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의 모든 게시물은 복사ㆍ절취(캡쳐 포함)ㆍ이동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게시물의 내용은 필자의 판단에 따라 언제라도 수정ㆍ보완ㆍ변경ㆍ삭제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반남박씨의 정체성>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의하면, '정체성(正體性)'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을 뜻한다고 한다. 추측컨대 영어의 'identity'(국어 표기법으로 '아이덴티티')를 국어로 번역하며 생긴 용어로 보인다. 영어에서는 'the difference or character that marks off an individual or collective from the rest of the same kind'(Wiktionary)로 정의된다. 즉 '어떤 개체나 집단을 나머지 같은 부류의 개체나 집단으로부터 구분해 내는 차이 또는 특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반남박씨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은 무엇일까? 유사(類似) 집단인 전주이씨ㆍ광산김씨ㆍ밀양박씨ㆍ경주최씨ㆍ동래정씨 등의 'OOO씨'로부터 특별히 반남박씨만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집단적 고유 특성은 무엇일까? 반남박씨 성(姓)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은 물론 온 세계에 두루 퍼져 나가 거주하는 경우도 있으니 공간적 또는 지리적 측면에서 정체성을 찾을 수는 없겠다. 어느 특정한 지역에 오로지 반남박씨만 모두 모여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물론 시간적 차원에서도 반남박씨만의 고유 특성을 찾을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반남박씨만 지키고 있는, 또는 갖고 있는, 어떤 문화적 고유 특성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반남박씨라는 집단은 시간적ㆍ공간적, 또는 어떤 문화적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생물학적ㆍ유전적ㆍ혈통적 개념을 기본으로 하는 자연발생적 구성체이다. 그러나 구시대(舊時代) 가치관에 의해 OOO씨 집단의 정의에는 사회적(인위적) 제약이 따랐다. 그리하여 '반남박씨'는 '호장공(박응주)의 y-염색체(染色體: chromosome)를 공유'하는 집단으로 특징지어지며 그것이 곧 반남박씨의 정체성을 의미하였다. 그런데 이 '정체성'은 여성을 배제하여 21세기 평등사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반남박씨라는 집단의 정체성은 '호장공(박응주)의 y-염색체를 물려받은 사람의 친생(親生) 자녀(子女)'로 정의할 수 있겠다.
반복하면, '반남박씨'라는 집단의 현대적 정체성은 '호장공(박응주)의 y-염색체를 물려받은 사람의 친생(親生) 자녀(子女)'이며, 이 정체성이 무너지면 반남박씨라는 집단은 생물학적ㆍ혈통적 정체성을 잃게 된다. 더 이상 '자연발생적 구성체'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체성이 무너지면 '숭조(崇祖)'의 '조(祖)'가 허물어지고, '돈족(敦族)'의 '족(族)'도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반남박씨 대종중을 이끌어가는 임원들(즉 도유사를 비롯한 유사ㆍ대의종원ㆍ각종 위원회의 위원들)은 반남박씨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을 바꾸면, 대종중 임원들은 누구보다도 반남박씨 정체성에 대한 지식과 신념, 그리고 정체성을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힘써야 할 것은 바로 세보(족보) 관리이다. 세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체성은 무너지고 만다. 2012년에 간행한 임진보(壬辰譜)는 우리에게 다급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세밀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임진보는 반남박씨의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고 가다듬어야 한다. 입으로만 <崇祖敦族>을 외친다고 崇祖敦族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들어설 새 임원진에 기대를 걸어 본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