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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편에 이어) 예수겐에게 남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정황을 보아하건데 없었을 것 같지만, 있었다면 대학살 때 죽었을 것이다. 예수겐의 아버지 예케 체렌도 반란을 주도하다가 죽은 게 분명해 보인다. 뭐 어차피 수레 굴대보다 크면 죄다 죽어야 했으니...
테무진은 여자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여성을 전리품으로 차지하는 일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쉴드치는 게 아니라 정말이다. 벨구테이만 하더라도 단 한 번의 전투에서 최소 십수 명의 여성을 손에 넣은 적이 있다. 테무진에겐 여성을 약탈해 자신의 게르에 집어넣을 기회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에게 아내는 보르테 한 명 뿐이었다.
테무진이 보르테를 정말로 사랑해서 나름의 지조를 지켰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보르테도 보통 여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의 눈치를 봤을 수도 있고. 어쨌든 그 시대의 권력자가 한 명의 아내만을 바라보고 사는 건 무척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테무진도 수컷이다. 예수겐은 인간적으로 너무 예뻤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차지할 권한이 있었다. 테무진은 이번엔 욕구를 참지 않았다. 그는, 기록에 따르면, 예수겐을 "취했다". 데리고 잤다는 얘기다. 당시의 관습상 결혼과 겁탈의 중간 쯤 되는 행위였다.
한편 예수겐의 입장이 좋을 리는 없었다. 동포들이 학살당하고 자신의 나라가 사라졌다. 아버지도 죽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증오해야 마땅한 원수의 손에 떨어진 것이다. 웬만한 사람들 같으면 공포와 혐오감에 정신을 못 차릴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수겐은 침착하고 영리한 여자였다.
예수겐은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최대한 불행을 줄이는 방법이 뭔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예수겐에게는 언니가 하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가족인 언니라도 살려야 한다. 함께 살 수 있으면 더 다행이다. 예수겐은 테무진과 부부가 되자마자 '공사' 에 들어갔다.
"칸께서는 '저 같은 것조차 사람으로 여겨' 돌봐주시는 너그러운 분이십니다..."
예수겐은 먼저 자신을 최대한 낮추면서 테무진의 심기를 살핀 후 본론에 들어갔다.
"... 그런데 갑자기 언니 생각이 나네요. 언니는 이름이 '예수이' 인데, 저보다 훨씬 뛰어난 여자예요. 외모로 보나 생각하는 걸로 보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 난리통에 어디에 있는지 참 걱정되네요. 에휴..."
예수겐의 외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테무진에게는 제대로 된 떡밥이었다.
"아니, 너보다 예쁘다고?"
"그럼요."
"정말?"
"그렇다니까요."
"정말로 너보다 예쁜 여자가 있다면 당장 찾아야겠다!"
에수겐은 영리하게도 마치 테무진의 욕망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처럼 반응했다.
"정말 언니를 찾으시려고요? 저는 언니를 다시 볼 수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어요. 언니에게 '제 자리' 를 양보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두 번째 부인의 자리를 언니에게 내놓고, 자신은 셋째부인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역시 현명하다. 본부인도 아닌 마당에 둘째 셋째가 무슨 차이가 있는가. 더군다나 바로 윗사람이 자신의 친언니라면.
테무진의 군사들은 (아마도 예수겐이 예측한) 예상 도주로를 따라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인상착의와 행색은 예수겐이 알려주었을 것이다. 예수이는 마침 신랑과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던 참에 딱 걸리고 말았다. 예케 체렌의 사위는 학살의 아수라장 속에서 운 좋게 아내를 데리고 탈출했던 것이다. 신랑은 숲속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지만, 예수이는 붙들리고 말았다.
테무진 앞에 끌려온 예수이... 정말로 예수겐보다 더 아름다운 절세미녀가 아닌가. 설마 했던 테무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으리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던 예수이도 테무진 옆에 앉아 있는 동생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예수겐은 언니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자리에 앉혔다. 이제 언니는 테무진의 둘째부인이라는 뜻이었다. 사료에 기록되어있지는 않지만, 당연히 상황설명을 해주었을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자매가 함께 살게 된 것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예전 기사에 누차 설명했지만, 초원에선 남녀가 서로 피가 섞이지 않은 한 누구와도 결혼할 수 있다. 자매가 한 남자와 결혼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참, 예수이의 남편이 좀 안됐긴 하지만 예수겐 입장에선 형부보다 친언니의 신변이 훨씬 중요했다.
그러나 예수이의 남편은 아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2⃣
테무진의 군대가 한창 전리품을 거두고 있을 때였다. 테무진은 예수겐과 예수이를 양 옆에 앉히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자신이 죽인 적의 아름다운 두 딸을 동시에 소유한 정복자의 쾌감은 실로 짜릿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예수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게 아닌가? 테무진은 예수이에게 한숨을 쉰 이유를 묻지 않았다. 짚이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이가 자기 신랑의 모습을 봤구나!'
글타. 예수이의 남편은 은근슬쩍 전투와 학살이 벌어진 곳으로 숨어들어와 있었다. 어차피 타타르 남자는 다 죽었다. 내가 여기서 태연히 돌아다니면, 누가 날 타타르 전사로 여기겠는가? 그는 사랑하는 아내 예수이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곳까지 갔다. 테무진 오르도의 중심까지 들어간 것이다.
'누가 예수이의 신랑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방법이 있었다. 테무진은 '네 마리의 개' 와 '네 마리의 준마' 를 불러 명령했다.
"자네들, 지금 날 위해 해줘야 할 일이 있네. 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아이막' 별로 집합해 서 있으라고 하게. 신속하게 집합시켜야 하네."
'아이막' 이란 '부락' 을 뜻한다. 이 부락을 '마을' 로 생각하면 안 된다. 마을은 다분히 공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유목민들에겐 고정된 공간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가 없을 순 없다. 함께 가축을 치고 물자를 공유하는 기본적인 단위가 있게 마련이다. 이걸 아이막이라고 한다. 물론 농경문명으로 치면 마을에 해당될 것이다. 사전적으로는 아이막을 '부족' 을 가리키는 몽골-투르크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중대... 아니 아이막 별로 해쳐모여!"
병사들이다 보니 이런 명령에 익숙할 수밖에. 게다가 여덟 명의 대장군이 움직이니 금세 정리가 되었다. 다들 아이막 별로 모여 섰는데, 그 중에 혼자 외롭게 서 있는 남자가 있었으니... 당연히 예수이의 신랑이었다.
예수이의 신랑이 테무진 앞에 끌려왔다. 과연 칸의 사위이자 미녀의 남편답게, 눈에 띄게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게다가 당당했다. 그는 살려달라고 빌기는커녕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담담히 죽음을 기다렸다.
예수이, 예수겐 자매의 미모에 푹 빠져 있던 테무진은 평소에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이게 된다. 질투심에 휩싸인 것이다. 테무진은 예수이가 아직도 전남편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테무진은 전남편과 달리 평범한 얼굴에 키는 보통이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
테무진은 자존감이 없는 인물도 아니었고, 힘들게 살아왔지만 콤플렉스도 전혀 없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이해하고, 아랫사람에게도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겸손할 수가 없다. 우아하고 절제된 품성의 남자다. 그렇지만 갓 차지한 미녀 앞에서는 테무진도 생물학적 본능에 사로잡힌 수컷의 모습을 보이고 만다. 글타... 강인한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강인함을 유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잘난 엄친아 녀석이 용감한 모습까지 보이자, 오히려 절대적으로 유리한 처지였던 테무진이 오바해서 성을 냈다.
"나한테 '역심' 을 품은 게 분명하다. 한시라도 빨리 죽여 없애야 한다. 뭣들 하느냐!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번역하면 예수이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가라! 빨리 죽여 버려라!"
이렇게 해서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예수이는 눈앞에서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는 비극까지 겪고 만다. 이 일이 미안했던지, 이후 테무진은 평생 둘째부인 예수이를 존중하며 정성껏 대했다. 예수이 자체가 매우 뛰어난 사람이기도 했다. 예수이는 몽골제국의 최고 브레인 중 하나였고, 테무진은 그녀의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전쟁에 나설 때 동행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3⃣
적을 죽이고 그의 두 딸을 동시에 차지하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갓 약탈한 여자의 남편까지 (그것도 당사자의 눈앞에서) 죽인 테무진. 달란 네무르게스에서 보인 테무진의 모습은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예수이, 예수겐 자매와 결혼(물론 강제결혼)한 일은 테무진의 일생에서 매우 특이한 경우다. 보르테는 논외로 두고, 테무진이 수컷의 본능에 따라 여자에게 집착한 적은 이때가 유일하다. 테무진은 평생 열 명이 안 되는 부인을 두게 되는데, 데릴사위가 되어 결혼한 본부인 보르테와 폭력적으로 손에 넣은 예수이 자매를 제외하면 모두 정치적인 정략결혼이었다.
테무진이 보르테를 어지간히 사랑하긴 했던 모양이다. 테무진이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보르테와 부부생활-걍 간단히 말하면 섹스-를 한 역사적 증거가 있다(이 썰은 나중에 자세히 풀 것이다.). 말이 중년이지, 당시 기준으로는 둘 다 노인이다. 테무진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육체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는데... 역시 사랑하지 않으면 있기 힘든 일이다. 뭐, 테무진이 시쳇말로 '의무방어전' 을 치렀을 수도 있겠지만, 의무방어전이라는 것도 배우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어쨌든 테무진의 여성관이 매우 평화적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예를 들어 테무진의 부하 중 하나인 코르치는 최소 60명 이상의 여성과 약탈혼을 했다. 확실히 테무진은 마초적인 '콜렉터' 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예수이 자매에게 한 짓은 분명 마초의 그것이었다(정말 예쁘긴 예뻤나 보다.).
그래서 몽골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에게 <자매 쓰리섬 결혼사건>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아무리 봐도 테무진이 평생 유지해온 품성과 태도와는 정 반대다. 잭 웨더포드는 아예 이렇게 설명한다 : 테무진은 타타르 생존자들이 평등한 구성원이 되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모범사례로 예수이 자매와 결혼했다는 거다. 유원수 교수님과 함께 국내에서 몽골사-중앙아시아 유목민사 최고의 권위자인 김호동 교수도 비슷한 입장이다.
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예수이 자매와 약탈혼을 한 동기는 남성의 욕구가 맞다. 다만 테무진의 성격상 두 사람과의 결혼생활을 통해, 타타르 여인을 아내로서 존중하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여주며 사회통합을 강조했을 것이다.
반면 테무진을 아드레날린과 테스토스테론으로 가득 찬 전투적 남성으로 묘사하고자 하는 대중적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는 신나는 이야깃거리다. 이 부류의 지식인들이 반드시 빠트리지 않고 소개하는 대목이 있다. 라시드 앗 딘이 저술한 <집사>중 <칭기스칸기>에 등장하는 일화다.
하루는 테무진이 네 마리 준마 중 하나이자 친한 친구인 보르추에게 물었다.
"어이 보르추, 남자에게 있어 최고의 즐거움은 뭐라고 생각하나?"
"역시 남자의 스포츠는 매사냥 아니겠습니까? 잿빛 매를 자랑스럽게 어깨에 싣고 다녀야죠. 겨울에 내 매로 사냥감을 잡게 하는게 진짜 맛이죠..."
몽골초원에서는 겨울에 가축을 도살하지 않았다. 따라서 겨울엔 사냥으로 육류를 충당해야 했다.
"... 그리고 비싼 자가용 살찌고 좋은 말을 몰아야 폼이 나죠. 에 또... 봄에 머리가 푸른 새(아마도 철새인 듯하다.)를 사냥하는 것도 빠질 수 없죠. 그리고 이왕이면 옷도 좋은 걸 입고 다니고요."
테무진은 마침 옆에 있던 보로쿨(역시 네 마리 준마 중 하나) 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보로쿨도 역시 매사냥을 최고로 쳤으나, 보르추와는 취향이 조금 달랐다.
"머리가 푸른 새라니, 거 참 시시하게... 역시 내 매가 공중에서 붉은 꿩을 낚아채는 모습을 볼 때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테무진은 마지막으로 네 마리 개 중 하나인 쿠빌라이에게 물었다. 쿠빌라이의 대답은 성실한 범재답다.
"아 뭐 역시... 저도 매사냥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테무진은 드디어 준비한 대답을 내놓는다.
"짜식들, 너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매사냥이 뭐냐, 매사냥이. 하여간 사이즈들이 그렇게 작아서 원...
남자의 쾌락은 적을 분쇄하고 승리를 거두는 거지. 적을 송두리째 들어내서 그가 가진 모든 걸 빼앗는 거야. 그의 부인들이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 자식들이 엉엉 우는 모습을 보는 게 남자의 즐거움이야. 적의 살찐 말을 내가 타는 건 기본이고... 그의 부인들을 내 게르로 끌고와 그들의 가슴과 배를 잠옷과 담요로 삼는 것, 그들의 장밋빛 뺨을 바라보며 입맞춤을 하는 것, 대추처럼 빨갛고 감미로운 입술을 빠는 게 진정 남자의 즐거움이다."
잭 웨더포드는 이 일화가 라시드 앗 딘 꾸며낸 소설이라고 못을 박는다. 물론 웨더포드의 의견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라시드 앗 딘은 테무진을 멋진 사나이로 꾸미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전력이 많다.
예를 들어 테무진은 13쿠리엔 전투에서 자무카에게 지는데, 라시드 앗 딘은 테무진이 이긴 걸로 바꿔놓았다. 헐룬과 보르테 등 여성의 조언을 구하는 대목, 눈물을 흘렸던 장면 등은 아예 쓰지도 않았다. 위대한 군주에 대한 예우 차원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라시드 앗 딘은 몽골인이 지배하는 조정의 대신이었다. 내심 지배자들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몽골 왕족들은 원하지도 않는데 혼자 오바한 부분이 많다.
라시드 앗 딘이 저지른 오바의 핵심적인 문제는 그가 멋진 사나이를 자신의 문화, 즉 아랍식으로 해석했다는 거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전해주는 듯한 비현실적 능력으로 적을 쓸어없애는 남자, 패배한 적에게 자비를 모르는 남자, 승리의 대가로 여자를 유린하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남자...
라시드 앗 딘은 자무카가 치노스족 70명을 가마솥에 삶아죽인 일을 테무진이 했다고 바꿔놓았다. 테무진이 이런 굴욕을 당해서는 안 되었다고 생각했다면 그냥 자기 책에 해당 부분을 기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 짓을 테무진이 했다고 뒤바꿔놓은 건, 그게 멋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시드 앗 딘은 테무진의 부인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고 했다(다른 책에서는 500명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그래놓고는 "너무 많아서 일일히 기록할 수 없으니 중요한 부인들만 소개하는 바이다."라며 몇 명만 소개하고 설명을 달아놓았다. 이쯤되면 독자들도 눈치 챘겠지만, 실제로는 이 몇명이 테무진의 부인 전부다(물론 라시드 앗 딘은 굳이 나서서 대신 금칠을 해줄 필요가 없는 부분에 대해선 구체적인 연대까지 제시하며 최대한 정확히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라시드 앗 딘은 과연 뻥을 친 걸까? 뻥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나는 테무진이 <남자의 쾌락> 발언을 실제로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이 자매의 경우처럼 사람이란 언제나 일관정을 유지할 수 없는 법이다. 테무진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과 약탈 등 폭력을 행사하며 산 남자다. 폭력과 지배의 잔인한 쾌감에 젖는 순간이 전혀 없었을까? 나는 자주 있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중요한 점은 테무진이 언제나 착한 군주였다는 게 아니라, 평소 유지하던 정책과 성격으로 돌아올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테무진은 성자가 아니라 전사다. 전사는 폭력을 참지 않는다. 하지만 테무진은 고민할 줄 아는 성격과 절제력을 가진 전사였다. 그는 일생을 통해 평화와 통합을 추구하고자 노력했다.
평화와 통합이라... 어째 너무 낭만적으로 보인다. 설마 만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테무진도 그런 생각을 했을라구. 이제 이 이야기를 해 보자.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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