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덕아, 여전히 꽃에 싸여 지내지? 겨울이라 안에서만 애들을 돌보고 있을 것 같다. 나도 베란다 창도 조금 열어놓고 환기를 한다. 곧 닫곤 한다. 난타나, 사철나무, 장미허브, 인삼벤자민, 금문초, 갈참나무, 만데빌라, 테이블 야자가 숨을 쉬어야 하니까~~
오늘 내가 박혜연으로부터 시집을 받았다. 혜연이의 두번째 시집 <어떤 이유> 겉표지가 아주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갑자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시집은 알 수 없는 내용 때문에 굉장히 실망했는데 몇 년 사이에 일취월장한 것 같다. 물론 내용을 이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
사실 나는 우리가 만든 갈무리문학회가 이렇게 발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시를 잘 쓰는 회원들도 많고 기존의 창립 회원들의 시도 한겹 두겹 탈피를 거듭하면서 중견 시인이 된 느낌이다. 솔직히 나는 너와 향란이 시만 시다운 시라 생각했다. 혜연이는 너희 둘 시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갈무리 문학회가 새로 영입한 시인들로 북저거리면서 다양한 시와 표현 솜씨가 여타 문학회를 능가했더라. 우동식, 하병연 시인이 빛난다. 이번에 <북에 새기다>의 시인 성미영도 그렇고~ 하지만 혜연이 시는 그냥 받아놓고 읽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잠이 안와서 가만히 내 속을 더듬었다. 오래지 않아 이유를 알아냈다. '질투'
생전 가까이 접해본 적도 없는 애가 같은 과 호상이를 말하면서 문학회에 들어오겠다고 했다. 더구나 대학교 향림문학회까지. 들어오자마자 회원들의 사랑을 받으며 나보다 더 열심히 시를 썼다. 물론 졸업 까카지 한 편의 시도 안 냈으니 소개한 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갈무리문학회까지 접수해버리고 문인협회 지회장까지 거머쥐었으니~ 문예창작과에 새로 밉학하여 곽재구 시인의 제자가 되었으니 나의 질투와 시기를 한 몸에 받았지.
점덕아, 신병은 선생님의 지도를 거부한 나의 오만함, 누구든 스승으로 삼고 제자가 되기를 소원한 겸손한 혜연이. 두 사람의 뒤끝은? 영감이 떠오를 때만 시를 쓰는 사람인 나, 죽기 살기로 목숨 바쳐 쓰고 또 쓰는 혜연이의 미래가 짐작된다. 시적 소질이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는 나와 숨어있던 소질이 꾸준한 노력으로 빛을 발하는 혜연이
나의 속마음은 이렇다. 아직도 나는 시에 대한 미련이 많다 그래서 혜연이의 두번 째 시집을 꼼꼼히 읽어 보련다. 어떻게 하면 갈무리문학회 시인들처럼 시를 쓸 수 있을지 고만하면서~ 이제야 잠을 잘 수 있겄다. 늦은 겨울밤이다. 안녕~ 굳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