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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지 : 2012. 1. 28(토) / 대공원역 2번출구(10시)
◈ 산행코스 : 대공원역-서울랜드입구-문원능선-절고개능선-청계사입구-이수봉-철쭉능선-어둔골계곡-봉오재-옛골-뒷풀이 장소 <※ 산행 소요시간 : 10:30~15:30 (5시간)>
◈ 동참자 : 11명 <고갑무,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양주,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재웅, 임삼환, 전작>
※ 최광일 : 집결지(대공원역 2번출구앞)에만 참석
◈ 동반시: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 기형도
◈ 뒷풀이: 훈제 오리고기에 막걸리·소주 및 양주 / "옛골토성"(청계산점)
아침일찍 마나님이 준비해 준 간식을 배낭에 챙겨 넣고 밖을 나섰다. 쌀쌀한 날씨이지만 한겨울 치곤 하늘이 맑고 바람이 없어 산행 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어제 밤에 숙면을 하지 못 하였더니 머리가 무겁다. 요즘들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날들이 많아진다. 환갑이 되었으니 이제 노년기의 시초인가 보다. 어제 저녁, 대학친구와 막걸리 몇 잔 마시며 건강관련 여러 골치아픈 이야기를 한 것이 두고두고 생각이 나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다.
산성역에서 전철을 타면서 집결지인 대공원역까지의 시간을 가늠해 본다. 그럭저럭 산우들과 약속된 시간에 맞춰 도착될 것 같다. 좌석에 앉자마자 잠시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스마트 폰을 끄집어내어 이메일 등을 점검해 본다. 과학의 발달로 스마트 폰이 개발됨에 따라 수 많은 정보들을 쉽게 제공받을 수가 있어서 편리하다. 지하철 승객들 대부분이 폰에 눈길을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인터넷이나 게임, TV 시청 등을 하고 있으리라...
대공원역 2번출구를 나서니 반가운 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년초부터 몸이 불편하였던 김용우 총장님과 시산제때에 처음 참석한 양주 친구도 보인다. 광일이는 내가 도착하자 마자 갑자기 병원에 문병 갈 일이 있다고 하며,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한다. 어제 밤 나와 통화했을 땐 꼭 참석하겠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피치못할 일이 생겼나 보다. 도봉산 근처에 사는 정남이가 사정상 조금 늦게 도착, 10시 30분경에 출발이다. 오늘 산행길은 제법 긴 코스로 정하였다.
서울랜드쪽으로 가면서 막걸리 몇 병을 보충하고 양주와 함께 뒤따라 가는데, 작이 총장님은 오늘 산행기를 쓸 기자를 지정한다. 가,나,다 순에 의거 용우, 정남의 순이나 두 친구들 모두 업무상 등의 이유로 사양을 한다. 다음이 내 차례로 난, 바로 내가 쓰겠다고 하였다. 내가 사양한다면 양주, 원우에게 까지 돌아갈 수 밖에 없잔는가. 총장님의 심적인 수고를 덜어주는 협조측면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모다들 산행기 작성에 대한 부담이 많은 것 같은데, 우리 시산회 친구들은 작가가 아니지않는가? 지금까지 잘 해왔듯이 앞으로도 집행부에 협조하여 주시길 부탁드린다.
누가 앞장을 섰는지? 산우들은 곤돌라승차창 우측길로 가질않고 서울랜드 매표소쪽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다. 새로운 길을 알고 있는 산우가 있는가? 싶었는데, 결국은 약 10여분동안 워밍업만 하고 나와 양주 친구가 알고 있는 들머리길로 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 했는데...
청계산의 등산로는 거의 대부분이 흙으로 된 육산으로 산행 초보자나 나이 든 사람들이 걷기에 안성맞춤인 산이다. 작은 매봉을 향해 능선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간이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잔다. 경식이는 지난번에도 가지고 온 초코렛떡을 내어 놓는다. 달콤하고 쫀득 쫀득해서 씹히는 맛이 좋다.
잠시 휴식을 취한후 다시 출발이다. 많은 산객들을 따라 한참을 가는데, 앞쪽에서 웬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한 남자는 키타를 치고, 한 여자는 찬송을 하고 있다. 다른 일행은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차와 함께 전단지를 나눠주며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각 종교단체마다 소망과 비젼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과천에 소재한 이 교회는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교회로서 2000년도부터 지역사회의 아동 및 청소년과 노인복지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단다.
여인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후 다시 출발이다. 전망이 좋은 작은 매봉은 시간관계상 오르지 않기로 하고, 8부능선에서 좌측으로 우회하여 청계사쪽을 향하였다. 응달진 등산로는 쌓인 눈이 녹질않고 얼어붙어 있었다. 이런 길은 항상 발 끝에 중심을 두고 긴장을 하며 걸어야만 한다.
산행때마다 산우들의 화재거리는 정치분야와 여자의 이야기는 빠질 수가 없는가 보다. 나이들어 노년기에 접어들어 거시기는 점차 힘이 없어도 여자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가 기를 쓰고 한마디씩 거든다. 나이들면 양기가 입과 눈으로 몰리는가 보다. 누군가가 입과 눈으로라도 싫컷 즐기는 게 보통 남자들의 마음일테니 앞으로 좋은 정보가 있으면 서로들 공유하잔다. ㅎㅎㅎ
청계산 능선 중간지점인 헬기장에 도착하였다. 이 곳에서 가지고 온 간식을 먹자, 조금 더가서 먹자고 하며 두 팀으로 나눠 한 참을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엔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폈다. 전 총장님은 우선 동반시부터 낭독하자며 2012년도 산행계획(안)과 회원명단이 양면으로 복사된 동반시와 산행지도를 나눠 주신다. 동반시(기형도 시인의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는 산행기를 작성키로 한 내가 낭독하였다. A4 용지의 한 면을 가득 채운 장문의 시 이다. 목청을 한껏 가다듬고 오랜만에 시를 낭독하였다.
기형도 시인, 그는 인천 옹진 태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과를 나와 중앙일보 문화부, 정치부, 편집부 기자생활을 하며 주로 유년의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담은 독창적이면서 개성이 강한 시들을 발표하였다. 대학시절에 윤동주 문학상과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안개’가 당선되며 문단에 등단하였으나 29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였다. 주요 작품집으로는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 등이 있다. 우리 시산회에서는 100회 관악산 산행때에 그의 시, ‘질투는 나의 힘’ 을 동반하기도 하였다.
때마침 곁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가 시를 낭독하는 우리일행의 모습을 본 다른 산악회팀에서 오늘 시산제를 지냈다며 제물음식을 갔다 주신다. 답례로 정남이 가지고 온 한과를 드렸더니 그들은 또다시 과일을 주신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아름다운 모습 일게다.
오늘도 산우들이 가지고 온 먹거리가 풍부하다. 정남의 생굴, 재웅의 남광주시장에서 우송한 홍어, 내가 가져간 구룡포산 과메기무침, 전작 총장의 두부, 삼환의 버섯부침개, 원우의 찰떡, 육포 등등 모두다 기억할 수가 없다. 더불어 갑무는 3년동안이나 아껴뒀다 가지고 온 안동소주를 내어 놓는다. 쬐금 비싼 술이라 그런지? 알코올 돗수가 낮은 막걸리는 뒷전이다. 재웅도 양주를 두 병이나 가져왔으나 안전한 산행을 위해 뒷풀이 때 마시기로 하였다.
이것 저것 배부르게 먹고 마셨으니 다시 이수봉을 향해 가야만 할 시간이다. 윤환인 재미로 사다리타기를 하여 두 친구를 선정, 쓰레기를 가져가게 하잔다. 결과는 나와 원우가 당첨되었다. 원래 좋은 일이란 복이 많은 친구들이 당첨된다는 생각으로 뒷자리를 정리한 후 단체 인증샷도 남겼다. 출발후 정남인 급한 볼 일이 있다하며 옆길로 샌다. 삼환과 나는 보호 차원에서 함께 옆길로 올랐는데, 주 능선길의 단축 코스인냥 경사도가 만만치 않다. 숨을 가쁘게 내 쉬면서 한 참을 오르니 능선길이 나온다.
만경봉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산우들이 어디쯤 오는가를 알아보니 산 이라서 전화통화가 잘 안된다. 잠시 후 덩치가 듬직한 원우를 앞세우고 산우들이 나타났다. 반갑게 조우하여 잘 정비된 능선 길을 조금 더 걸어가니 ‘이수봉’이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수차례 이 곳을 올라왔지만, 이 곳은 항상 많은 등산객들의 쉼터이다.
‘이수봉’의 유래는 잘 알겠지만, 조선 연산군때의 유학자인 정여창 선생이 스승 김종직과 벗 김굉필이 연루된 ‘무오사화’의 변고를 예견하고, 한때 이 산에 은거하여 생명의 위기를 두 번이나 넘겼다하여 후학인 정구 선생이 이 곳을 ‘이수봉’이라고 명명 하였다고 전해 진다.
우린 잠시 쉬면서 표지석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촬영한 후 옛골을 향하였다. 등산객 중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산객은 라디오 볼륨을 커다랗게 켜고서 맨발로 걷고 있다. 잔돌이 거의 없는 흙산이라 걷는데는 어려울게 없고, 건강에도 매우 좋아 보였으나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다른 등산객들에겐 꼴불견이다.
옛골에 도착, 항상 뒷풀이를 하였던 단골식당인 산하가든집을 찾았으나 새롭게 개축중이다. 별수 없이 ‘옛골토성’으로 향하였다. ‘옛골 토성’은 훈제 오리고기가 유명하다. 장작불에 바비큐식으로 은근히 구운 오리고기도 맛이 있는데, 산우들의 입맛은 ‘옛골토성’하면 훈제 오리고기인가 보다. 먹산회 답게 우린 훈제 오리고기를 안주로 막걸리와 소주, 그리고 재웅이가 가지고 온 양주 두 병 마져도 다 비운 후에 뒷풀이를 마쳤다.
산행계획과 관련하여 협의된 사항은 7~8월중, 원거리산행시 여수엑스포도 구경할겸 1박2일로 고향쪽인 고흥 ‘팔영산’(도립공원 이었는데 최근 국립공원으로 변경)을 가기로 하였다. 다음 산행은 2월 둘째 주 일요일로서 북한산을 산행키로 하고 불광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벌써 입춘이 지나고 오늘이 정월대보름이다. 머지않아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이고,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 나오는 경칩도 얼마 남지 않았다. 따뜻한 봄 날이 멀지 않았으니 산우들 모두가 건강관리 잘 하여 다음 산행때에는 많은 산우들이 함께 하시길 빌면서 산행후기를 맺는다.
2012년 1월 28일 김종화 씀.
< ※ 동반시 >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 기형도
어느 영혼이기에
아직도 가지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네 얼마나 세상을 축복하였길래
밤새 그 외로운 천형을 견디며 매달려 있느냐.
푸른 간유리 같은 대기 속에서 지친 별들
서둘러 제 빛을 끌어모으고
고단한 달도 야윈 낫의 형상으로
공중 빈밭에 힘없이 걸려 있다.
아느냐,
내 일찍이 나를 떠나보냈던 꿈의 짐들로 하여
모든 응시들을 힘겨워하고
높고 험한 언덕들을 피해 삶을 지나다녔더니,
놀라워라,
가장 무서운 방향을 택하여 제 스스로 힘을 겨누는 그대,
기쁨을 숨긴 공포여, 단단한 확신의 즙액이여.
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안한 산책과도 같은 것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어찌 모를 것인가.
내생 뒤에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오오, 모순이여,
오르기 위하여 떨어지는 그대.
어느 영혼이기에 이 밤 새이도록
끝없는 기다림의 직립으로 매달린 꿈의 뼈가 되어 있는가.
곧이어 몹쓸 어둠이 걷히면 떠날 것이냐.
한때 너를 이루었던 검고 투명한 물의 날개로 떠오르려는가.
나 또한 얼마만큼 오래 냉각된 꿈속을 뒤척여야 진실로
즐거운 액체가 되어 내 생을 적실 것인가.
공중에는 빛나는 달의 귀 하나 걸려
고요히 세상을 엿듣고 있다.
오오, 네 어찌 죽음을 비웃을 것이냐
삶을 버려둘 것이냐,
너 사나운 영혼이여! 고드름이여!
- 그의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에 실려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