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4일(월) 광주일보
근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26년>은 광주에 대한 후일담이다. 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내용은 몇 번에 걸쳐 영화화 되었다. 장선우 감독의 <꽃잎>과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가 대표적일 것이다.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80년 광주의 아비규환 같았던 당시 상황을 비슷하게 재현하거나 그것들을 고발하는데 집중했다면 영화 <26년>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5월 광주를 이야기 한다.
80년 5월, 광주의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을 확실하게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것은 사실 영화적으로 대단히 직접적인 표현이자 고발이다. 실제로 이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몇 년의 세월과 위기를 겪은 이유는 아무래도 ‘그 사람’을 까놓고 이야기를 진행한 원작의 내용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5월 광주에서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남은 자들이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벌이는 사상 초유의 암살 프로젝트. 원작자인 강풀은 광주 시민을 대신해서 상상속의 치밀한 복수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영화의 결말과 원작 만화의 결말은 다르다. 다름의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영화와 원작이 따로 존재할 수 있는 생존방식이 아닐까 싶다.
영화가 끝나며 엔딩 타이틀이 오르면 의외로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K.183)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의 선율이 극장 안을 가득 메운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봤던 이들이라면 이 곡이 <아마데우스>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등장한 음악이라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다.
모차르트는 총 41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단조의 조성을 가진 교향곡은 단 두 곡 만들었다. 바로 25번과 40번. 특히 25번 교향곡은 영화 <아마데우스> 사운드트랙에 힙입어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는데, ‘천재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듯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흐르는 멜로디, 어색함과 튀는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성과 화성의 완벽한 조화로 4악장까지 단번에 감상하게 만든다.
어찌되었든 이후에 수많은 작곡가들이 수많은 음악을 발표해왔지만, 그 누구도 모차르트 음악의 완성도와 아름다운 선율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만 기억해 두자.
모차르트 교향곡 25번은 우선, 네빌 매리너 지휘 성 마틴 인 더 필즈 오케스트라 연주를 추천하고 싶다. 이 녹음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사운드트랙으로도 활용되었는데, 실제 연주도 아주 좋다. 네빌 매리너가 수족처럼 부렸던 오케스트라의 응집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연주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연주는 말러의 애제자였던 지휘자 브루노 발터와 컬럼비아 심포니의 54년 녹음이다. 이 녹음에서의 컬럼비아 심포니는 뉴욕 필과, MET 오페라 오케스트라, NBC 심포니의 단원들로 구성된 레코딩 전문 오케스트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컬럼비아 심포니(LA의 단체)와는 다른 뉴욕의 악단이다.
이상하게도 발터가 지휘한 25번은 템포가 빠른데도 보다 격렬한 슬픔과 비장함이 느껴진다. 마치 슬픔 사이를 질주하는 듯한 연주다. 다른 연주를 들을 때와 달리 발터의 녹음을 들을 땐 영화보다 현실이 훨씬 끔찍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26년>의 가슴 아픈 영상이 아닌 진짜 비극과도 같은 그날의 실제 사진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 괴로웠다.
<음악칼럼니스트/독립영화감독>
첫댓글 브루노 발터의 모차르트 음반입니다. 이 음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모차르트 음악의 독특함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들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이 자켓은 브루노 발터가 소니 음반사에 남겨놓은 모차르트 녹음 전체를 박스로 묶어서 염가로 발매한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트가 바로 이것인데, 발터의 모차르트는 모든 녹음이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완성도와 독특한 음악성이 있습니다. 특히 같은 단조 교향곡인 40번도 명연으로 손꼽히는 훌륭한 연주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이 세트를 구매하셔서 하나쯤 갖고 계심이 어떨까 추천드립니다.
네빌 매리너의 연주를 듣고 싶으시다면 오히려 영화 <아마데우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인 이 음반을 추천합니다. 영화에 사용된 모차르트 음악들을 몽땅 수록해 놓았는데, 실제로 모차르트 음악의 액기스들을 두루두루 모아놓았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음반입니다.
이 음반은 레너드 번스타인이 빈 필을 지휘한 음반입니다. 원래 번스타인은 음악에 감정이입을 상당히 많이하고 흥분도 잘 해서 모든 음악을 자기식으로 연주하는 스타일인데, 빈 필과 함께 녹음한 모차르트는 매우 차분하고 정통적인 스타일의 연주입니다. 이 연주를 듣고 브루노 발터의 음반을 들으면 차이가 아주 심하게 느껴집니다.
이 음반은 젊은 카라얀의 시절이라고 할 수 있는 EMI 녹음의 카라얀 연주입니다. 매우 정열적인 연주로 훗날의 카라얀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음반입니다. 당시의 베를린 필 주자들도 매우 활기에 넘칩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듯 연주하는 카라얀의 연주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