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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맥/洛南正脈
지리산의 영신봉(靈神峰)에서 김해 분성산(盆城山)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인식하던 한반도의 산줄기체계는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상에서 비롯된 이들 맥은 10대강의 유역을 가름하는 분수산맥을 기본으로 삼고 있어 대부분의 산맥 이름이 강 이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낙남정맥은 낙동강 남쪽에 위치한 정맥으로,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끝나는 지리산의 영신봉에서 동남쪽으로 흘러, 북쪽으로 남강의 진주와 남쪽의 하동·사천 사이로 이어져, 동쪽으로 마산·창원 등지의 높이 300∼800m의 높고 낮은 산으로 연결되어 김해의 분성산(360m)에서 끝난다. 서쪽에서는 섬진강 하류와 남강 상류를 가르고, 동쪽에서는 낙동강 남쪽의 분수령산맥이 된다. 연결되는 주요산은 옥녀산(玉女山, 614m)·천금산(千金山)·무량산(無量山, 579m)·여항산(餘航山, 744m)·광로산(匡盧山, 720m)·구룡산(九龍山, 434m)·불모산(佛母山, 802m) 등으로 그 길이는 약 200㎞이다. 이 산줄기는 전라도지방의 호남정맥(湖南正脈) 남쪽 산줄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남해안지방과 내륙지방을 자연스럽게 분계하고 있다. 이 산줄기의 남쪽 해안지방은 연평균기온이 제주도 다음으로 따뜻한 14℃이며, 난온대산림대(暖溫帶山林帶)를 형성하고, 귤나무의 북한계가 된다.
<이곳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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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남정맥 개념도.
# 1구간(영신봉~고운동재), 2011년 10월 15,16일. 가을이 한창 익어 갈 무렵 낙남길에 나섰다. 낙남은 그
출발지가 지리산이니 내 고향인 진주로 가야 한다. 고속버스 타고 진주로, 다시 새벽 첫차로 지리산으
로 들어갔다. 거림에서 짐 꾸려 영신봉을 오르는데 지리는 시방 가을이 한창 익어가고 있더라.
# 세석대피소 지나 낙남의 출발지인 영신봉을 올랐다. 그곳에 간단한 제물을 차리고 천지신명께 무사한
낙남길을 기원하였다.
# 원래 계획은 묵계치 쯤에서 1박을 할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해찰부리
느라 진행이 늦고 외삼신봉 암봉에서 길을 못찾아 헤맨 후 바위에 매
달려 아찔한 순간을 보내는 등 사연이 많아 외삼신봉 지나 암봉 아래
에서 야영을 하였다. 밤새 비가 퍼부었는데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불
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숲에 물기 하나 없이 다 말랐더라.
# 2일째는 1대간 9정맥 중 가장 악명 높은 묵계치 구간의 산죽밭을 지
나게 된다. 살다살다 이런 산죽밭은 난생 처음이다. 딱 사람 키 높이
로 자란 산죽이 등로에 빽빽하게 자라 있어 물살 가르듯 손을 앞으
로 뻗은 채 헤쳐 나가야 했다.묵계치 이후의 991봉은 가파른 오르막
을 산죽과 싸우면서 올라야 해서 엄청 힘이 들었다.
# 산죽과 싸우느라 너무 지쳐서 고운동재에서 멈추기로 했다. 인근 계곡에서 알탕 한번 하고는 말 많고
탈 많았던 고운동호를 구경하였다.고운호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심각한 환경파괴를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더라.
# 2구간(고운동재~돌고지재), 2011년 11월 13일. 정신없이 바쁜 회사일때문에 한 달만에 다시 낙남길에 나섰다.
이 구간은 고운동재를 출발해서 길마재, 칠중대고지, 양이터재, 방화고지 등을 지나 돌고지재까지 걸어야 한다.
그 중 양이터재는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곳이라 쉼터와 화장실을 갖추고 있었다.
# 낙남길 때문에 고향 진주를 자주 들르게 된다. 고향 떠나온지 이십오륙년 만에 이 즈음에 가장 자주 고향을 찾게
되었나 보다. 이십육년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진주의 고속터미널.
# 3구간(돌고지재~원전고개), 2011년 11월 20일. 토욜날, 오랫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 막걸리 한 잔 나눴는데
뒷날 새벽 그 친구덕분에 편하게 돌고지재까지 갈 수 있었다. 참으로 오래된 친구인데 사는게 바빠 자주 만
나지는 못하고 있다.
# 이 구간은 천왕봉을 기점으로 지리산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되고 산의 높이도 급격하게 낮아지게 된다. 천왕
봉은 지리의 상봉과 그 이름이 같은데, 정상에 서면 지리 주능의 천왕봉이 바로 건너다 보이는 것이 이 산이
름이 왜 천왕봉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된다.
# 4구간(원전고개~비리재), 2011년 12월 25일. 정맥은 하동 옥종을 지나 사천의 곤명, 나동, 유수로 향하게 된다.
이 구간의 산들은 나즈막한 동네 뒷산 분위기이고 내도록 농장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나동 공원묘지를 지나
솔티고개를 지나면 진양호반이 내려다 보이는 태봉산에 오르게 된다.진양호는 내가 소싯적에 낚시하러 뻔질나
게 드나들던 호수이다.
# 5구간(비리재~돌장고개),2012년 1월 15일. 이제 해가 바뀌어 2012년이다. 정맥길도 강/사/랑의 고향인 진주를
입구쪽에서 지나게 된다. 낙남하면서 고향을 연속으로 방문하게 되고 터미널 앞 찜질방은 주인과 안면을 익힌
사이가 되어버렸다. 용의 해를 맞아 진주 입구의 와룡산에서 천지신명께 나름 제를 올리기도 하였는데, 뜻밖에
고향땅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기도 하였다. 사진은 진주분기점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해돋이 공원.
# 6구간(돌장고개~배곡고개), 2012년 1월 29일. 이 구간에서 정맥은 객숙치, 봉대산을 넘
으면서 고성군 관내로 들어서게 된다. 양전산, 부련이재, 대곡산을 넘고 날이 어둑해져
갈 무렵 날개를 다친 독수리를 만나게 된다.
# 덩치가 엄청나게 큰넘이고 부리가 날카로워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그래서 고성군청 문화재과에 전화해서 구조
를 요청했다.고성군청 공무원이 자기 관내의 지리를 잘 몰라 한시간 반 넘게 통화를 하고 야베스농장 입구 도로
에서 기다린 후 그들을 만나 독수리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어두워지는 산길을 달려 배곡고개에서 산행
을 마친 후 택시 타고 진주로 가서 귀경하였다. 도중에 궁금해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니 내가 알려준 위치에
갔는데 독수리가 없더란다. 아마도 독수리가 다시 날아 갔나보다라고 얘기하는데 더이상 추궁할 수가 없어서
수고했노라 치하했다. 그러나 그 다음주에 그곳을 지난 다른 정맥꾼들이 내가 말했던 위치에 죽어 있는 독수리
의 주검을 발견했노라고 내 블로그에 글을 남겼더라. 결국 그 고성군청 담당자가 귀찮아서 산을 올라 가지 않았
다는 얘기이고 안타깝게 홀로 굶어 죽었다는 얘기인 것이다. 본분을 망각한 인간들의 무지함이 한 생명이 덧없
이 사라지게 만들었구나... 이 사진이 결국 독수리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다...
# 7구간(배곡고개~배치고개), 2012년 3월 25일. 정맥은 고성의 천황산, 대곡
산, 무량산, 백운산 등을 지나게 된다.지난 구간 산속에서 만났던 독수리가
구조를 받지 못하고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내내 슬픈 마음으
로 산길을 걸었다. 지난 구간 대곡산이 건너다 보이는 같은 이름의 대곡산
정에서 독수리를 위한 간단한 제를 올려 독수리의 영혼을 위로했다.
# 대곡산정에 서면 드디어 남해바다를 조망하게 된다. 대곡산이 낙남정맥의 최남단인 탓이다.
# 8구간(배치고개~발산재), 2012년 4월 7일. 겨울 한철동안에 마무리 지으려고 생각했던 낙남길이 봄이 깊어가도
록 아직 갈길이 멀다. 매봉산, 봉광산, 필두봉, 용암산, 깃대봉을 넘으면서 행정구역도 고성을 지나 마산시 관내
로 접어들게 된다.
# 깃대봉에서 돌아본 지난 정맥길. 첩첩한 산그리매에서 오르내림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 이후 진주에서 낙남정맥을 비슷하게 진행하고 있는 해리님 내외와 진주 산꾼 객꾼을 만나 봄밤이 깊도록 술잔을
나누었다. 찜질방에서 자고 뒷날 진주중앙시장의 유명한 제일식당 해장국을 먹었다.
# 9구간(발산재~한치), 2012년 4월 14일. 정맥길은 본격적으로 마산 관내로 들어가고 마산과 함안에 걸쳐 있는
명산인 여항산을 넘게 된다. 하늘에 맞닿아 있는 미산령을 거쳐 여항산을 오르는데 힘이 무척 많이 들었다. 여항
산은 낙남의 여러 산중 손 꼽을 만한 조망처이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천지기운을 마음껏 받았다.
# 일상에 지쳐 있던 시절이라 산행 도중 엄청나게 졸립고 피곤해서 혼이 났다. 꾸벅꾸벅 졸면서 서북산을 올랐다.
그 때문이었나? 서북산을 내려서 대부산을 오른 후 한치로 가지 않고 엉뚱하게 우틀하여 진북면의 베틀산쪽으
로 가는 엄청난 알바를 하고 말았다.
# 캄캄한 밤길을 두어시간 넘게 헤맨 후에 겨우 진북면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한 구간 앞서 진행한 해리님 내외가
한치에서 오래 나를 기다렸다. 완전히 탈진해서 택시 불러 한치로 가서 두분을 픽업해서 진동면으로 갔더니
마침 미더덕축제를 하고 있더라. 같이 막걸리 한 잔 나누고 다시 마산으로 나가서 찜질방에서 잤다.
# 10구간(한치~마재), 2012년 6월 3일. 이제 정맥은 온전히 마산시를 통과해서 마산의 명산인 광려산과 무학산을
넘게 된다. 접근도 이제는 진주가 아니라 마산으로 바로 가게 된다. 사진은 광려산 일대의 모습이다.
# 대산, 대곡산을 지나 무학산을 오르는데 이른 더위로 무척 힘이 들었다. 무학산은 마산의 진산이라 정상에 서면
항구도시 마산이 모두 발 아래 조망되어진다.
# 마산앞바다와 돛섬의 모습이 보인다. 80년대 후반 첫직장을 때려 치고 잠시 이곳저곳 떠돌때 저 섬 부근에서
하루를 보낸 일이 있다. 참 오래된 옛날일이다.
# 11구간(마재~신풍고개), 2012년 6월 17일.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의 원칙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1대간 9정맥이야 산자분수령이
대원칙이기는 하지만 간혹 어쩔수 없는 환경변화때문에 부득이 작은 물길
을 건너야 할때도 있다.이번 구간의 중지고개 지난 곳에 작은 물길을 건너
는 곳이 있는데 원칙을 고집하고 가시덤불속으로 표지기를 매단 선답자때
문에 한시간 넘게 가시덤불 속에서 헤매어야 했다.
# 그 알바로 인하여 맥이 빠진데다 날씨까지 엄청나게 더워 땀을 아주 많이 흘리며 걸어야 했다. 힘들게 천주산을
올랐는데 창원시 일대가 발아래 펼쳐진다. 창원은 공업단지때문에 형성된 계획도시라 도시가 모두 바둑판 모양
이다.
# 땀을 엄청나게 흘렸고 너무나 더워 중간에 아이스께끼를 두 개나 사 먹었다. 천주봉에 올랐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 12구간(신풍고개~나밭고개), 2012년 6월 23,24일.6월달인데 이 남쪽나라는
이미 폭염의 한여름이다. 막바지의 낙남길 첫날은 신풍고개에서 정병산을
넘고 진례산성과 청라봉, 대암산, 용지봉을 거쳐 냉정고개까지 가게 되는데
행정구역은 이미 김해시에 이르렀다.
# 낙남은 갈수록 산세가 험해지는 것이 꼭 강원도 어느 산줄기를 보는 기분이 든다.
# 힘들게 오른 용지봉은 그만큼 멋진 조망을 보여준다.
# 냉정고개에서 버스 타고 김해 장유로 내려가서 어느 식당에서 허기를 달래고 막걸리도 한 잔 하고 있는데 나보
다 한 구간 앞서 낙남을 졸업한 해리님내외와 뚜벅이 부산사람들과 낙남졸업 파티를 마친 후 김해 사시는 노고
지리님 차편으로 함께 김해장유로 달려 왔다. 소라찜 잘한다는 집에서 뒷풀이를 하였다.
# 낙남을 먼저 졸업해버린 이들은 찜질방에서 계속 자고 있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짐 꾸려 다시 정맥길에 들었
다. 냉정고개에서 황새봉, 쇠금산 등을 넘고 거대한 공동묘지도 두어개 지나고 김해시로 가까워지면서 망천고
개 거쳐 나밭고개까지 걸었다. 숲속엔 산딸기가 가득하더라.
# 13구간(나밭고개~매리), 2012년 7월 29일. 겨울 한 철을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보낼 작정으로 시작했던 낙남길이
가을, 겨울, 봄을 거쳐 여름이 완전히 깊어진 후에야 겨우 졸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 졸업에
나선 날은 그 여름 들어 가장 기온이 높아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내린 날이다. 특히 저녁에 KTX를 갈아 탄 밀
양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다. 김해의 찜질방에서 자고 새벽 일찍 나밭고개 천리교당 앞에서 산
행을 시작하였다. 저 사진을 찍을 무렵 천리교당의 커다란 개와 잠시 대치를 하였다.
# 날이 더워 판단력이 떨어졌던지 가야골프장으로 가야 되는데 엉뚱하게 정맥 우측의 김해천문대로 가는 엄청난
알바를 하고 말았다. 결국 엄청나게 우회해서 은하사 거쳐 신어산을 바로 치고 올라야 했다. 사진 우측의 구름
아래로 내려 와서 이곳으로 와야 하는데 뒷쪽의 산줄기 타고 천문대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 신어산은 김해의 진산으로 가야의 수로왕과 허왕옥왕비의 신화가 어린 산
이다.회사에서 함께 산행왔다는 두 여성에게 모델이 되어 줄것을 부탁해서
정상사진을 남겼다.
# 정말로 엄청나게 무더운 날이었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나중에 산행마치고 확인하니 체중이 무려 3.5kg이나
빠졌더라. 신어산 동봉, 생명고개, 감천고개 등을 거쳐 동신어산으로 향하는데 드디어 낙동강이 모습을 드러
낸다. 몇일 뒤 저 반대편 강변에 있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였다.
# 낙남정맥 마지막 이름있는 봉우리인 동신어산. 홀로 졸업이라 그냥 정상표지석만 남겼다.
# 날씨가 너무나 더워 물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마지막 봉우리를 넘어 매리로 내려 섰는데 목이 너무나 말라 낙동
강으로 내려가는 것은 생략하고 인근 마을로 달려 가서 물부터 얻어 먹어야 했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뙤약볕이
워낙 강해 강으로 내려 가지는 못하겠더라. 강변도로 현수막에 적힌 낙동강 글씨로 강물을 대신하였다.
이로써 지리산 영신봉에서 출발한 낙남정맥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동안 하동, 사천, 진주, 고성, 마산, 함안, 창원을 거쳐 이곳 김해에 이르렀는데, 이 낙남길이 고향인 진주를 기점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 고향 떠난지 26년동안 가장 활발하게 고향을 찾게 되었다.
덕분에 옛친구들도 만나고 잊혀진 일기장속에 있던 옛추억도 더듬을 기회가 많았으니 낙남정맥길은 나에게 있어 또다른 의미를 가진 산길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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