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가 일정 기간을 넘어 계속 근로했다고 해도, 중간에 갱신 형식이 아니라 신규채용 절차를 거치는 등 새로운 근로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근로관계 연속이 단절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은 지난 8월 20일, 광주광역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법원은 광주광역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기간제 근로계약이 갱신돼 공백기 없이 근로한 경우라면, 기간제로 근로한 총 기간을 계속 근로로 봐야한다"면서도 "다만 단순한 반복이나 갱신이 아니라 신규 채용 절차를 거치는 등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된 것이라면,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대법원서 같은 날 선고된 다른 판결과 결론을 달리해 눈길을 끈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박정화)는 지난 8월 20일, 부산광역시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8두51201)
이런 차이점은 결국 학교 변경 과정에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쳤는지를 중요하게 봤다는 설명이다. 부산광역시 사건에서 대법원은 "학교 변경 과정에서 별도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퇴직금을 정산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강사들이 반복 갱신돼 온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 또는 갱신되어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4년을 초과한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
사건번호 : 대법 2018두51201, 선고일자 : 2020-08-20
【요 지】
1.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본문은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 제6호,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제3항제1호는 다른 법령에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기간제법 제4조제1항과 달리 정하거나 별도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초·중등교육법 제22조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학교에 교원 외에 산학겸임교사·명예교사 또는 강사 등을 두어 학생의 교육을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제1항), 학교에 두는 산학겸임교사 등의 종류·자격기준 및 임용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2항). 이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제1항은 산학겸임교사 등의 종류로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규정하고, 같은 조제5항은 제1항에 따른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기간을 정하여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계속 근무한 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사용자는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라 임용된 기간제근로자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으나, 이러한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 또는 갱신되어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4년을 초과한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서 본 기간제법 규정 내용과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체결되거나 갱신되어 일정한 공백기 없이 기간제근로자가 계속적으로 근로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기간제 근로계약에서부터 최종 기간제 근로계약에 이르기까지 기간 전체가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으로서 ‘계속 근로한 총기간’에 포함되어야 한다. 다만 기간제 근로계약의 대상이 되는 업무의 성격,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 또는 갱신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의사, 반복 또는 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을 전후한 기간제근로자의 업무 내용·장소와 근로조건의 유사성,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와 반복 또는 갱신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나 그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사자 사이에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 또는 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계속된 근로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 결과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때 그 시점을 전후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을 합산할 수 없다.
2. 이 사건에서 보건대, 참가인들은 4년을 초과하여 근로계약기간의 단절 없이 원고 소속 공립학교에서 계속 근무한 점, 참가인들은 위 기간 동안 영어회화 전문강사로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임금 등 근로조건이 실질적으로 크게 변동하지 않았으며, 한편 참가인들의 근무기간 중 소속 학교가 1회씩 바뀌었으나, 사용자인 원고 소속 학교들 내에서 업무장소의 변경에 불과하여 이를 근로관계 단절의 징표라고 보기 어려운 점, 참가인들의 이러한 학교 변경 과정에서 별도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친 바 없고, 원고에 의해 근무 학교 재배치가 이루어졌는바, 참가인들이 근무 학교를 옮기는 과정에서 퇴직금을 정산받았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원고에게 이전까지 반복·갱신되어 온 계속 근로관계를 완전히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사용자인 원고가 참가인들과의 사이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위와 같이 반복·갱신하는 과정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인정할 다른 자료도 없는 점, 한편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계약기간이 초·중등교육법령에서 정한 4년이 경과하였다고 하여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간제근로자인 참가인들은 원고와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함으로써 4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로하였고, 이와 같이 계속 근로한 총기간 동안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됨으로써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도 없으므로, 기간제법 제4조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