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에게도 평생을 두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소세양이다.
소세양이 소싯적에 이르기를,
“여색에 미혹되면 남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
황진이의 재주와 얼굴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는
친구들에게 약조하기를
“내가 황진이와 한 달을 지낸다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자신이 있네.
하루라도 더 묵는다면 사람이 아니네”라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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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송도로 가서 황진이를 만나보니
과연 뛰어난 사람이었다
30일을 살고 어쩔 수 없이 떠나려 하니,
황진이가 누(樓)에 올라 시를 읊었다.
이 시를 듣고 소세양은 결국 탄식을 하면서
“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더 머물렀다.
이때 황진이가 읊은 시가 바로
奉別蘇判書世讓((봉별소판서세양) 이다.
☞ 소세양 판서를 보내며
▶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
月下梧桐盡 霜中野菊黃 樓高天一尺 人醉酒千觴
월하오동진 설중야국황 누고천일척 인취주천상
流水和琴冷 梅花入笛香 明朝相別後 情與碧波長
유수화금랭 매화입적향 명조상별후 정여벽파장
달빛 아래 오동잎 모두 지고
서리 맞은 들국화는 노랗게 피었구나.
누각은 높아 하늘에 닿고
오가는 술잔은 취하여도 끝이 없네.
흐르는 물은 거문고와 같이 차고
매화는 피리에 서려 향기로워라.
내일 아침, 님 보내고 나면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 연인 소세양이 개성을 떠난 후 그리운 마음에서 읊은 시
▶상사몽(相思夢)
相思相見只憑夢 儂訪歡時歡訪儂
상사상견지빙몽 농방환시환방농
願使遙遙他夜夢 一時同作路中逢
원사요요타야몽 일시동작로중봉
그리워도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소이다.
내가 님을 찾을 적에 님도 나를 찾으소서.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