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말이라 그런가 책을 빌리러 온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신간코너도 발라먹은 생선마냥 단촐했네요.
구립도서관 B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 피터 자이한의 신간입니다. 셰일가스로 미국이 완전 독립할 거라고 이야기했다가 셰일가스 회사들이 저유가로 줄줄이 도산했었는데도 꾸준히 책을 더 내줍니다. (가끔 미래 예측 도서에 대한 이뤄졌는지 맞춰보는 도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모르는 부분들을 크게 잡고 우파 미국인적인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는 편이라, 요새는 어떻게 보고 있나 궁금해 빌려보았습니다.
펜타닐
- 미중 갈등의 요소 중 하나인 마약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도 여러번 취재가 되긴 했는데, 아예 책으로 다뤄져 궁금해서 빌려봤습니다. 마약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불처벌
- 성매매 관련 법적 문제들을 반성매매단체의 사람들이 각각 꼭지글을 쓴 책입니다. 이번 주기에 과연 읽을 수 있으려나 싶지만 한 두 챕터 읽는다는 마음으로 빌려보았습니다.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 이태원 참사를 겪은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이 나온 시점에는 319일이 지나있었다고 하는데, 유야무야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서 빌려봤습니다. 제가 아는건 23년 마지막 국회 회기에서도 특별법이 통과 안 되었다는 정도입니다.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 재대출 )
- 온라인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서 뒤로 미뤄 다시 빌렸습니다. 2명 인터뷰를 읽었는데 여성 홈리스는 기록도 잘 안 남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구나 싶었습니다.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 반납 )
- 두 챕터 정도 읽고 원칙에 맞춰 반납했습니다. 예술 분야의 책을 빌릴 때, 전반적으로 두루 알고 싶을 때와 그 사람만의 특별한 관점으로 소화해서 그 이야기만 듣고 싶을 때가 있는데 후자의 책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학술적인 이야기를 들어도 그닥 공감이나 관심이 가지 않지만, 사적으로 뒷담화 하면 재미있는 것과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빌릴 생각입니다.
아주 짧은 소련사 ( 반납 )
- 소련 관심이 사그라들었는지 안 읽혀서 반납했습니다. 여차하면 전자책에 박노자의 러시아 혁명사도 있으니까, 하는 마음도 커서 그런듯 합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반납 )
- 조금 남은 부분을 다 읽었습니다. 읽던 때의 감정이 다 떠나갔는데 다시 읽을 때는 또 돌아와서, 정말 강력한 고백이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전쟁 공포는 다 풀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키스방 이야기: 그녀의 일기 ( 반납 )
- 생각보다 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2010년대 후반(20년대 초반)의 성착취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더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한 챕터 내에서도 논리적으로는 일관성이 없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감정적으로 아주 소모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으로부터 벌써 5년이 흘렀으니 많은 부분이 더 고도화 되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내용 중 '후기 커뮤니티'라는 내용이 새롭게 들어왔습니다. 인터넷에는 커다란 '성착취 포털'이 여럿 있고, 거기서 '후기'를 써 올리면 쓴 사람 중에 잘 쓴 사람에게 무료 쿠폰 같은걸 지급한다고 합니다. 후기를 잘 써주겠다는 진상들이 많다고 하니 어느 꼴인가 싶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권력이 이런 업체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불만을 가진 성구매자들이 끊임없이 신고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타
요새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읽고 장강명이 잘 읽혀서 한 참 이 책 저 책 읽어보고 있습니다. [5년만에 신혼여행]과 [책, 이게 뭐라고]를 읽고 있는데 딱 적당히 읽기 좋은 편안한 에세이집입니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쓴단(써도 된단) 말이야? 라는 마음으로 일기라도 써볼까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대학 신입생 때 딱 한 번 여러 사람이 정기적으로 책을 읽고 토론한다는 학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실체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아홉 살들에게 좌파 서적들을 읽혀 의식화하려는 화합……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직이었다. 서너 번 나가고 말았는데, 다루는 책들도 실망스러웠지만 그 책을 다 읽고 나오는 인간이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입생 중에도 없었고 선배 중에도 없었다.
매일 초대하는 게스트가 여럿이고 공부해야할 사항이 많은 일일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소설가 게스트의 책을 읽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연예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 연예인이 넘 바쁘다.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서 흔하게 듣는 말은 "죄송해요, 제가 아직 책을 다 못 읽었는데, 나중에 꼭 읽어볼께요"다.
어떤 작가는 녹음에 들어가기 앞서 "책 너무 좋았다"며 몇몇 부분을 언급하자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예, 책 읽으신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는 우리가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았다. 다른 작가는 우리와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놀라서 이렇게 말했다. "아니, 진짜로 책을 읽으셨군요?"
... 책을 읽는다거나 실제 소개하는 모임에서조차 다들 책을 진짜로 읽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게 약간 위로되기도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진짜 읽어서 함께 대화 나누는 모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첫댓글 책 읽지 않고 독서모임 참석하는 자, 찔리네요ㅋ
소네치카 책 이제 읽러보려합니다.
얇아서 좋네요ㅋ
저도 소네치카 빨리 읽어야 하는데 계속 못 읽고 있네요. 오늘 회사에도 들고 나왔는데 크게 의미는 없네요.
저도 정모에 완독을 못하고 간 적이 몇 번 있습니다. ㅋㅋ 자연스러운거 아닐까요? ㅎㅎ 아~ 아예 읽지도 못하고 간적도 있었네요.
저도 아예 못 읽고 참석한 적이 한 두 번 있었네요. 갑자기 참여하게 되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