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동에서 초중고 생활을 함께했던 나의 브랜드를 소환해보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최고는 프로스펙스 운동화였다.
하키 스틱 모양의 두 줄이 그어진 V자 모양의 로고가 어찌나 멋있어 보였던지.
그 로고가 새겨진 새 운동화를 무척이나 신어보고 싶었다.
엄마를 조르고 졸라 동생과 나는 드디어 프로스펙스 새 운동화를 샀다.
상자를 뜯지도 않은 채 방에 들어가 이불속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잠든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중학교 때는 선망하는 브랜드가 더 다양했다.
친구들이 입고 다니는 옷, 신발을 보니 나도 그러고 싶었다.
옷은 필라, 인터크루, 빈폴, 엘레쎄, 안전지대.
신발은 나이키, 리복.
가방은 리복 샤크, 엘레쎄.
그 당시 가격이 상당히 비싸서 리복 신발과 가방만 샀던 기억이 난다.
특히 내가 메고 다녔던 회색 리복 가방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브랜드의 옷들이 하나의 계급장처럼 어깨가 으쓱해지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더욱 다양한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춘기를 지나 이성에 관한 관심과 함께 외모에 관한 관심이 커지던 시절이다.
옷은 라코스테, UWR(United Workers Republic), 행텐, BOY LONDON, GUESS, OPT, MFG(마르떼 프랑쏘아 저버), NIX, storm=292513, Lee, NAUTICA, CK(케빈 클라임), 나이키, MAUI, 루니툰.
신발은 FOX, 나이키 에어 조던, 니코보코, 리복, 필라.
가방은 타미, 쟌 스포츠, 이스트백, 베네통.
머리를 길러 5:5 가르마로 얼굴을 반으로 가리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다들 그게 멋있는 줄 알았다.
당시엔 내가 잘생긴 줄로만 알던 시절이다.
지금 생각하면 오그라들고 부끄럽기만 하다.
“덤벼라 건방진 세상아!”라며 시작하는 어떤 노래가 있다.
그 당시의 내 마음이 딱 그랬다.
꿈이 있었고 당당했으며 자신감이 만땅인 시절이었다.
다들 그런 시절 한 번씩 있지 않은가?
나에게 고등학교 시절이 그랬다.
내 아내는 과거의 학창 시절도 다시 돌아가기 싫다고 하던데, 나는 과거의 고등학교 시절이라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특히 고2 때로...
참 행복했고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나와 함께 그 시절의 시간과 공간을 보낸 친구 녀석들은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녀석들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