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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1만여명이 넘게 살던 산골오지 작은 도시 탄광촌, 모운동! 그 많던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없어지고시커멓던 담벼락에는 아름답고 예쁜 동화이야기가 화사하게 피어납니다. 이제는 불과 36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하늘아래 첫 동네의 소박함으로 자리합니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88번 국도 옆으로 시원하게 흐르는 옥동천을 지납니다. 왼편으로는 와석1리의 들모랭이 마을이 위치하고, 오른편으로는 빨갛게 익는 사과가 무척이나 탐스러운 주문1리의 마을이 있습니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동화에 나오는 마녀가 백설공주에게 주었던 그 빨간 사과처럼 무지 무지 예쁘게 익어가는 사과밭 입니다. 연이은 세차례의 태풍이 몰고온 비바람에 하천이라기 보다는 강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옥동천에 물속 자갈들을 셀수 있을 정도로 맑게 흐르더군요.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가득했답니다.
오늘은 행정구역 명칭인 주문2리보다는 하늘아래 첫 동네, 동화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곳, 구름이 마을을 휘감고 많이 모이는 동네라는 모운동을 올라갑니다. 햐~ 이거 올라가는 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상수도관 공사를 하는 것인지, 구불구불 좁은 도로의 첫 입구부터 난관입니다. 지그재그, 굽이 굽이 돌고 돌아 오르는 망경대산 1000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한 화려했던 광산촌의 옛모습을 상상하며 이리 틀고, 저리 틀고 오르는 버스에서 무대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소년의 마음처럼 콩닥콩닥 뛰는군요.
지금은 그나마 비좁기는 해도 포장이 되어 수월하게 오를수 있지만..오래전 비포장 산길을 생각하니 아찔 합니다.
[사실 제게는 젊은 시절 잠시 우리나라 최대의 무연탄 생산 태백의 도계 경동광업소에서 광부로 삶을 사시다 작업갱도의 무너짐으로 반신불수가 되신 막내 숙부님이 계시답니다. 그렇다 보니 더더욱 이곳 광산촌 이었던 모운동 마을이 궁금했답니다. 사고가 나던 해가1989년...정확히 몇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록을 보니 우연하게도 그 날짜가 이곳 모운동 광산촌이 폐광이 되는 날이더군요. 한 가정의 가장을 평생 반신불구로 만들어 버린 도계 탄광의 붕괴 사고 였습니다. 갱도가 무너지면서 숙부의 척추를 건드렸던 것이지요. 그로부터 이십여년이 넘는 지금 여전히 휠체어에 의지한 채 어려운 삶을 살고 계십니다.....대학을 다니던 시절이라 방학때 숙부님 댁을 방문하곤 했었지요.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숙부님의 온 몸은 온통 석탄가루 투성이 였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당시만해도 어린 사촌동생들과 숙모님이 단란하게 희망을 품고 살고 계셨지요. 이제는 동생들도 서른살 가까이의 청년들이 되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광부라하면 막장인생이라 하여 고달픈 삶의 종착역같이 생각되던 때랍니다. 스레트 지붕에 비슷 비슷한집들(사택)이 무수히도 많았던 도계, 가운데 시커먼 계곡물이 하루 종일 흐르던 하천을 경계로 좌우로 즐비했던 마을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곳에서 살았던지 놀랍기만 합니다. 비록 숙부님이 사셨던 곳이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탄광촌의 애환과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계읍을 다녀 오고 싶어 집니다. ]
경사지고 구불 구불한 산길을 오르는 버스 속에서 더더욱 궁금해졌던 모운동 마을 이지요. 점점 높이 오를수록 산맥의 지형들이 발아래 위치합니다. 굽이치는 코너마다 가느다란 나무에 기러기 솟대들이 나그네의 방문을 반기더군요. 드디어 마을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평지는 아니지만 아침부터 떠오르는 햇살을 고스란히 전부 받고 있는 포근함이 밀려 옵니다. 집집마다 담벼락에 그려져 있는 마을 주민들의 솜씨에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 모든 벽화가 주민들이 직접 그려 넣은 것이라 하는 김흥식 이장님의 말씀이 믿기지가 않더군요.
오늘의 메인 사진은 동화이야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아닐까요! 백설공주 코 밑에 수염이? 방문했던 아이들중에 개구쟁이들이 그려넣었다고 하시더군요. ~ㅎㅎ
모운동! 마을의 오늘을 있게 한 지난날의 산증인 이신 김 흥식 이장님 이십니다.
세살때 이곳에 광부이셨던 부모님을 따라 정착을 하고 살았다 합니다. 성년이 되어 잠시 서울나들이를 갔다가 숨막히는 도시의 삶에 환멸을 느껴 되돌아와서 아주 잠깐 광부 생활을 하다 극구 만류하시던 아버님의 권유로 마을 구판장(구멍가게)을 운영하며 당시 교회의 유아들 교사로 취직을 해 온 지금의 아내 손 복용 여사님을 만나 가정을 이루셨답니다. 1989년 공해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되자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곳이 하나 둘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났답니다. 하지만 이장님께서는 황량해지는 모운동을 되살리고자 아내분과 함께 열정을 가지고 지금의 모운동을 만들어 내셨던 것이지요.
햐~ 정말 들고 계신 사진속의 모운동이 구름이 휘감고 머물다 가는 동네가 맞습니다.
아쉽지만 이번 방문에는 이런 멋진 사진을 담진 못했답니다. 마을이 하늘아래 첫 동네 동화마을로 알려지면서 모 신문기사에 났던 사진이라는데...이 사진이 다름아닌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것이 아니고 바로 김 흥식 이장님의 솜씨 랍니다. 사진 기자들도 마을을 감싸는 구름을 담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썻지만 순간을 포착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밝게 웃으시는 모습에서 오래전 도계탄광에서 일을 하시다 반신불구가 되신 숙부님과 참 많이도 닮으셨다는 생각이 설명 듣는 내내 들었답니다.
당시의 마을 전경사진을 들고 토속적인 사투리를 써가시면서
참으로 재미나게 말씀을 해주셨답니다. 사실 영월은 충청북도 지방과 경계에 있는 곳이라
어릴적의 충청도 사투리와 무척이나 그 기원을 같이 합니다. 마치 고향에 온 기분을 느꼈지요.
고향 마을 옆집 아저씨같은 느낌이 가득 했어요
옥동 광업소가 있던 모운동은 "검은 노다지"라고 불릴 정도로 큰 수입이 되었던 당시의 산업 이었답니다. 석탄을 생산하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만여명이 북적거리던 활기찬 마을 이었답니다. 작은 탄광촌에는 술집 요정도 4개나 생길정도로 활기가 돌았고, 극장, 우체국, 병원, 당구장,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교회도 무려 4개나 생기는 등 없는게 없는 마을 이었지만 화려했던 마을의 영화는 1989년 옥동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점점 썰물 빠지듯이 사그라져 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월급날이 되면 동네 강아지 개들도 입에다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였다고 하네요. 영월읍의 장터보다 더 바글바글 거렸던 모운동 마을, 생각만으로도 그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영화를 상영할 때면 와석리, 예밀리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이곳에 모여 들었다고 하니 가히 대단합니다. 아이들도 점방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는 돈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광부로 등록한 번호(예, 1000번) 도장을 가지고 도장을 받아 두어 월단위로 결제를 했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떠나려 하는 폐광촌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볼거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합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어둡고 삭막한 골목마다 곱디 고운 맨드라미, 채송화, 봉숭아등의 꽃을 심어 가꾸고, 검게 변한 담벼락 마다 동화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마을 주민들 스스로 직접 그려 넣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이러한 노력으로 거무튀튀한 회색의 폐광촌이 점점 화사하고 동화같은 마을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전국 아름다운 마을 경진대회에서 최종 8개 마을이 겨루는 심사에서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어 전국적으로 그 명성을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지요. 당시 노무현 정부시절 포상금이 대상에게 5억이 주어지는 것이었지만 정권이 바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금이 대폭적으로 삭감되어 딸랑 2백만원만을 받았다고 하십니다. ~~
자~ 동화속으로 저와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때마침 강아지를 데리고 마을 광장으로 놀러 나온 남매가 인상적 입니다.
관광객일까요? 아님 살고있는 아이들?~ 역시 시골에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해야 동네 같습니다. 바로 아이들은 희망이고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곳은 예전 장터가 열렸던 곳으로 피곤한 탄광촌의 삶에 활력과 애환을 달래주던 대포집과 연탄불에 보글보글 국밥이 끓던 곳이었을 겝니다. 검은 탄가루 뒤집어 쓰고 콧구멍, 귓구멍이 온통 검게 변한 고단한 광부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듯 잠시 발길을 잡더군요. 와글와글 장사치들의 물건파는 고함소리와 몇푼이라도 깍으려는 아낙네들의 흥정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부모 손잡고 따라 나온 아이들의 군것질 거리가 요란하던 곳! 지금은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아담한 공연장으로 사용 되어진다 합니다.
인어공주 와 양치는 소년 벽화 그리고 작은 미니 의자들^^
미운 오리새끼
아래의 건물은 영화관이었던가...아님 중국집 이었던가.. 아휴^^ 생각이 가물 거리네요
함께 한 일행들이 마을을 둘러보려 안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 바로 이곳은 마을 우체국 이면서 김 흥식 이장님의 댁이랍니다.
아마도 이장님이 안계셨다면 오늘의 동화같은 모운동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폐광촌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로 남았을지도...
이장님 댁 뒤편의 담벼락에 그려진 "멍청한 강아지" 이야기
저 녀석 물위에 비친 자신의 얼굴보고 짓다가 아마 뼈다귀를 물에 퐁당 빠뜨리고 말지요~~ㅎㅎ
조금 더 내려가면 보이는 연못 입니다.
이장님께서 직접 축조하신 곳이지요. 바로 옆의 느티나무에는 아담한 그네가 걸어져 있어 그 운치가 더 합니다.
집집마다 만들어져 대문앞이나, 담벼락에 걸어진 나무 우체통!
집의 주인장 이름을 집어 넣어 누구라도 누가 이곳에 사는지 알수가 있답니다.
도심에 문패가 없거나, 획일적인 이름만 떡하니 걸려진 집들이 다반사지만 이곳 모운동엔 모두가 이웃 사촌 입니다.
모운동 마을 동화 벽화중에서 유일하게 외부인의 손길이 가미된 작품 입니다.
엄지공주, 동물 음악대~~ SK텔레콤에서 극구 부탁을 요청하여 이장님께서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백설공주와 마녀의 거울 벽화 앞에서 여러가지 설명을 곁들여 주시는 김 흥식 이장님
풍선타고 날으는 돼지!
거울아 ~ 거울아~ 이 세상에 누가 제일 예쁘지?~~ㅎㅎ
함께 했던 일행중에 지사님께서 고운 미소를 주십니다.
오호~
황소 한마리도 풍선을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재크와 콩나무 같습니다. 그쵸?
황소를 닮으려 하는 어리석은 엄마 개구리 !
개굴엄마! 그만 이제 그만 ~~그러다 터져요!
화단의 담벼락도 아기자기하게 그림들로 수를 놓습니다.
와우~~
여기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제발 거위 배는 가르지 마세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요~~!
파란색 지붕이
파아란 하늘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그 위에 살짝 올려진 빨간고추가 가을 햇살에 무척 예쁘게 보이는군요.
음...이건 뭐지?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 이군요.
서로의 입장 차이를 모르고 친절을 베풀었던, 우리는 서로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1970년대, 80년대 옥동 광업소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그 시절, 남편은 이곳에 먼저 들어와 광부로 자리를 잡고 나서야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남편이 있는 곳을 찾아 짐을 싸들고 오는 길에서 아낙들은 모두 네번을 놀라게 된다고 하더군요. 우선 굽이 굽이 산등성이를 지나서 올라가야 했던 비포장 버스길이 그러하고, 어느덧 날이 저물어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고개에 올라서면 왠만한 도시 풍경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불빛들에 놀라고, 이튿날 아침에 보이는 낡은 판자집들의 낡은 풍경에 어제밤 보았던 불빛들의 환상에 가슴이 미어져 놀라고, 너무나도 비슷하게 지어진 집들로 인해 자신의 집을 못 찾아 놀란다는 김 흥식 이장님의 말씀에 왠지 마음 한구석이 아려 오는 듯 합니다.
개미와 베짱이
가운데 파란색의 벽면이 가로막은 이유는 ......?
다름 아닌 집안으로 냉장고가 들어갈 곳이 없어서 이 부분을 떼어내고 붙이느라 그랬다는 이장님의 설명이 있습니다. ㅎㅎ
용궁으로 간 토끼~ 별주부전
이곳은 학교 관사로 쓰이던 사택 입니다.
하하~ 여기 벌거벗은 임금님 벽화는 최근에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금빛 별가루를 뿌려주는 천사님들... 근데 왠지 쪼매 뚱뚱하신 천사님들 이네요^^
비오는 날 물방울들의 합창!
마을 골목길마다 고운 맨드라미가 고운 자태를 뽐내며 한가로이 아침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마을 중앙에 있는 구 농협 건물로 쓰여졌던 건물이 탄광촌의 고단한 삶과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자료 전시관으로 사용 되어졌는데..내부 수리중으로 볼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마을 전체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뷰 포인트에서 마을 전경을 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 입니다.
동화속 이야기가 풍성한 하늘 아래 첫 동네, 모운동!
비가 개인 날 아침이면 구름이 마을 전체를 휘감아 신비함을 드러내는 모운동!
가을 운동회 날이면 모운동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800여명의 학생들과 뒤내 마을 예밀분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던 화려했던 모운동! 사람들로, 장사치들로 북적이던 그 날엔 부모들의 손을 꼭 잡지 않았다가는 미아가 되버리기 쉽상 이었답니다.
어린시절 충청도 시골 초등학교를 1년간 수학했던 푸른희망이도
이장님의 오랜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내 유년의 추억이 되살아 나는 행복한 공간 이었습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1000미터가 넘는 망경대산 꼭대기의 탄광촌과 800여미터의 중턱에 자리하고 일만여명이 생활했던 모운동~
아직 다녀 오지 않으셨다면 이번 가을에 한번 여행계획으로 좋습니다. 해발1000미터 고지에서 타고 내려오는 스릴 만점의 산악자전거길, 광부의길을 트랙킹 하면서 명상을 하는 것도 추천 하는 곳입니다.
몇 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충청도 내고향아저씨 같은 푸근함이 좋고,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했던 이장님!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마음으로 기원 드립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동화마을입니다.
즐감하고 가요 ^^
하누리님~ 이장님의 특유한 사투리 말씀에서 유년의 기억들이 되살아 났던 행복한 시간 이었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동화를 그렸기에 더 의미가 있는곳인것 같네요.
내가 직접 만든것이 값지듯... 마을분들의 수고가 녹아 있어 더욱 그러합니다.^^
아름다운 동화가 함께하는 폐광촌이 더욱 마음을 애잔하게 하는 곳입니다.
탄광촌의 어느 장날의 왁자지껄한 모습이 스치듯이 고단했던 광부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이었어요
사진속의 여블단이 이쁩니다^^
맞아요^^
ㅋㅋㅋ그림들 완전 이뻐요 색깔이 완전 조아요
마음으로 그렸으니 더욱 예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