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역에서 7호선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서 3호선으로 바꿔 타고 양재역에서 내렸다. 청계산가는 버스를 타니 온통 등산복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혹시나 하고 둘러보았으나 낯이 익은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데 헐레벌떡 올라타니 사람이 많이 낯이 익다. 윤환이다. 함께 양재 하나로 마트에서 내리니 부지런한 친구들이 벌써 와서 반갑게 맞이한다.
양재역에서 버스로 바꿔 타고 하나로 마트에 하차하는 길이 대부분 초행이라 약간의 시간 지연은 예상이 되었다. 오늘따라 막걸리도 좀 부족하여 준비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더구나 버스를 잘못 타서 향촌까지 다녀온 한 산우가 코이카에서 350미터 지점의 간이휴게소에서 합류하여 16명이 되었다. 시계를 보니 11시다. 350m 산행에 한 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대모산 정상에 먼저 가서 대기하고 있을 작이를 포함해서 모두 17명이다. 너무 많아 1진과 2진으로 나누자고 농담 삼아 얘기를 하는 친구도 있다. 나도 교직을 은퇴하니 시간이 남아 자주 참석하게 되니 다행스럽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니 무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처서도 지나 좀 서늘할 법도 한데 웬 걸! 습도도 높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옆에서 산행하는 조 회장의 모자에서는 물줄기가 줄줄 흘러내린다. 그러니 2리터 물병을 가져온다.
산행 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버섯이 자주 눈에 띈다. 가을은 송이의 계절이라는데 인터넷에서도 아직은 조용하다. 왕회장의 지론은 버섯 중에 으뜸은 목이버섯이란다. 예부터 일목, 이표, 삼송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송이가 가격이나 관심에서 목이버섯과 표고버섯을 제치고 맨 앞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송이버섯이 많이 나오는 양양과 봉화에서 축제를 개최하여 인지도를 높인 까닭이다. 도산 이황이 공부하던 봉화 청량산을 오르다 내려오면서 축제에 들렀는데 1등품이 kg당 25만 원이라 놀랜 적이 있었단다. 맛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흠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중한담을 나누며 오르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는 월 2회의 중요한 행사다. 12시경에 구룡산 정상에 오르니 아이스께끼가 유혹한다. 그 유혹을 극복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나 원장이 방해를 한다. 덕분에 달고 시원한 아이스께끼로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고 인증샷을 찰칵! 하였다.
대모산에서 기다리고 있는 작이와 극적으로 감격적인 상봉(?)을 하여 구룡산과 대모산의 경계부근에서 너른 곳을 찾아 점심식사를 할 자리를 잡았다. 식전행사로 오늘의 동반시 이진 시인의 "눈뜨는 아침마다"를 낭송했는데, 이진 시인은 왕회장의 '시 창작 교실' 선생이란다. 건강이 좋지 않아 아침에 눈뜨면 오늘도 살았구나 하며 지낸다니 안타깝다.
윤환이가 너무 어려운 시보다 편한 시를 선정해 달라고 하자, 정남이는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며 앞으로는 더 쉬운 시를 가져오겠다고 한다. 시산회가 시를 가까이 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시인이 되었거나 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적어 아쉽다는 말도 나왔다. 허나 다른 한편은 한 마디로 푸짐한 면도 있다.
문어를 필두로 족발, 김밥, 초밥, 간제미회, 김치, 떡, 한과에 복숭아, 사과, 도마도 등등. 이것을 다 먹는 먹산회인데 두 시간이면 수서역에 도착할 테니 배가 꺼지지 않으므로 뒤풀이를 걱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해서 오늘은 보양식으로 농수산가락시장의 여름 민어를 먹으러 가면 시간이 더 걸리니 배가 꺼진 후에 뒤풀이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진다.
우리가 공산당이 아닌데 마음이 모아지는 것을 보면 산우들의 마음이 참 넉넉함을 새삼 느낀다. 살다보면 단체가 모일 때는 한두 번의 갈등은 생기지만 모두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식사 후 대모산 정상에 올라 인증샷을 찍고 수서역에 도착하니 3시 반이다. 정상적이라면 세 시간 반이면 양재에서 시작하여 구룡산, 대모산을 종주하고 수서역에 도달할 수 있지만 오늘은 다섯 시간하고도 반이나 더 걸렸다. 산수유람단의 구룡산, 대모산 유람기라고 해야겠다.
수서역에서 택시 네 대에 나누어 타고 뒤풀이 장소인 가락동 수산시장의 장원식당으로 집결하였다. 아직도 남아있는 포만감은 민어회를 뜨는데 걸리는 한 시간쯤의 기다림으로 해소하면서 조금은 미지근한 맥주로 갈증을 달랬다. 17명의 건각들과 함께 한 시산회 제241회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회원들의 건강유지와 시산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건배!
2014년 8월 24일 한천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