 일본, 필리핀, 네팔, 스리랑카 젊은 배우 다섯 명이 한 달 동안 합숙 작업을 한 작품이다. 앞 부분에서 하얀 모래 바닥에 각 나라 지도를 그리고, 각 나라별 놀이를 보여주는 부분은 말이 필요 없어도 관객이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상자를 갖고 전개하는 이야기는 말을 모르고는 어른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린아이들은 더 어려웠을 것 같다. 끝 장면에서 바다 속 물고기 세상을 보여주는 무용은 말없이도 그 흐름을 알 수 있었고, 안무도 좋았다. 시간상자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관객이 보는 나라-우리 나라에서 할 때는 우리 나라 배우가 먼저- 배우가 먼저 말을 하고, 그 다음 다른 나라 배우들이 자기 나라 말로 되풀이 했다면 관객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관객에 대한 이런 단순한 배려를 고려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일까?
-올챙이 3마리-
2. 세계로 떠나는 악기 여행. 월드뮤직 앙상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세계 60여 개국 100여 가지 악기를 직접 보여주면서 연주를 한다. 여러 나라 노래를 연주하였는데, 우리 나라 노래로는 아리랑을 연주하였다. 여러 나라 노래와 악기 연주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아쉬움 점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노래도 어린이를 고려해서 선택하면 좋았을 것 같다. 중국 노래 ‘첨밀밀’을 비롯해 여러 노래가 초등학교 이하 어린이들이 다수인 관객을 고려할 때 썩 마음에 다가서는 노래가 아니다. 우리 나라 노래도 ‘아리랑’보다는 아이들이 함께 부르기 쉬운 동요가 좋겠다. 몇 가지 타악기는 아이들이 나와서 직접 연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전 준비가 없고, 진행자가 능숙하지 못해서 우왕좌왕해서 아쉬웠다.
-올챙이 3마리-
* 진행자 소양 문제-“와- 보다는 우아하게 ‘브라보’하세요.” “브라보. ‘오우-브라보’ ” “브라보라고 외친 친구 올라오세요” “박수를 치세요→손뼉을 치세요 나 박수를 보내세요‘라고 말해야 함. ’새 친구가 이사왔어요‘ 진행자는 이를 정확하게 구별해서 상황에 맞게 말하였음.
*‘가영이의 꿈’에 맞춰 악기 연주와 무언극을 하는 건 좋았는데, ‘가영이 꿈’ 이야기 내용이나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이야기를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 함.
3. 우당탕 전주곡. 바티다 극단(덴마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코믹한 악기 연주다.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이나 기쁨을 몇 가지 사건으로 표현했는데, 이야기 흐름을 배우들 연기와 연주곡만으로도 어린이나 어른이나 모두 충분히 이해하거나 느낄 수 있다. 나이가 많은 배우들이지만 열정이 놀라울 정도다. 탭댄스, 허슬, 플라멩고, 마술 모두 좋다.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올챙이 4마리-
4. 새 친구가 이사왔어요. 모파 극단(이스라엘).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같은 제목인 이스라엘 그림책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극이다. 암탉-우아한 발레, 뻐꾸기-경쾌한 폴카, 고양이-예쁘고 요염한 느낌을 주는 현대적인 안무, 다람쥐-장난꾸러기 느낌이 드는 안무, 비둘기-걷는 모습을 표현한 안무와 발레 혼합한 춤이 등장하는 동물 특성이나 그 동물이 연극 안에서 부여한 성격을 잘 표현하였다. 집으로 보러 온 개미, 토끼, 돼지, 꾀꼬리 안무 역시 그 생태 특성과 연극에서 부여한 성격에 맞게 표현하는 안무였다. 개미는 암탉을 뚱보라고 비난하고, 토끼는 뻐꾸기 도덕성을 비난하고, 돼지는 검정고양이 색깔을 혐오하고, 꾀꾀리는 다람쥐가 도토리를 까먹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비난하면서 이사를 오지 않는다. 꾀꼬리는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둘기는 집이나 부엌이나 방이 마음에 안 들지만 함께 사는 이웃이 좋아서 이사를 오겠다고 한다. 무엇이 참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지혜인지 생각하게 한다.
-올챙이 4마리-
5.할렐루야. 바티다 극단(덴마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어린이보다는 청소년이나 어른 대상이다. 실제로 청소년 이상이 많았다. 메시지는 강한데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다. 젖꼭지가 꽃으로 피어나나, 그 꽃에서 물줄기가 뻗어 나간다거나, 긴 병을 다리 사이에 끼워서 남성 성기를 연상하게 하는 따위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초등학교 이하 어린이들에게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올챙이 1마리-
6. 아나켈리. 프라카쉬 밧 극단(인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인도의 라자스탄 지역에서 수 백년 이어져온 전통 줄 인형극이다. 연기자가 먼저 터번 감는 시범을 보여주면서 인도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사랑의 여신 크리슈나, 말타는 마하랏자, 인형극으로 보여주는 서커스 묘기, 코브라의 사랑고백(관객을 한 명 나오게 해서 대역 체험)들이 우수하다. 이야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제는 약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인도 문화와함께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인형극이다. 적극 권장할 만하다.
-올챙이 4마리-
7. 늑대가 그랬어요. 예가 컴퍼니, 극단 성 시어터라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빨간 모자, 아기돼지 3형제, 양치기 소년, 소풍가는 돼지 숫자 세기 같은 이야기를 대충 섞어서 나레이션으로 이끌어 간다. 이야기 구성이나 내재하는 논리성이 약하다. 대충 짜깁기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극 중간에 아이들이 퍼즐 맞추기 같은 체험 활동에 참여하는데, 아이들에게 왕사탕을 선물한다. 우는 모습도 너무 상투적인 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늑대가 잠자는 자리를 관객들이 보고 열심히 가르쳐 주는데, 연극 등장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척 할뿐더러 어린 관객들 아우성에 반응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피구공을 비닐 장갑에서 작은 공으로, 작은 공을 큰 공으로 바꿔서 관객과 같이 노는 점은 좋았다.
-올챙이 1마리. 권하고 싶지 않음-
* 늑대가 나타나자 아기돼지들이 집단으로 극대를 뽕망치로 때려서 눕히는 장면, 양치기 소년 고함을 듣고 몰려온 어른들한테 아이들이 잠자는 늑대가 있는 곳을 가리키는데도 전혀 반응을 보이 않은 점(처음에는 여러 아이들이 참여하다가 자기들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자 점차 시들해져서 나중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음. 아이들 흥미와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것임) 나중에는 아이들이 늑대 편이 됨. 사냥꾼과 늑대의 화해. 늑대는 원래 착한 역할이니까 사냥꾼이 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
*‘그 자식 예쁜 옷 입고’ ‘명랑토끼 만만세’ ‘춤추는 강아지’ 같은 작품으로 서울어린이연극상, 극본상, 음악상, 연기상, 최고 인기상을 받은 극단임.
8. 구공탄 눈사람. 동화가 꽃피는 나무. 대학고예술극장 대극장
어린 시절 큰 충격으로 벙어리가 된 별이가 고물상에서 할머니와 같이 외롭게 산다. 구공탄, 부러진 나뭇가지, 찌그러진 양동이가 친구가 되어 준다. 철거 용역들이 와서 별이를 위협하고, 나중에는 불까지 지른다. 눈사람이 된 세 친구가 불 속에서 별이를 구해주고 녹아서 하늘나라로 간다. 동요 ‘눈’을 부른다. 할머니와 젊은 도둑이 싸울 때 똥침 주기나 돌로 치기로 대항한다. 나뭇가지는 이소룡 흉내를 낸다. 연기력은 좋으나 이야기 짜임이 엉성하다. 억지로 감동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스노우 맨, 오즈의 마법사를 적당히 흉내 내서 짜깁기한 느낌이 든다.
-올챙이 2마리-
*재19회 서울 어린이 연극상, 최고 인기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탄 극단이 만든 작품이다. 창작 뮤지컬 ‘깃털피리’ 국악뮤지컬 ‘어름삐리’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 우수공연선정작 건강뮤지컬 ‘똥장군 구리구리’ 감석음악극 ‘구공탄 눈사람’을 만들었다. 이런 경력을 볼 때 너무 쉽게 그때그때 필요한 작품을 시류에 편승해서 만드는 극단이 아닌가 싶다.
9.버드나무 타고 올라간 용궁. 꿈동이 인형극단. 설치극장 정미소
한국화를 그림자 극 형식으로 직접 그리면 그 그림에 맞는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펼친다. 한지에 붓으로 그리는 그림을 그림자 형식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법이 우수하다. 국악을 배경음악으로 넣었는데, 장면에 따라 알맞게 잘 선정하였고, 중간중간에서 아이들 흥을 돋우어 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이야기 줄거리가 너무 산만하고 주제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할머니와 죽은 딸이 용궁으로 안내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어 굳이 필요한 배역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버지 말을 듣지 않고 산에 묻으려고 했던 큰 아들이 아버지 말을 듣지 않았다는 죄로 소가 되었는데, 그럴 정도로 큰 죄가 될까? 더구나 용궁에 가서 아버지한테 형이 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들은 동생이 소가 된 형을 찾아가는데, 형이 동생 도움으로 사람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동생 비탈이가 소가 된 형 등에 타고 춤을 춘다. 곧 형은 다시 사람이 되지 못했다. 나오다 일곱 살이라는 여자 아이한테 물어보니 재미없었다고 한다. 연기 기법이나 창의성은 우수하나 옛이야기 성격이나 구조에서 너무 벗어나 있어 아쉬웠다. 마이크를 쓰지 않고 생목으로 한 것은 좋았다. -올챙이 2마리-
*‘산소에 모실 거야’는 비문이다. ‘산에다 모실 거야’ ‘산에다 묻을 거야’ ‘무덤을 산에다 만들거야.’ ‘산에더 산소를 모실 거야’ 따위로 말해야 한다.
*그 동안 해님달님, 시골 쥐와 서울 쥐, 아기돼지 3형제, 인형 여행, 배꼽아 배꼽아, 꼬마 자동차 붕붕, 효성스런 호랑이, 두껍아 두껍아 같은 작품을 만든 극단이다.
10. 빨간모자. 극단 야. 설치극장 정미소
뉴욕에서 평생 길거리 공연을 해온 늙은 배우 할아버지와 딸, 그 딸이 할머니가 되어서 아버지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만든 연극이다. 아버지와 함께 공연했던 연극이 ‘빨간모자’다. 연극 사이사이에 손가락 인형극을 넣었다. 배우들 연기력이 뛰어나며 어린 관객과 호흡을 잘 맞추었다. 연극 사아사이에 간단한 마술이나 놀이를 넣었고, 세 번 되풀이를 통해서 관객 참여를 끌어냈다. 끝부분에서 ‘일곱마리 양과 늑대’를 차용해서 가위로 극대 배를 가르고 할머니를 꺼낸 다음에 큰 돌멩이를 넣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너무 교훈성을 의식한 것 같다.
-올챙이 3마리-
11. 우물쭈물 거울. 창작공동체 얼굴과 얼굴. 한팩 북스테이지
‘백설공주’ 이야기를 패러디한 ‘흑설공주’ 이야기다. 동화 흑설공주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지? 흑설공주를 본지 너무 오래라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체 줄거리는 비슷한 것 같다. 배우가 종이 인형극을 직접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배우 연기력이나 가창력 모두 우수하다. 다만 너무 교훈을 주려는 의도성이 거칠게 드러나서 아쉽다.
-올챙이 3마리-
*‘모두들 아름답다’는 ‘모두’가 복수이므로 ‘들’을 붙이면 안 됨. ‘모두 아름답다’가 맞음.
*진행자가 너무 깊이 개입하고, 설명이 길고 교훈을 드러내기 때문에 극을 감상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한다. ‘너는 앞으로 와, 너네는 이리로-, 어머니는 뒤로 가 주세요.’처럼 아이들한테는 낮춤말을 쓰고, 어른한테는 높임말을 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극 하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