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년 뒤의 노래 / 이담하
오늘 밤 12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태양보다 2천 배가 큰 별 하나가 사라져 캄캄하게 울었다
아마 그때쯤이면
60억 살이 된 우리의 태양도 지구의 수소를 다 빨아들여
폭발하거나 백색왜성이 되어 떠돌이 별이 될 것이다
그때 우주 미아가 되어 몇 광년 떨어진 별을 지나면서
귀를 열어놓고 누군가가 깨울 때까지 수면에 들 것이다
그때 꿈을 꾼다면
봄이면 눈부시게 웃어주던 조팝꽃 무더기에서
향기만으로도 찌를 수 있는 찔레나무 옆에서
내가 살다 온 별에서 부르던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때 나 혼자라면
나라마다 번역되고 수정되었던 성서를 들고
일요일만 성당에 갔던 믿음으로
한 점으로 남은 내 별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도할 것이다
그날이 마지막 날이라면
노랗게 물든 목백합 잎사귀마다
지구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꽃 이야기
누군가와 다시 만날 약속을 새겨놓고 눈감을 것이다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고향으로 정한 낯선 별에서
다녀온 별, 살다 온 별, 고향이었던 별에 대해
별이 하나씩 사라진 태양계의 전설에 대해 기록할 것이다
내가 만일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검은 우주의 티끌이 되어
지구가 사라진 텅 빈 우주를 우주 지평선에서 바라보며
지구에서 부르던 노래를
60억 년 후 우주 저쪽에서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