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우리를 구원하는 건 순수한 사랑뿐!
‘책은 얼어붙은 의식의 얼음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프란츠 카프카는 말한바 있는데 1Q84를 읽으며 인간의 욕망과 죄와 수수한 사랑과 의무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또한 ‘작가는 시대의 문제를 제기한다’고 안톤 체홉이 말하였는데 이 책은 지옥의 묵시록같이 이 시대의 음울하고 혼란스런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며 독자로 하여금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하게 한다.
세기말적 현상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선악에 관한 가치기준들이 애매해지고 진짜와 가짜가 도통 헷갈리기만 한 가운데 인간의 구원은 가능한 것인가?
이 책의 배경은 옴 진리교의 1995년 도쿄지하철 독가스 사건과 조지오웰의 <1984>를 모티브로 썼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
책 제목 1Q84의 Q는 의문부호question mark의 Q인데 이는 <1984>라는 책에서 변용한 것이며 . 알다시피 <1984>는 소위 big brother(대형)가 인간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의 암담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이와는 다른 세계인 1Q84는 little people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리틀 피플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집단 무의식에 가깝다 할 수 있는데 눈에 확연히 보이지 않는 cctv 같으면서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들인데 편협하고 병든 정신과 인격체로 판단능력이 상실되고 우리의 발밑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무라카마 하루키 작가가 설정한 두 개의 달 -노란 달과 파란달이 떠 있는 세계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상태를 암시한다. 사랑하지만 결합되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두 남녀, 선과 악의 평형parallel과 공존, 세상의 종말과 새로운 세상의 출현을 복합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이 작가의 첫 직업이 레코드 가게 직원이었는데 해박한 음악지식이 책 곳곳에 녹아 있고 이 책도 플롯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12음계를 균등하게 장조와 단조로 24곡 , 1권과 2권 48곡으로 되어 있는 구성을 똑같이 모방하여 만들고 있다.
한편 액자소설이라 하여 소설속의 소설형식으로 절판된 안톤 체홉의 <사할린 섬>을 다시 살려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거의 90%에 가까운 작가들의 대표작이 데뷔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하루키는 2000년대 들어 늘 지금 쓰고 있는 게 대표작이라고 주장하는 듯 초기 작품들에 비해 엄청 성장하였고 서양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적이지 않다는 평을 받는 global한 작가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외국문학에 배타적인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독서토론은 삭막하고 불온한 시대 , 사랑과 인연의 안타까운 엇갈림과 상실의 아픔을 겪어본 독자로서 공감의 농도는 진하게 와닿았고 상상력의 꽃이랄 수 있는 소설읽기에 재미를 붙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함께 참여한 어느 회원의 경우 성폭력 등 부당한 횡포를 응징하는 여주인공 아오마메의 복수에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였다고 토로하였다.
인상적인 구절들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은 싸구려 연극에 불과”(p323)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인간은 결국 단순한 탈 것carrier에 불과하고 거쳐가는 것에 불과해요 유전자는 무엇이 선하고 악하냐이건 상관하지 않아요 우리가 행복하고 불행한 건 생각하지 않아요 . 인간은 단순한 수단에 불과하니까. 그들이 고려하는 건 단순한 효율성뿐 ”(P. 456).
‘인간은 유전자의 숙주일 뿐이다’는 진화론자 리처드 도킨스의 사상과 비슷한 표현. 그럼에도 인간은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고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는 모순! 단선형이 이 아니라 복잡하고 변이되고 굴절되는 게 인생 아닌가?
"자신이 배척당하는 소수가 아니라 배척하는 다수에 속한다는 것으로 다들 안심을 하는 거지. 아, 저쪽에 있는 게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하고. 어떤 시대든 어떤 사회든 기본적으로 다 똑같지만 많은 사람들 쪽에 붙어 있으면 성가신 일은 별로 생각하지 않아도 돼."( P.160)
무사유와 획일화된 대중사회와 전체주의의 함정과 위험성이 아닐까 ? 집단시스템과 개인의 문제로 조직인으로 몰개성.비인간화되어 가는 인간의 실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의 비율이 균형을 잡고 유지되는 것이야" (2권-p.324)
"모든 일에는 반드시 두 개의 측면이 있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덴고는 말했다. "좋은 면과 그다지 나쁘지 않은 면, 두 가지입니다." ( P.258)
이 표현은 정신분석학자 C.융이 말한 빛과 그림자의 아이디어와 상통한다. 지나친 이분법적인 사고의 위험성!
인간은 뇌의 확대에 의하여 시간성이라는 관념을 획득할 수 있었고 동시에 그것을 변경하고 조정해가는 방법 또한 몸에 익혔다 (p. 581)시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 죽음(상실,공백)과 다른 세상의 열림
: "나는 내가 가장 두려워.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는 게. 나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게." (P.624 )
지금까지의 20년동안 , 덴고는 그 소녀의 손이 남기고 간 감촉의 기억과 함게 살아왔다 . 앞으로도 똑같이 , 이 새로운 온기와 함께 살아갈 수 있으리라 (P.596).
상실의 시대 , 우리를 구원하는 건 오직 순수한 사랑!
첫댓글 1Q84 1권 2권 3권을 합치면 2000페이지가 넘드군요 재작년 여름은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초등학교 시절 잠시 스쳤든 인연의 고리가 남긴 사랑의 험로(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겄네) 그래서 읽을만 했든거 같았어요 /오늘 천년후애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