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의 날이 밝았다. 어제(3월28일)부터 4월2일까지 6일동안 제18대 총선 재외국민투표가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실시된다. 물론 중국에서도 실시된다.
오전에 투표를 하고 돌아온 이십대 중반의 어느 후배에게 소감을 물으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투표”라고 했다. 중고등학교 과정부터 내내 중국에서 보냈고, 성인이 되어서도 중국에서 살다보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이제야 처음으로 행사해본 것이다.
오후에 대사관 앞을 지나다가 막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지인을 만났다. 그분 또한 “6년 만에 해보는 투표”라고 했다. 내일이나 모레쯤 나도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몇 년 만에 하게 되는 투표인가 세어보니 7~8년 정도는 된 것 같다. 잃어버렸던(?) 권리를 되찾는 것이다.
사실은 몇 해 전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한창일 때, 나는 그럼 움직임에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서명도 하지 않았다. 그렇잖아도 사분오열 찢어져있는 대한민국인데 해외에 나와서까지 정치적으로 갈라져 으르릉거리고, 또 누군가는 그 틈바구니를 이용하여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나 하나 꿰차볼까 기웃거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같은 재외국민도 드디어 해외에서의 참정권을 갖게 되었고(그것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고나서야), 역사적인 투표가 시작되었다. 과거에 재외국민 참정권에 동의하였든 반대하였든, 그리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회의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만들어진 제도이니 잘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나는 대체로 안정을 지향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어떤 정부의 어떤 정책이든 한 번 선택한 것은 가급적 밀어주고 도와주자는 생각이다.
◆ 5% 등록률은 결코 저조하지 않다
누군가는 이번 투표의 등록률이 낮은 것을 지적하며 “그것봐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실제로 223만 명의 재외국민 가운데 12만 명 정도만 이번에 선거인 등록을 신청해 5.5% 정도의 저조한 등록률을 보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라. ‘선거불참’도 하나의 의사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인데, 투표 3개월 전에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데 “네!”라고 흔쾌히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내에서 그런 투표를 실시하여도 등록률 저조할 것이다. 게다가, 집근처 길건너에 있는 투표소가 아니라 자동차를 몰고 하룻밤을 달려가야만 투표소에 닿을 수 있다면? 5%대의 등록률도 그리 낮지는 않다고 보고, 재외국민 투표 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등록률도 차차 나아질 것이라 본다.
차제에 ‘전자투표’ 제도를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제안해본다. IT강국 대한민국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제도라 생각되고, 선진적으로 앞서나가는 세계적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요 정당들의 총선공약집을 쭉 훑어보니 통합진보당이 전자투표 실시를 주요한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던데, 보수정당들도 전자투표를 무조건 경원시할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재외국민 선거등록이나 번거로운 투표소 방문 절차의 문제도 시원스럽게 해결될 방안이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모두가 잊지 말고 투표장으로 향하자. 이번 재외국민 투표에 투입되는 예산만 213억 원이라고 한다. 선거인 등록자 1인당 17만원 꼴이다. 그동안 투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예산까지 합하면 1인당 23만 원짜리 투표를 하는 셈이라고 한다. 오늘 환율로 계산해보니 200US달러 정도이고, 중국 인민폐로는 1,277위안 정도 된다. 중국 웬만한 생산직 노동자의 초임 정도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그래, ‘비싼’ 선거 한 번 치르는 것이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집어넣으며 생각하자. 23만 원짜리 비싼 종이 한 장을 집어넣는다고. 그보다도,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자신의 ‘권리’ 하나를 집어놓는 것이다. (bitdori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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