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인공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자 (4)
훅(hook)
훅은 캠이나 너트, 피톤, 헤드 등 어떠한 장비도 설치하기 어려운 암벽을 등반할 때 사용하는 장비이다. 바위의 작은 턱이나 틈 또는 구멍 등에 걸고 체중을 지지하고 올라간다. 훅은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인공등반을 할 때 한 세트 정도는 가지고 간다. 설치할 곳의 모양과 크기와 방향에 따라 훅의 선택과 사용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훅은 크게 걸림과 비틀림 또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다. 스카이 훅, 피시 훅, 로간 훅 등은 주로 걸림을 이용하는 것으로 바위의 작은 턱이나 덧바위 또는 구멍에 걸어 사용한다. 캠 훅은 수직 크랙에 끼워 비틀림을 이용하거나 수평 크랙에 거꾸로 끼워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다. 탈론(talon)은 세 개의 훅을 함께 묶은 것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훅은 슬링을 걸어 사용한다. 매듭이 훅의 바깥쪽으로 오도록 하고 무게가 실리는 슬링은 훅의 안쪽, 즉 암벽 쪽으로 오도록 한다. 그래야 훅이 암벽 쪽으로 잘 붙어 있고 돌아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훅은 다른 확보 장비와는 달리 암벽에 고정하여 설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로 떨어뜨리기 쉽다. 그러므로 훅을 설치할 때는 줄사다리를 미리 걸어 놓고 자기확보줄이나 긴 슬링으로 백업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또 훅은 추락할 때 체중을 받아 확보하는 기능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단지 캠이나 너트 등의 확보물을 설치하기 어려울 때 다음 확보물 설치까지 잠시 딛고 건너가는 정도의 제한적 용도로 사용할 뿐이다.
등반용 망치(hammer)
망치는 피톤, 헤드 등의 확보물을 설치하거나 훅을 거는 구멍을 팔 때 사용한다. 망치는 때리는 부분이 사각형이고, 반대쪽 주둥이 부분은 피톤이나 헤드를 박기 쉽도록 좁게 만든 것이 좋다. 그리고 망치의 머리에는 피톤 회수용 와이어를 캐러비너로 연결할 수 있도록 적당한 크기의 구멍이 있어야 한다.
망치는 등반 도중 떨어뜨리지 않도록 테이프 슬링으로 연결하여 기어랙에 매달아 안전벨트의 망치걸이에 걸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한다. 슬링의 길이는 위로 손을 뻗어 사용하기 쉽고 늘어뜨렸을 때 망치의 머리 부분이 발밑에 내려올 정도가 적당하다. 이보다 짧으면 망치가 흔들려 발목의 복숭아뼈를 때릴 수 있다.
너트 회수기와 피톤 회수기
너트는 설치가 쉽고 편리하기 때문에 확보물로 자주 사용된다. 작고 단순하지만 소모품이 아니다. 회수하여 계속 재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너트는 등반자의 체중이 실려 바위틈에 단단히 박히면 손으로 빼내기 어렵다.
너트를 회수할 때 설치된 반대 방향으로 세게 잡아당기기도 한다. 그러나 너트가 작은 것은 와이어가 끊어질 수 있으므로 너트 회수기를 이용한다. 너트 회수기를 너트의 밑 부분에 대고 망치로 톡톡 치면 잘 빠진다. 너트 회수기는 크랙 틈에 깊이 박힌 캠을 회수하거나 좁은 크랙에 낀 흙이나 이끼를 제거할 때에도 쓰인다.
피톤 회수기는 양쪽에 고리가 있는 30~40cm 정도의 철제 와이어이다. 캐러비너를 이용하여 고리의 한쪽은 망치 머리의 구멍에 연결하고 다른 한쪽은 피톤에 연결하여 피톤이 박힌 반대 방향으로 망치를 휘두르면 피톤을 잃어버리지 않고 쉽게 빼낼 수 있다. 피톤 회수기에 사용한 캐러비너는 계속 충격을 받고 있으므로 절대로 등반용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슬링(sling)
슬링은 매우 강한 일종의 잡끈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둥근 코드형보다 납작한 테이프형을 주로 사용하며, 장비들을 서로 알맞은 길이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든다면 확보물과 통과된 로프의 간격을 길게 연결하여 로프의 흐름이 원활하게 할 때, 등반자가 사용할 장비들의 길이를 조정할 때, 암각이나 나무 등의 자연적인 확보물을 사용할 때 등 다양하다. 심지어 많은 장비를 정리할 때 빨래줄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원형 고리 모양으로 박음질 된 것을 루프 슬링(loop Sling)이라고 하며 60cm, 90cm, 120cm 등 다양한 길이의 루프 슬링이 판매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길이 60cm의 루프 슬링이 가장 많이 쓰인다. 어깨에 걸어 필요할 때 꺼내 쓰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슬링은 적당한 길이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슬링의 강도를 확인하고 공인된 매듭법을 이용하여야 한다.
신발과 장갑과 무릎보호대
인공등반은 오랜 시간 등반하는 경우가 많고 줄사다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발은 암벽화처럼 얇고 가벼운 것보다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두꺼운 것이 더 편안하다. 보통 경등산화 또는 암릉화(릿지화) 정도면 충분하지만 바닥이 딱딱하여 발을 조이지 않으면서도 앞부분이 부드러워 마찰력이 좋은 신발이 좋다.
바위를 자주 만지고 많은 장비를 다루어야 하는 인공등반에서는 손을 보호하기 위해 등반 중 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 등반하면서 많은 장비를 다루고 망치질을 하거나 암벽을 오랫동안 움켜잡는 동작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장비 조작의 편리함을 위해서는 손가락이 나오는 반 장갑을 사용하기도 하고, 기존 등반 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잘라 쓰기도 한다. 보통은 탄력성이 있으며 시중에서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손가락과 손바닥 부분에 고무 코팅된 작업용 장갑을 사용한다.
인공등반은 바위 면에 무릎을 대는 일이 많다. 줄사다리나 스텝을 사용할 때 바위에 무릎이 닿아 아프기도 하고 날카로운 바위에 긁혀 상처가 나기도 한다. 무릎을 보호하고 등반 중 바위에 무릎을 대고 쉬어야 할 때 필요한 것이 무릎 보호대이다. 무릎 보호대는 무릎의 움직임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면 무릎을 완전히 감싸는 넓고 두꺼운 것이 좋다.
인공등반에는 자유등반보다 다양한 기능의 더 많은 종류와 수량의 장비가 필요하다. 한 피치의 등반에 같은 장비 여러 개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 친구들이 개인적으로 이 장비들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다. 하루 이내의 인공등반을 하려면 우선 인공등반용 안전벨트, 이중장비걸이, 그리그리, 자동피피훅, 등강기, 무릎보호대 등의 개인장비를 갖춘다. 그리고 팀원들이 공동으로 로프, 줄사다리, 스텝, 캠, 너트, 망치, 버드빅, 피톤, 헤드, 퀵드로우, 슬링(코드, 테이프), 캐러비너 등을 여러 종류와 크기를 맞추어 적당량 준비하면 된다. 한꺼번에 많은 장비를 구입하기 보다 먼저 쉬운 암벽부터 등반하면서 장비의 기능과 특성을 충분히 알고 익히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 자신의 등반에 맞추어 필요를 느낄 때마다 전문가의 추천과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장비를 하나둘씩 늘려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장비 이외에도 요세미티 엘캐피탄 같은 거벽을 며칠씩 인공등반하려면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암벽에 매달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포타렛지(portaledge)가 필요하다. 또 물, 식량, 취사도구, 여분의 장비, 그리고 이들을 담는 크고 질긴 가방(홀백), 포타렛지 등을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트랙션이나 도르래 등의 홀링 장비 등 더 필요한 것이 많다. 이들 장비와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인공등반의 방법을 소개한 후 다시 설명할 것이다.
* 6월 요세미티 원정등반으로 연재를 잠시 중단합니다. 원정에서 돌아오는 7월부터 정리되는 대로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고 격려해 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