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고개(구렁재)
안면읍 승언리 2구만 해도 옛 지명이 도여(道呂)라 했는데 이는 그곳에 도를 닦던 승려가 살았던 때문이요, 창기리 1구는 회목(檜木)이라 했는데 이는 회나무가 많았던 때문이다.
오랜 옛날, 이 도여에서 회목까지 갈려면 고갯길을 넘어가야 하는데 이 길은 무척 험하고 무서운 고개였다.
지금은 넓은 도로 뚫려 있어 차도 다니고 경운기도 다녀 고개를 넘는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옛날에는 그게 아니었다.
고갯길에 빽빽히 늘어선 회목나무 숲에서는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나올 것 같고 사나운 짐승이 달려들 것 같은 길이었다.
거기다가 고개 중턱에는 도둑이 살고 있었는데 이 도둑은 지나가는 행인을 괴롭혔다.
이 도둑은 복면을 하고 칼을 휘둘러 금품을 빼앗고 반항하면 목숨까지 빼앗는 강도였는데 이 강도가 어찌나 빠른지 관아에서도 어쩔 수 없는 포악한 자였다.
특히 이 강도는 스님들이 시주 받아오는 물품까지도 빼앗고 괴롭혀서 도여에 살던 스님들은 하나 둘 이곳을 떠나고 사찰에는 한 사람의 승려만이 남았으나 이 승려 마져 이곳을 떠날 것을 결심하고 짐을 꾸렸다.
이즈음, 어느 사별하고 어린 딸과 함께 살았는데 마을 서 번민이와 속세를 떠나 중이 되려고 도여로 가고 있었다.
도여에는 사찰이 있고 중들이 있어서 거기 가면 승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찾아 나선 것이다.
이 삶이 회목을 거쳐 도여로 가는 고갯길에 이르렀다.
고갯길은 듣던 말대로 험준했다.
가마귀가 울고 산짐승의 울부짖음이 섬짓했다.
금방이라도 도깨비가 나타날 것 같은 음침한 길이었다.
그 때, 회나무 숲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까마귀가 슬피 우는가 하면 구렁이 울음가지 애절하게 들려왔다.
이 사람은 무서운 중에도 호기심에 끌려 구렁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숲으로 갔다.
그리곤 무서운 장면을 목격했다.
거기에는 도승이 목이 졸려 거의 죽게 되었는데, 이 도승은 도여에 남아 있던 마지막 승려로 도여를 떠나던 참이었다.
그 사람은 도승의 가슴에 손을 넣어보니 아직은 온기가 남아 있었으나 살아날 가망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다시 나타났다.
죽어 가는 도승의 손에 그 때까지 지팡이가 쥐여져 있었는데 갑자기 이 지팡이가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큰 구렁이로 변하는 것이었다.
"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 그리고 이 도승은 누구에게 이런 변을 당했을까?"
중이 되겠다고 길 가던 사람은 이 뜻하지 않은 일에 정신이 몽롱하고 다리가 떨려왔다.
이런 중에 구렁이는 그 사람에게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 따라오라는 거로구나"
그 사람은 무서움을 가까스로 참으며 구렁이를 따라가 보니 그 구렁이는 산 속에 숨어 있는 털보 한사람을 발견하고 달려들어 목을 칭칭 감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가만히 보니 털보 옆에 보따리가 있었는데 비단과 동전들이 들어 있었다.
"이 털보가 강도였구나, 그리고 도승의 지팡이가 구렁이로 변하여 복수를 하고 있는 게야!"
그 사람이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구렁이는 털보를 죽이더니 다시 지팡이로 변하는 것이었다.
" 천벌을 받은 거야!"
그 사람은 비단과 동전과 지팡이를 도승이 죽은 곳으로 와서 그 물건들과 함께 도승을 장사했다.
도승을 장사지내고 그 사람은 도여에 가서 승려가 되어 도를 닦았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도승이 죽은 계곡을「중죽은골(중죽골)」이라 했으며 구렁이가 강도를 잡은 고개라 하여「구렁재」라 불렀다 하는데 그런 일이 있은 후 구렁재에는 도둑이 없어져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