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6일차 : 푸에즈산장~몬티젤라~라빌라
오늘은 날씨가 쾌청할 것 같아 동트기 전 구릉에 올라보기로 했다.
멀리 푸에즈산장이 내려다 보이고.. 아침 공기가 매우 상쾌하다. 붉은 햇살은 산에 가려 나오지 않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빵과 햄, 치즈 등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언제나 다양한 쨈들이 많았는데, 특히 꿀과 쵸코가 맛이 좋았다.
산장 밖에는 물이 나와 식수로 사용했다. 사먹는 식수는 보통 1리터 한통에 3유로씩나 해서 매우 비싼 편이다.
엄마따라 가는 어린 양들.. 초원에는 소나 양들이 자유롭게 방목되고 있다. 길에는 이들에 배설물들이 한무더기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조차 그대로 하나에 자연이 되고 풍경이 된다.
오늘도 라빌라마을까지는 약 4시간정도로 가벼운 산행이 예상되기에 한껏 여유를 부리며 산장의 아침을 즐겼다. 산장 출발시각 9:15.
산장에서 이정표를 보면 1번과 2번길이 나뉘어지는데, 순간 잘못 해석해서 2번길을 택하게 된다. 라빌라로 가는 윗쪽 1번길이 맞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다. 2번길로 가도 15번길로해서 돌아가기는 하지만 갈 수는 있다. 1번길은 11번길을 만나 능선을 따라 곧바로 가는 길이다.
구름은 있지만 아주 쾌청하고 좋은 날씨였다. 푸에즈산군과 멀리 셀라산군까지 모두 조망이 되었다.
율두스님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왼쪽 사면을 따라 길없는 곳으로 올라갔지만, 우리는 그대로 길을 따라 가기로 해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나중에 능선 위에서 율두스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워낙 거리가 벌어져 산장에서나 만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결국 우리는 15번길도 만나지 못하고 이런 고원지대를 헤메다가 북쪽인 몬티젤라 방향으로 다시 선회를 하였다. 숲이 없고 시야가 탁 트여 방향을 잃을 염려는 없었지만 중간중간 큰 바위 협곡들이 가로지를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루트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능선 피크(2,666m)에 올라서니 그제서야 올바른 11번 갈림길과 만날 수 있었다. 약 1시간반 정도의 알바를 한 것 같다. 율두스님은 진작에 이곳을 통과했을텐데 산장에서 많이 기다릴 것 같다. 오늘 라빌라 마을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주어도 고생을 할 팔자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11번길을 따라 가르데나치아 산장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암릉 협곡이다. 라빌라 마을까지는 표고차 1400m를 하강해야 내려갈 수 있다. 바위 투성이인 산길이라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다. 하는 수없이 스틱을 꺼내 사용했다. 카메라 때문에 스틱을 꺼내지 않았는데 본 카메라는 잠시 배낭에 넣어두고 소형카메라로 대체하기로 했다.
율두스님이 앞서 가면서 산객들에게 당부를 했는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우리의 안부를 묻는다. 동양에서 온 외쿡인 6명을 보면 자신이 산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우리는 한번도 그런 것을 물어오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이야기 해줄 심산이었다.
시야가 탁 트인 초원에 이르니 라빌라 마을 위로 크로이츠코펠 산군이 앞을 가로 막듯이 시원하게 뻗어있다. 내일은 산군 중앙에 보이는 라바렐라고개를 넘어 가야하는데 표고차 1300m의 상승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오늘 1400m를 내려가고 이어서 1300m를 오른다고 하면 죽을 맛일 듯.. 푸에즈부터 라바렐라까지 산군이 험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뒤로는 푸에즈산군에 압도적인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친 그 한가운데에 서 있자니 말로는 다하지 못할 감동이 밀려 들었다. 그 사이에 자리잡은 라빌라 마을은 천혜에 산악마을이다. 겨울이면 스키의 천국이기도 하다.
마을 축제가 한창인 가르데나치아 산장(2,050m). 돌아가면서 주말마다 산장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보게되는 행운까지 겹친다. 율두스님은 너무 많이 기다려 외로웠다고 하소연이다.
위 테라스에는 자리가 없어 아래 썬베드에서 시원한 맥주도 마시고 휴식을 취했다. 알바를 해도 시간이 넉넉하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다시 급경사를 따라 라빌라 마을로 내려선다.
여행안내소에서 소개를 받아 들어간 가르니급 "MEDESC". MEDESC는 "라바렐라" 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탁기가 있다고 해서 밀렸던 빨래도 하고..
인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지금껏 먹어본 스파게티 중 가장 맛있었다. 스파게티를 포함해 샐러드 등 여러 음식과 와인을 시켜서 이태리 음식의 맛을 즐겼다. 136.50 유로. 여정님이 술을 잘 못해 그동안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았는데 이럴 때 값지고 맛있는 음식을 특별히 시켜주었다.
이런 아름다운 산악마을에서 겨울 스키시즌 한달 가량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혹자는 점점 더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다보면 새로운 계기를 얻게되고 기회를 포착하게 되고 그것이 쌓여 또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 같다.
* 구간 지도 <율두스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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