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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안나푸르나 설산의 테라스, 포카라(Pokhra)
►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연봉의 웅자
► 네팔인들은 포카라에 오면 으레 호숫가의 중앙에 있는 바라히 가트(Varahi Ghat)에서 둥가스(doongas)라는 보트를 타고 호수 가운데 떠 있는 섬으로 간다. 그리고는 비슈누신을 모신 바라히 만디르(Varahi Mandir) 템플에서 푸쟈를 올린다.
► 평화의 스투파에서 내려다 본 페와탈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페와탈 호수 속에 투영되어 있는 안나뿌르나 연봉의 환상적인 모습
► 석양무렵의 페와탈 호수가의 카페들은 촛불을 켜고 손님을 유혹한다.
► 페와탈에서의 둥가스 뱃놀이
► 카트만두로 가는 마이크로버스와 로컬버스 그리고 야간버스는 프리티비 촉(Prithivi Chowk)이란 곳에서 타면 되고 안나푸르나, 바글룽, 좀솜, 무스탕으로 가는 로컬버스는 바글룽 버스팍(Baglung bus park)에서 타면 된다. 그러나 카트만두, 무스탕, 좀솜, 룸비니, 치트완 가는 투어리스트용 버스는 레이크사이드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타야 한다.
► 고풍스런 구 시가지를 걷는 맛도 쏠쏠하다.
포카라를 수식하는 미사어구는 많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는 ‘안나푸르나의 베란다’ 라는 말이다. 필자가 과문하여, 베란다(Belanda)와 발코니(Balcony)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간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 전원주택에서 비유해보자면, 테라스란 가옥의 본채와 정원 사이를 연결하는 부속적인 휴식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게 올바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베란다는 특히 한 잔의 차를 마시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다.
여기서 전원주택의 본채를 안나푸르나로 비유해 본다면 페와탈 호수가 정원이 될 것이고, 호수를 본채로 본다면 설산이 정원이 될 것이기에, ‘안나푸르나의 베란다’는 말하자면, 페와탈 호숫가 벤치에 앉아 호수 속에 투영되어 있는 안나푸르나 설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설산이 호수 속으로 풍덩 들어가 잠겨 있는 정경이니 어찌 범상한 풍광이리….
여기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거울 같은 수면으로 붉은 저녁 해가 떨어질 때 사랑하는 연인과 둘이 보트에 앉아 있다면? 이 얼마나 낭만적일까? 그 느낌은 독자들 개개인의 상상력에 맡기겠지만, 아무튼 ‘절경(絶景)’이란 말이 어울리는 광경이다. 절경이란 끊어질 ‘절’자와 경치 ‘경’이니 바로 “경치가 끊어진 곳” 이라는 다분히 선문답(禪門答)적 뉘앙스가 풍기는 것은 사실이다.
안나푸르나는 한 개의 봉우리가 아니고 그 치마폭에 여러 자매봉을 거느린 넉넉한 연봉의 형태이다. 그래서 ‘풍요의 여신’이란 닉 네임이 붙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제1봉만이 8,12m가 넘고 나머지 제2봉, 제3봉 그리고 남봉(A. South, 7,219m)은 높이는 주봉보다는 못하지만, 역시 장엄하게 함께 솟아 있다.
여기서 이채로운 것은 그 여신들 사이에 유일한 남성 신격을 가진 마차푸차레(Machapuchare 6,914m)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산은 특히 로드 시바(Lord Shiva)가 주석하고 있는 산이기에 인간의 출입이 금지된 성산인데, 모양이 물고기꼬리를 닮아서 일명 ‘피시 테일(Fish Tai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풍요의 여신 속에 유일한 남신이 꼬리만 내놓고 박혀 있는 모습은 마치 힌두 쉬바이즘(Shivaism)의 음양합일의 심벌인 링가(Linga:Liṅgam)과 요니(Yoni)를 자연적으로 배치해 놓은 것 같은 형국이어서 딴뜨리즘(Tantrism) 그 자체를 뜻하고 있다. 링가는 힌두교에서 시바 신을 상징하는 남근상(男根像)으로 힌두이즘에서는 생식력의 심벌로 숭배되어 인도와 네팔 전역의 사원에 아주 중요한 모티브로 모셔져 있는데, 주로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요니' 위에 꼿꼿이 곧추선 채로 서 있어서 힌두이즘을 이해 못하는 이방인들의 눈에는 해괴망측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링가'와 '요니'의 의미와 상징은 음양의 원리는 일체유정물의 생명 탄생 그 자체이기에 영원히 분리될 수 없다는 시각적인 상징성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힌두이즘에서 로드 쉬바의 원래 신격은 파괴의 역할을 맡은 삼주신[Trimurti]이 하나이다. 창조는 파괴의 다음 단계이니 파괴가 더 중요하다는 힌두이즘의 논리는 질서정연하다. 그러나 한 편 시바신은 본래의 역할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매우 괴팍하고 독특하다.
그의 원래 고향은 서부 티베트고원인 솟아있는 지구별 최고의 성산인 카일라스(ST Kailash)이다. 그의 어(御)부인은 히말라야 신의 딸인 빠르바띠(Parvati) 라는 절세미인이다. 그러나 시바는 항상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 못해서인지 가는 곳마다 그럴싸한 로맨스와 씨앗을 뿌리고 다닌다. 말하자면 힌두이즘 최고의 바람둥이이다. 그는 오늘도 여기 마차푸차레 성산에 거꾸로 박혀서 거대한 꼬리를 움직여 우주를 헤엄쳐 다니고 있을 것이다.
포카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설산은 안나푸르나 연봉만은 아니다. 시내에서 보자면 왼쪽(서쪽)으로부터 안나푸르나 연봉의 최고봉인 1봉(8,214m), 시내와 가장 가까운 남봉(7,219m), 강가출리,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등이 지호지간으로 바라다 보인다. 그들 설산들은 대개는 구름과 안개에 가려져 있지만, 하루 몇 번 정도는, 특히 일출 대나 일몰 때는 살짝 베일을 걷고 사바세계 인간들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필자가 3년 동안 살고 있는 안나푸르나 산기슭 비레탄티 마을에서 포카라는 로컬버스로 1시간 반 거리이다. 이 도시는 인구가 20여만이나 되는 대도시이다. 우리나라에야 20만 명 정도면 대도시의 일개 구에 해당되지만, 네팔에서는 수도 카트만두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동쪽으로 200여Km 떨어져 있는 수도 카트만두가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혼잡스러운 반면에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설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데다가 페와탈(Phewa Tal)이라는 호수를 끼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쾌적하고 그리고 아름답다.
그래서 예부터 세계적인 휴양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포카라의 기후가 온화한 것도 큰 매력중의 하나이다. 해발 800m 정도의 고도에 위치하지만, 기후 자체가 아열대이기에 겨울에도 노천에서 꽃들을 볼 수가 있다. 추운 겨울이 없고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인간들의 심정을 그 만큼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또한 그 외에도 포카라는 휴양지로서의 모든 관광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고 주위에 볼만한 구경거리가 즐비하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팔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포카라는 시내 곳곳에 ‘뷰 포인트(View Point)’가 있다. 그곳에서는 히말라야 연봉들이 언뜻언뜻 바라다 보인다. 그런 곳에서는 길을 가다가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 절반쯤에 눈부신 여신이 나타났다가 또 한 굽이 돌면 사라져 버리는 식이기에 가끔은 길을 가다가도 넋을 놓고 한 참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떼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설산 바라보기’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낮보다도 이른 아침의 일출이나 저녁나절의 일몰 때는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 그 광경은 지난 3년 동안 매일같이 보아 왔어도 질리거나 싫증나지 않는 광경이다. 어찌 보면 필자도 그런 유혹에 빠져 3년씩이나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나 할까?
포카라는 옛 무스탕 왕국 쪽으로 뻗어나간 옛길을 따라 조성되었던 구도시 지역과 카트만두 쪽으로 뻗어 있는 신도시 상업구역과 관광지구인 페와탈 호숫가의 3개 구역으로 나눠지는데, 최근에는 아무래도 시가지의 무개중심은 ‘레이크 사이드(Lake Side)’라는 거리로 몰리는는 추세이다. 이전에는 ‘댐 사이드(Dam Side)’라는 곳이 관광지로 개발되었는데, 언제부터 인가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말하자면 돈과 물건이 모이는 곳으로 사람들도 모여들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카트만두의 타멜(Tamel)거리가 전 세계 배낭족이 모여드는 아지트인 것처럼 레이크 사이드도 다양한 특성과 가격대를 가진 숙소와 각국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식당과 달랑 맥주 한 병 시켜놓고 하루 종일 노닥거리기 좋은 카페가 즐비하여,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느긋하게 시간을 때우기 좋다.
과거 한 때, 히피족(Hippie)이라 불리던 전후 반전세대와 물질보다는 영적이며 신비적 체험에 몰두하던 뉴에이지 마니아들이 포카라로 모여들었다. 그들이 히말라야 기슭으로 모여들었던 배경을 몇 가지로 꼽아 보자면, 우선 ‘자연으로의 회귀’를 모토로 삼는 히피들과 힌두적인 삶이 상당부분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현생에서의 가난과 고난을 신의 뜻으로 받아 들여서 가난하지만, 오늘 하루만은 무엇이든지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려는 힌두인들의 삶 속에서 히피들은 아마도 대리만족을 느꼈기에 포카라를 마치 고향처럼 죽치고 머물렀을 것이다.
다음 이유로 ‘행복한 담배[Happy Smok]’즉 대마초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점도 그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현재는 포카라를 포함한 네팔 전역에서 대마는 금지품목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얼마든지 싼 값으로 구할 수 있었던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대마초 한 개비에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현재 네팔 당국은 법적으로 제제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아직 포카라에서는 대마초만큼은 관대하게 대하는지, 자유롭게 사고 팔고 피우는 광경이 쉽게 눈에 띈다.
그러나 요즘은 포카라가 ‘히피들의 아지트’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트렉킹의 B.C로 변해가고 있다. 정규 히말라야 원정대들 뿐만 아니라 가벼운 차림으로 안나푸르나의 다양한 트렉킹을 즐기러 온 트렉커들이 포카라로 모여든다. 그 외에도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번지점프 같은 자극적인 스포츠를 즐기러 오는 신세대적 취향의 젊은이들도 따라서 모여든다. 그런 추세에 힘입어 히말라야 트레킹을 직접 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3분의 2가 이곳 안나푸르나 지역을 찾을 만큼 트레킹 붐이 불고 있다.
우리 독자들 중에서 혹 포카라에 들리시게 되면 둔가스(doongas)라는 보트를 타고 우선 호수 가운데 섬에 들려서 비슈누신을 모신 바라히 만디르(Varahi Mandir) 힌두사원을 참배하고 여행길의 순탄함을 가볍게 빌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된다면 배로 호수를 건너서 가파른 산을 올라가서 하얀색 ‘피스 스투파(Peace Stupa)’가 있는 정상까지 가는 것은 금상첨화이다. 그러면 눈 아래 페와탈 호수와 더불어 포카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올 것이다. 물론 날이 맑으면 호수 넘어 건너편으로 안나푸르나 설산이 하늘의 반쯤 가린 듯이 솟아 있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호수를 끼고 댐 사이드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건너편 섬으로 가는 공짜 나룻배가 보인다. 그것을 타고 피시테일(Fish Tail)이라는 리조트에 들어가서 잘 가꾸어진 이국적인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야외 테이불에 앉아서 히말라야 커피나 한 잔 때리면서 역시 호수 면에 투영된 설산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곳은 지금은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는 리조트가 되었지만, 실은 라트나 만디르(Ratna Mandir) 궁전으로, 18세기 때부터 역대 네팔 국왕들과 로얄페밀리들의 휴양지였기에 일반 백성들은 들어갈 수조차 없는 곳이었다.
그 다음은 등산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산악박물관(International Mountain Museum)에 들려 한국산악인 부스를 찾아 지금도 안나푸르나 어딘가에 영면하고 있을 박영석 영전에 꽃이나 한 송이 바치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땅속으로 물이 들어가 버리는 데이비스 폭포(Davis water fall) 구경으로 나머지 시간을 때우고 나서 다음 날 새벽에는 안나푸르나의 전망대인 사랑콧(Sarangkot)으로 올라가서 장엄한 일출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인류학이나 민속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구 시가지를 한 번 구경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우선 신시가지의 중심지인 마핸드라풀(Mahendra Pul)까지 간 다음 북쪽으로 난 옛 도로를 따라서 바이랍(Bhairab Tole)을 지나 무역의 신 빔센(Bhimsen Temple)의 사원까지 걷다보면 페와탈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고풍스런 풍물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설산이 비치는 호수는 좋은데, 페와탈을 이미 여러 번 와 보았고 또한 페와탈의 혼잡함이 버거운 성격이고 또한 장기적으로 있을 계획이라면 포카라 근교의 또 다른 호수인 베그나스탈(Begnas Tal)을 권해드리고 싶다. 페와탈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렴하고 조용한 롯지들과 레스토랑이 꽤 많다. 여기 역시 저녁나절에 배를 타고 나가서 호수에 잠긴 설산을 건지러 다니는 맛이 쏠쏠하다. 포카라 메인 버스터미널인 프리티비 촉(Prithvi C.)에서 카트만두 방향 시내버스정거장에서 그린버스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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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리운 포카라~~~~ 레이크사이드~~
포카라가 그렇게 아름다운 도시군요~
안나프르나의 테라스?
호수에 비친 설산연봉은 정말
그 어느곳 보다 아름답군요~
봄에 갔다왔는데 페와탈 이호수는 오랜 연고지인 거제통영의 호수같은 다도해바다보다 못한데
오스트레일리아캠프일대에서 본 설산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싼물가로 장기체류자에게 부담도적다는것도 장점이었고요.
히말라야설산이 주로 구름속에 가려있어서 실망이긴 했는데 적절한 계절이 아니었겠죠
부산거제일대해안에서 대마도가 선명히 보이는 것도 가을겨울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