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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래를 불러 장을 본다. 이수 이마트는 생각보다 좁았다. 원하는 품목이 없다. 무려 카트 3대 분이다. 장 보기를 마치니 허기가 밀려온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며 차량을 불렀다. 검은색 밴 모양의 13인승 차량이다. 차량은 조금 늦었고 기사는 불편한 몸을 하고 있다. 신갈에서 기사를 교체한단다.
새 기사는 좀 어설펐다. 휴게소에 들르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금개구리님이 대기하고 있는 산내면에서 조리를 하여 식사를 해야겠다. 도착이 생각보다 빠른 듯했지만 차량은 밀양이 아닌 청도에서 내려섰고 산내까지는 육화산 부터 비학산까지의 낮지만 길고 거친 산줄기를 크게 돌아가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오치령도 기억에 있는 커다란 공터가 없어 이상했는데 오치마을을 지나 좌측 오치령 정상으로 올랐어야 했는데 우측으로 왔다. 하는 수 없이 하차를 하고 사면을 치고 올라간다. 정상 경로는 사과 과수원을 지내야 했고 커다란 오치령 보호수가 버티고 있다. 산불초소를 만나자 비로소 그 길임을 알겠다. 다시 그 길에 들어선 것이 실감 난다. 하지만 오늘은 검은 밤이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김성경님이 멋들어진 콧수염을 뽐내며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여성 독수리 5형제 이자 근래 종주산행 대세인 라온님, 블리스님, 함박눈님, 정사랑님 그리고 나려님이 특유의 아름다운 미소로 나타난다. 서로 갑장인 당산님과 산사랑님은 눈빛만 보아도 그 반가움을 알 수 있고, 설악님과 장그래님이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멀리 수원에서 오신 관악돌이님은 지난 김신조길 이후에 다시 만난다. 면면이 모두 뛰어난 기량과 풍모를 소유하고 있는데 영알을 대하는 여유로움이 표정에서 묻어난다.
처음부터 주목을 받는 그린 첫 산행이신 금개구리님은 고향이 울산이다. 지역 산행을 간다고 이미 보급품을 묻어두고 산외면에서 대기하고 있다. 지역 특유의 호탕함을 전화기로 느끼어진다. 어떤 분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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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후미가 필요 없는 종주팀에 후미를 담당한다. 별일은 없고 뒤에서 유유자적 뒤따르며 더 자연과 친화적인 시간을 갖는 정도이다. 장그래님은 묵시적으로 함께하며 배려를 해 준다. 모처럼 함께 산행을 한다. 사람들의 한결같이 이 날을 오래도록 기다리고 준비한 흔적이 묵직한 가방에서 느껴진다. 마치 장시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짐의 양이다. 어떤 품목이 담기었을지 궁금하다.
산불초소를 보니 그 길임을 알겠다. 영알은 밤이건 낮이건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어두운 밤임에도 지난 낮 시간 빠르게 지났던 길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간간히 펼쳐지는 멀리 독특한 야경을 즐기는 기쁨에 가슴이 벅차다. 여전히 사람들은 흐트러짐 없이 대장님을 따르며 설렘의 몸 짖을 보이고 있다. 다만 블리스님이 멀미로 인한 불편한 몸을 다스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앙증맞은 자연 정상돌이 놓인 흰덤봉, 여전히 존재감을 인식하지 못한 구들삐산. 순식간에 검은 어둠 속에 지나고 간간이 보이는 야경과 근경을 담당하는, 인공조명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내는, 진달래 꽃길을 지난다. 벌써 인재에 도착했다. 식사를 위해 멀리까지 하산을 해야 했던 그 고개!. 오늘은 바닥에 앉아 간단히 요기를 하고 복정산으로 향한다.
잠시 임도를 타고 산길로 접어든다. 당산님의 산길 들머리에 관한 기억이 놀랍다. 일찍 시작한다고 했지만 식사를 하고 결국 1:40이나 되어 출발을 하니 지난날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하늘은 금세 밝아졌고 수줍은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렇게 복정산을 만난다. 처음 운문산을 목표로 하였지만 조정된 출발시간에 잘 하면 억산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억!'소리 난다는 억산은 그 반대편 이야기로 이곳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다. 9부 능선에 올라 유난히 붉은 태양이 얇은 구름 위에서 수줍게 올라오니 마음이 급하다. 정상에서 가까스로 완전히 올라온 아직 황금시간의 절정을 간직한 붉은 태양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억산 944미터. 커다란 갈라진 바위. 앙증맞은 이름돌. 두 번째 만남. 바위틈으로 내려다보니 붉은빛이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거대한 틈을 더욱 강조하고 그 사이로 아무렇지도 않게 줄지어 내려가는 일행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지지만 그저 아찔하다. 다시 구름 속으로 들어간 태양은 하산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마치 짧은 장막의 열림과 닫힘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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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라. 처음 만나는 산하. 그저 사진으로만 보았던 억새평원과 긴 나무계단.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수도권이나 가평과는 달리 이곳의 밤 풍경은 뭔가 신비로움이 느끼어진다. 광대한 고산군은 아득한 골짜기의 희미한 빛과 독특한 조화를 보이고 그저 조용히 이 어둠을 견디고 있다. 아직 메마른 산길은 진달래꽃 향이 가득하고 더러는 바닥에 떨어져 우리의 발길을 황홀하게 한다.
운문산 전위봉에 도착했다. 운문지맥이라고 했다. 운문산이 최고봉인 것이다. 그를 만나러 간다. 바람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여러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바람 아래로 사라진 것인지 바위 아래로 지나간 것인지 알지 못하겠다. 얼마 후 전화를 하니 뜻밖에도 운문산에 있다고 한다. 맨 뒤에 있어야 할 사람이 운문산에 가 있다니.
영알의 아침은 매력적이다. 노란빛이 막 내려온 억산의 갈라진 바위에 비추이고 삼지봉과 범봉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그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억산의 우측 능선은 서서히 낮아지다가 다시 올라선 것이 거대한 성곽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뒤쪽의 옅은 운무위에 드러난 산줄기들과 기묘한 조화를 보이고 있다. 다시 범봉에서 보니 뾰족한 삼지봉 뒤에 억산의 하얀 바위가 겹치면서 저곳을 지나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커다란 이름돌이 압도적인 운문산에 바람아래가 홀로 바람을 맞고 있다. 일명 호거산이라고 적혀있다. 해발 1188미터. 산의 높이만큼이나 우람찬 바위를 그대로 올려두었다. 운문사와 호거산. 여전히 호거산의 존재는 논란이 있지만 운문사에서는 운문산이 호거산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아침햇살에 도드라진 바위의 질감과 호방한 각자가 산의 기상을 그대로 전해 주는 것 같다. 긴 도로가 가로지른 산내면 일대의 모습이 경이롭다. 자잘한 산줄기들과 농경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데 이 땅을 살던 사람들과 땅의 변화가 천천히 재생이 되며 잠시 멍하니 서서 바라보도록 한다. 이것이 영알의 바람일까? 도로는 식사를 한다는 배내고개와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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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재에 작은 목조건물이 하나 놓여있다. 다가가 보니 '운문산 생태. 경관 보전 지역 환경 감시초소'라고 적혀있다. 어떤 역할일지는 다가오지 않고 아래에 식수도 있다고 하니 건물 안에서 쉬어가거나 주변 공터에 천막을 치고 하룻밤을 지내기 적합할 거란 생각이 든다. 당산님은 늘 커다란 1리터 들이 초록 물병을 꼽고 다니는데 물맛이 궁금하다.
수차례 와 보았던 가지산으로 올라간다. 1241미터. 운문산보다 더 높다. 낙동정맥 중 인기가 높은 구간이자 영알알프스 구간이다. 가지와 연관이 있을까? 누군가 "가지 따러 가자"고 외치는데 장그래가 가지 반찬을 매우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버무려진다. 지난 대회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아 다리가 무겁다. 다음 주면 다시 80킬로 대회에 나가야 한다.
가지산까지 이어진 능선의 백미는 백운산을 돌아보는 전망이다. 능선과 붙어있지만 산은 마치 독립적으로 솟은 것처럼 보이고 산세가 수려한데 돌아보는 내내 여러 전경과 어울리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한 팀은 절묘한 포인트에 텐트를 펴고 게으른 아침을 맞고 있는데 눈을 뜨며 바라보는 백운산 절경은 상상만 해도 부럽다. 가지산장 탁배기가 그리운 시간이다.
그토록 기다려지던 가지산장에 왔다. 들어와 앉으니 바람아래가 순희 2병을 두고 2병을 밖으로 가져간다. 가지 안주는 없고 농축된 가지 빛깔 김치를 내어준다. 막걸리 맛이 이상적인 시간이다. 가지선사도 이곳에 앉아 발아래 펼쳐진 절경을 바라보자면 탁주 한 잔 아니 마시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몇 병 더 주문해 마셔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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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절벽길을 지나자 뜻밖의 풍광이 펼쳐졌다. 사진으로 보았던 바로 그 간월재, "왕뱅이 억새만디"다. 드디어 이곳에 와 본다. 파아란 하늘 아래 누런 억새가 펼쳐져 있는 모습은 마치 조경이 잘 된 거대한 정원과도 같아 보인다. 현대식 휴게소 건물도 잘 어우러지고 사연이 많았을 촛대바위를 비롯한 여러 바위와 나무 그리고 절묘한 곡선을 이루는 계단길이 바람의 격정으로 다가왔다. 사람들도 제법이다. 등산인, 일반인이 한데 어우러졌다. 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모양이다. 휴게소 간식을 구입해 들고는 황홀한 풍광에 어쩔줄 몰라한다.
떠나기 아쉬운 길이다.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되는 길이다. 멀리서 보니 거대한 억새 사면 자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부드러운 서사면은 동절벽과 곡선을 그으며 만나 위험한 아름다움을 품은 듯 보인다. 우리는 줄 곳 그 절벽 경계길을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는 생각에 순간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봄의 억새는 은빛과는 거리가 있고 디테일은 무너졌지만 전체가 보여주는 얼룩덜룩 가을빛 명암은 전혀 밀리지 않아 보인다.
억새는 신불산, 신불재 그리고 취서산까지 이어졌다. 간월재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상대적으로 세속화되고 잘 다음어진 반면 신불재는 자연스러운 보습을 보인다. 거대한 파도 모양을 한 산은 서에서 밀려와 동쪽에서 부서지며 신불공룡능선을 비롯한 기암절벽을 만들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셀터를 펴고 신불약수터에서 물을 길어 나르고 있다. 이런 곳이라면 한 번쯤 저녁노을에 불타는 억새를 바라보며 하룻밤 묵어갔으면 싶은 마음이 든다.
영축산, 취서산, 영취산, 축서산. 영축산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물이 많아 보인다. 산길과 물길이 나란히 펼쳐져 있다. 이곳엔 단조성이 있어 단조늪이라 불리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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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1 오치령 / 02:43 구만산갈림길 / 04:40 인재 / 05:26 복정산 / 06:02 억산 / 7:39 운문산 / 10:13 가지산장 / 12:24 배내고개식당
13:38 배니고개식당 / 14:09 배내봉 / 15:10 간월산 / 15:38 간월재 / 17:23 영축산 / 18:58 시살등
19:15 시살등 / 20:17 오룡산 / 21:15 알바복귀 / 21:49 도라지고개 / 23:50 내석고개 / 01:32 용선고개
영축산에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 낙동정맥을 이루는 장엄한 산줄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아련하다. 언제 이토록 멋들어진 풍광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쉬움에 자꾸만 뒤돌아 본다. 이 길엔 유독 커다란 배낭을 멘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야말로 백패킹 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널려있다. 이런 아름다운 산을 품은 영남지역 사람들이 부럽다. 두 사람이 끝없이 펼쳐진 파랗고 누런 영남알프스의 능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사람이 귀하다. 단체사진을 요청한다.
함.채.죽.시 그리고 오룡산. 7년 전 지나던 이 길에 접어든다. 아직 해가 있어 다행이다. 밤과는 달리 거친 능선길이 그대로 드러나 상당히 위협적이다. 그야말로 능선 곳곳에 바위봉이 자리하고 있고 두드러진 봉우리마다 **등으로 이름이 붙어 있다.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그리고 시살등이 그것이다. 특히나 마지막 시살등은 오늘 처음 오신 금개구리님께서 보물을 묻어두신 곳이자 등 시리즈가 끝나는 봉우리라 각별하다.
영축산에서 200미터를 가니 천정삼거리가 나왔다. 동쪽으로 50미터 가면 약수터가 있다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그러고 보면 넉넉한 산줄기는 지리산 주능선을 닮아 물이 많다. 신불약수에서 물을 담고 더운 여름이라면 이곳에서 한 번 더 담으면 적합할 것 같다. 땀 꽤나 흘리며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였다면 오룡산 전에 동굴 낙수물을 보충할 수 있다.
7년 전과는 달리 능선 길은 거칠었다. 이 암봉이 함박등인가 싶으면 아니기를 반복하고 길은 온통 바위투성이라 설악을 닮았고 발은 고통스럽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바윗길은 여전히 동쪽 절벽 위로 나 있고 서쪽에서 비스듬히 비추는 기운 빛에 더욱 도드라져 얼핏 보기엔 길이 없어 보인다.
함박등을 오를 적엔 그저 그런 암봉인가 싶더니 반대편에서 동쪽 면을 보니 거대간 수직 절벽을 이루고 있어 거대한 성벽처럼 보이는 것이 이름을 가질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동쪽 마지막 절벽 위에는 바위 하나가 위태롭게 올려져 있는 것 같아 금방이라도 떨어진 듯 하다. 바람아래를 불러 사진을 담아 보라고 하였다.
절벽 아래 푸른 숲이 어우러진 마을은 그저 편안한 저녁을 맞고 있는 듯하다. 자세히 보니 한들못 주변 반야암 비로암 극락암 서축암 자장암을 비롯한 여러 암자와 통도사가 펼쳐져 있다. 영축산에서 오룡산에 산줄기에 이어 동쪽으로 봉화봉까지 뻗은 능선과 다시 통도사 방향으로 디귿자 모양으로 뻗은 능선으로 둘러싼 통도사의 사각 영역은 절묘한 지리적 위치를 점하고 있어 보인다. 중앙에 통도사가 있고 작은 골짜기마다 암자가 들어서 있다. 이 산줄기가 바로 통도사 사각 종주 길이다. 언젠가 가벼운 차림으로 간단히 영축산에 올라 이 능선 길을 찬찬히 둘러보고 통도사를 품은 영역을 돌아보고 싶다.
그래서인지 오룡산에서 발길은 자연스럽게 통도사종주길로 향했다. 이미 알바는 상당히 진행되었고 전방능선과 봉화능선 갈림길에서 어느 길이 맞을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관악돌이님의 독도에 따라 오룡산부터 알바가 진행되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하는 수없이 다시 오룡산으로 무거운 발걸움을 떼어야 했다. 더욱이 매우 가파른 길을 내려와서 그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하다. 한데 다행히 오룡산 우회 길이 있어 본 실크길과 만날 수 있었다. 다시 경로에 와 보니 길은 편안하기만 한데 무슨 생각으로 봉화능선으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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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밤 무박 종주의 둘째 날 밤은 견디기 힘들다. 시간은 예상외로 지연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시간 알바까지 하고 나니 정신이 아득하다. 겨우 도라지고개에 도착하여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시간까지 휴식을 하거나 쪽잠을 청해본다. 실크종주는 참으로 어려운 길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저녁식사를 하지 못하니 허기와 졸음이 함께 온다. 정사랑님은 졸다 넘어져 발목이 부었다. 그밖에 다른 사람도 말 못 할 여러 고충을 지니고 있어 보인다. 염수능선은 마루금을 버리고 임도를 따르다 염수봉에 올라가기로 한다.
산길과 임도를 만나기를 반복하고 다시 임도에 들어섰다. 독도가 혼란스럽다. 정신적인 한계가 온다. 이미 자정이 가까워졌다. 정사랑님은 발목이 부어 더 이상 걷기 힘들어 보이고 한두 명 함께 뒷삐알산을 패스했으면 한다. 두 팀으로 나누었다. 가팀은 리조트 입구에서 차량과 만나고 나팀은 뒷삐알산을 지나 골프장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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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의 오명을 쓰고 다시 이곳에 왔다. 이번에는 기필코 완주를 해야겠다. 멤버들이 좋다. 그린 독수리 5형제 분들 모두 오셨고 마라톤, 울트라 등 내노라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설악님은 이미 7년 전 완주를 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금개구리님은 울산에 거주하면서 영알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소상히 알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계시니 완벽한 조합을 갖춘 것 같다.
지난번과는 달리 영알 구간을 낮 시간에 지나니 너무 좋다. 분위기는 관광 모드로 바뀌었다. 대신 시간은 조금씩 지체되었다. 우리가 시살등까지 오자 본격적으로 한기와 어둠이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조금씩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까지 이 무거운 보급품을 묻으신 금개구리님의 정성이 감사하다 못해 놀랍다. 어디에서 올라온다 해서 쉽지 않은 무게이다. 사과 한 쪽씩 돌리며 추위에 떨고 있는 선배님께 응원을 보내본다.
본격 어둠은 시작되고 어렵게 오룡산에 올랐다. 하산길은 의외로 가팔랐고 아무도 알바의 여지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갈림길에 서서 어느 길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데 눈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보기엔 오룡산부터 알바가 시작되었다. 이 사실을 알리고 잠시 여러 차선책이 오갔지만 모두 다시 되돌아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독도를 해 본 결과 다행히 오룡산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않고 우회길을 따라 본 노선에 복귀하는 길이 있어 보인다. 긴 알바를 하고 도라지고개에 도착해 보니 모두들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음을 알 것 같다.
지난번엔 도라지고개서 부터 산길을 따라 염수봉에 올랐다. 쉽지 않은 길이다. 여러 의견을 들어 임도를 따른다. 가다 보니 이렇게 쉬운 방법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마지막 구간에서 염수봉으로 올라간다.
임도에서 얼마간 혼란이 있었고 뒷삐알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다소 긴장을 하며 잠을 쫓기 위해 빠르게 올랐다. 조금도 공간을 벌이지 않으시는 라온님의 등력이 돋보인다. 지난번과는 달리 생각보다 쉽게 올랐고 장그래님에 의하면 25분 정도 소요되었다고 한다. 간단히 사진을 담고 재빨리 하산을 시작하였다. 한데 바람아래가 알바라고 한다. 다시 뒷삐알산으로 갔다. 갈림길이 없어 보이던데 다시 올라온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 보니 우측에 하산길이 있고 리조트 방면이라고 적혀있다. 청명한 밤하늘의 반달은 그저 무심히 웃고 있다.
골프장 길을 따랐고 때아닌 물을 뿜어대는 회전하는 잔디 급수장치와 게임을 치러야 했다. 다수는 요령껏 잘도 피했지만 몇 번은 그대로 맞아야 했다. 트랙은 위로 나 있지만 골프장길과 큰 방향은 맞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길은 트랙과는 달리 반대 방향으로 꺾기어 있어 길을 따라서는 안되어 보인다. 바람아래를 따라 경계목을 헤집고 올라가 네트로 둘러친 울타리를 넘으니 임도가 나온다. 집에 와서 살펴보니 하산 후 골프장으로 들어서지 말고 산길로 갔어야 했다. 영축지맥의 이 구간은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독도가 쉽지 않은 구간이다.
골프장 입구로 차량이 왔고 다시 사람들과 합류하였다. 예상과 달리 찬바람이 불어 야지에서 라면을 끓일 수 없었다. 그리고 대안으로 차량을 이용해 인근 어느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차량은 밀양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실크의 산길은 잊혔다. 버스에 타는 순간 의지는 스르르 녹아내렸고 트랙 기록은 그대로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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