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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륜]

경순왕을 찾아 보다.

2012년 6월 7일

오늘은 파주 객현리에서 자전거기행을 시작했다.

이곳은 4차선 37번국도가 끝나는 지점이다.

이곳을 수없이 다니며 취재하던 시절

내 눈에 스쳤던 경순왕릉이란 글자를 따라

내 자전거는 흘러가고 있었다.

                                                                                                               photo by kimkahns with samsung NX200

길을 따라 가다 무료해진 시선은 이곳이 고향인 윤도현의 모습에 고정된다. '파주는 락이다.' 윤도현의 열정이 그대로 파주에 편입된 모습에서 또 다른 도약을 도모하는 모습이 선동적이다. 그러나 풍경은 적막했다.

가월교차로 못 미쳐 경순왕릉으로 인도하는 팻말이 보인다. 경순왕은 나의 발길을 자석같이 끌어 당기고 있었다.

두지 삼거리를 지나 장남교에 다다르자 두 병사가 몸을 은폐할 만한 엄폐물이 나타난다. 병사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탄착점은 북쪽으로 향한 다리 끝에 모여 있다. 이 임진강은 무수한 가슴들이 소거된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은 휘황한 백색하늘에 그들의 영혼은 확산되어 흔적은 다만 바람이 되어 내 옷깃을 잡고 흘러갈 뿐이다.

3km 길을 밟고서야 백학면 사무소 삼거리에 숨은 이정표를 겨우 찾았다.

이정표는 세월을 압착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현대의 역사도 과거와 동등하다.

고랑포구 정자에는 서울서 이곳을 찾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세월을 낚고 있다.

과객의 시선은 다시 연천군 지도에 빠져 들었다.

이윽고 자전거를 밀며 150m를 오르자 경순왕릉에 당도하였다. 경순왕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 산 18-2 번지에 있었다. 그곳은 고독한 풍경이다. 능상(산소)는 소북하였지만 신라 마지막왕의 권위는 실전되었다. 능상을 휘두른 호석은 낮고 가계와 직함을 알려주는 능표는 희미하다. 능을 보호하기 위한 곡장은 왕릉이라고 하기엔 협소한 공간을 휘두르고, 망주석만이 유택으로 시선을 잡아 매주고 있었다.

비각에 모셔진 비는 한때 고랑포구에 버려져 조선 아낙들의 빨래판으로 사용되어 그 글자가 소실되었다. 다만 탁본으로 전해지는 글자는 신라 56대 왕으로 고려 경종 때 세상을 떠나 장단 남쪽 고부에서 장례를 치렀다고 적시하고 있다.

나는 연천 문화 관광 해설자 양옥자씨의 설명으로 경순왕의 애환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는 마의태자이 읍소에도 불구하고, 고려 태조 왕건에게 신라를 헌납한다. 백성을 죽임의 길에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 였다. 마의태자는 경순왕을 등지고 금강산으로 자취를 감추기 전에 지금 포천에 있는 '명성산' 갈대 밭에서 목 놓아 울었다. 그 때 산도 따라서 울어 주었다고 해서 '명성산'이란 이름을 얻게 된다. 후세에 정비석은 '산정무한'에서 이렇게 노래 했다. '태자의 몸으로 마의를 걸치고 스스로 험산에 들어온 것은, 천 년 사직을 망쳐 버린 비통을 한 몸에 짊어지려는 고행이었으리라. 울며 소맷귀 부여잡는 낙랑 공주의 섬섬옥수를 뿌리치고 돌아서 입산할 때에 대장부의 흉리가 어떠했을까? 흥망이 재천이라, 천운이 슬퍼한들 무엇하랴만, 사람에게는 스스로 신의가 있으니, 태자가 망국지한을 고행으로 창맹(세상의 모든 백성)에게 베푸신 도타운 자혜가 천 년도 수유(잠시동안)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움큼 부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

경순왕릉을 뒤로하고 내려 오던 길에 나는 시비 하나를 발견했다. 내 대학 은사인 성원경 교수님의 시를 보니 무척 반갑다. 그에게는 이곳을 가둔 휴전선의 슬픔이 절절이 배어 있었다.

이제  고랑 포구를 볼 차례이다.

이 풍경을 해독해 가는 동안 세월의 무상함이 엄습해 온다. 고랑포구의 명성은 그저 부운과 같이 바람에 실려 가고 말았다.

나는 임진을 거슬러 자전거를 저어갔다. 나의 발길은 어느새 고구려의 역사 속을 밟고 있었다. 도착한 곳은 호로고루성이다. 지금은 목책만이 그 흔적을 대변하고 있다.

호로고루( 瓠蘆古壘)성은 임진강 북쪽 기슭의 현무암 단애(斷崖) 위에 있는 삼각형의 강안평지성(江岸平地城)으로, '재미산(財尾山)' 또는 '재미성(財尾城)'이라고도 불린다. 《삼국사기》에서는 이 성터 부근의 임진강을 과천·호로강(瓠瀘江)·표강(瓢江)으로 일컬었으며, 《대동지지(大東地志)》 등에는 삼국통일을 전후하여 이 지역에서 고구려와 신라, 신라와 당나라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기록이 많이 나온다. 그것은 이 지역이 임진강 하류방면에서 배를 타지 않고 건널 수 있는 최초의 여울목으로서, 육로를 통해 개성 지역에서 서울 지역으로 가는 최단거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특히 임진강이 이곳에서 하류 쪽으로 가면서 강폭이 넓어지고 수심이 깊어지는데다 현무암대지를 따라 10m를 넘는 단애가 형성되어 있어 삼국시대부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호로탄(瓠蘆灘)이라 하여 장단을 통해 개성으로 들어가는 주요 길목이었으며, 6·25전쟁 때는 북한군의 주력 전차부대가 개성을 지나 문산 쪽으로 직진하지 않고 우회하여 이곳에서 강을 건넌 지점이기도 하다.

[출처] 연천 호로고루 [漣川 瓠蘆古壘 ] | 네이버 백과사전

성에서 바라본 임진의 산하는  안개가 자욱하고 소소한 구름이 산허리에 돌돌말고 젖빛 같은 연무가 짙게 내려 있었다.

                                                                               2편에 계속

[슈퍼탱크-金容甲(72)]

선배님 잘보았습니다 언제 함께 라이딩 할수있을까요^^*
감사합니다..

[풍륜]

다음에 좋은 기회 한 번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