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학생의 필요와 요구를 고려한 미래지향적인 교원수급정책을 수립하라!
교육부는 24일(월)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번 계획은 2023년 초등 3,561명, 중등 4,898명의 신규 교원 채용을 2024년 초등 2,900~3,200명, 중등 4,000~4,500명 규모로 축소 선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교육 강화를 위한 정보교과 교원 확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원 확보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이번 교육부의 발표가 국가 단위 교원수급계획으로서 중․장기적 방안이라고 보기에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하는 바이다.
첫째, 이번 계획은 근시안적 관점에서 나온 정무적 판단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교원양성기관 개혁을 비롯한 근본적인 교원 수급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규 교원 채용 규모의 감축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의 빠른 감소 추세에 따라 신규 교원 채용을 대폭 줄일 것으로 보았으나, 교육계의 우려보다는 축소 폭을 줄임으로써 연착륙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임용고사 합격자의 발령 적체 등이 지금도 심각한 상황 앞에서 여론의 동향을 고려하려는 정무적 판단도 개입했을 것이다. 그 결과 중․장기 계획임에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차기 정부에 그 부담을 넘긴 측면도 있다.
정부는 2013년 이래로 신규 교원 채용 규모를 꾸준히 감축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정규 교원의 수는 차츰 감소했으나 기간제 교원의 수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2021년 교육통계서비스 기준으로 고등학교 교원 5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원이며, 사립고등학교의 경우 교원 4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원이기에 기간제 교원 증가 문제도 함께 고려하여 이번 계획에 담겼어야 했다. 게다가 교육부가 말하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비교과 전담 교사까지 포함하여 산출한 통계로써 개인별·맞춤형 교육과정 실현과 수업 혁신, 그리고 한 명도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책무성에 기반한 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육부의 의지와도 부합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신규 교원 채용 규모는 교원양성기관 정원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미 교육대학의 입학 정원은 2012년 이후 10년간 변동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교육대학 정원과 신규 교원 채용 규모의 괴리는 고스란히 예비교사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교육부는 교육대학과 양성 규모를 협의·조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신규 교원 채용 규모 감축만 발표했다. 그로 인해 이번 교원 수급 계획은 구체적 해결방안 없는 설익은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둘째, 학생의 다양한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는 미래 교육에 대한 준비와 구체적인 계획이 미비하다.
교육부는 이번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을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며 미래 교육 수요를 교원 수급과 직접 연계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확보, 정보 교과 교원 확대이다. 정보 교과 교원 확대에 관해서는 연도별 계획이 대략적으로나마 나타나 있으나. 이번 계획 어디에도 기초학력과 관련한 학습지원 담당 교원의 추가 배치 규모나 연도별 배치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원을 확보하여 국가교육책임을 강화한다는 알맹이 없는 선언만 화려하게 계획서를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 현장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늘어나 학교 간, 지역 간은 물론, 학교 안에서도 교육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경계선 지능, 난독증 학생 등 기초학력에 관해 지원해야 하는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뿐 아니라, 학교에는 학생 수 감소 수치와 반대로 대폭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 정서적·심리적으로 고통받는 학생, ADHD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개별적으로 살피고 돌봐야 하는 학생들이 많다. 고등학교의 경우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2040년까지 전국 고등학교에 필요한 교사 수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연평균 최대 2,195명 늘어난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 맞춤형 고민이 있어야 함에도 정부는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불안한 경제·사회 상황이 지속되며 생기는 어려운 학생들을 더욱 세심하게 돌보고, 고교학점제 등 미래지향적인 교육 정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책무성을 기반으로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교원 정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미래지향적으로 학교와 교사들의 역할 다변화를 모색하고, 국가가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담아야 한다.
끝으로 교육부의 중․장기적 교원 수급 정책은 교원 정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관점에 기초하여 몇 가지의 제안을 덧붙이고자 한다.
교육부는 이미 5세 초등학교 입학,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등 설익은 정책 도입을 시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정책을 철회한 바 있다.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대해 반대했던 교원들 대부분은 신규 교원 양성과 임용 과정에서의 교원 역량 함양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재직 중인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교육 과정 개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탁월한 교수학습평가 역량과 생활지도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원 교육과정 수준의 학습연구년제를 교육부에서 구상 중인 선임교사제와 연동하여 운영하는 방안은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무산을 보완하는 동시에 신규 교원 선발 규모 축소 속도를 조절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중심의 학교 미래 교육과정 수요와 연계한 비교과 전담 교사를 교원 정원에서 분리하여 확보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비교과 전담 교사(상담교사, 사서교사, 보건교사, 영양교사)는 수업을 주로 담당하지 않지만 학생의 진로 상담과 건강 및 생활지도 등을 전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기초학력 보장 전담 교사, 교무학사 전담 교사 등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학교가 학생 맞춤형 교수학습․평가와 개별화된 생활지도를 더욱 세심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들 교육 인력은 학교별로 필요한 인력이고, 학생 중심의 학교 교육에서는 수요가 증가하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원 내에서 확보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확보 규모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제 학교는 교육복지나 돌봄 기능을 강화하고 미래 역량·디지털 기능도 지원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미래 교육의 본질과 핵심은 현재와 미래 사회가 지닌 불확실성, 불안정성, 불평등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극복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길러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에 보다 창의적이고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교원이 명예퇴직을 하더라도, 연금을 곧바로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교원의 명퇴 비율은 더욱 줄어들 수 있기에, 교원의 과원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교육청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원 수급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재 초․중․고 통합 학교 운영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확대 운영함으로써 소규모 학교와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필요한 교원 수급이 원활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와 교육부가 단순한 학생 수 대비 교원 수 감축 논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교육을 위한 구체적이고 명료한 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을 요구한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교육부의 근시안적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 발표에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가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학생의 행복한 배움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교원 정책 전반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2023년 4월 24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