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머님의 여든 번째 생신이었다.
공교롭게도 대학원 2학기 첫날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오후 5시까지 강원도 시댁에 가족들이 모이기로 해 1교시만 참여한 뒤,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우게 된 점을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부랴부랴 시댁으로 향했다.
정신없이 출발하다 보니 미리 꽃을 준비하지 못했다. 시댁 근처 꽃집에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주말이라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돌린 끝에 한 꽃집 사장님께서 문을 열어주셨고, 덕분에 어머님께 드릴 꽃바구니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우리를 위해 기꺼이 가게 문을 열어주신 사장님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가는 길에는 먼저 도착한 가족들에게서 “언제 오느냐”는 전화가 연이어 왔다. 결국 우리 가족이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9남매 가운데 한 집을 제외하고 모두 모인 자리라 집 안은 오랜만에 북적북적했다.
아버님의 팔순은 식당에서 화려하게 치렀지만, 이번 어머님의 팔순은 어머님의 뜻에 따라 집에서 소박하게 준비했다. 무릎이 아프신 어머님과 치매로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을 생각하면 오히려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더 편안하고 의미 있었다.
거창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집 안은 화기애애했다.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쉼 없이 살아오신 어머님.
오늘만큼은 자식들의 사랑을 마음껏 받으셨기를 바란다.친정엄마가 안 계신 나에게 어머님은 친정엄마 같은 분이셨다. 그래서 오늘 어머님의 팔순이 더 특별하고 뭉클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저를 며느리로 받아주시고 한 가족으로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
할머니의 팔순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둘째 아이는 음악에 맞춰 귀여운 율동을 선보였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부끄러워서 못 하겠다고 하던 아이였는데,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말에 용기를 냈는지 가족들 앞에서 제법 씩씩하게 춤을 추었다.
아이의 몸짓 하나하나에 모두가 웃었고, 어머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할머니를 위해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던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역시 장난감의 힘은 대단했다.
첫댓글 어르신의 생신을 통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확인하고 자녀들이 산 교육을 받을 수 있음은 학교 교육만으로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글을 매끄럽게 쓰셔서 단숨에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