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상록수필창작교실

근래 가족구성원이 적고 이웃 간의 나눔의 정도 예전 같지 않아 집안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들이 상당히 많아졌다.수많은 애완동물 중에도 가장 사랑을 받는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개가 으뜸을 차지한다.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고 맹목적인 복종과 무한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시하고 주인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까닭에 애완견을 많이 키운다,어떤 이는 인간의 조상은 유인원으로 부터지만 앞으로 후손은 개가 될 것이라 예측하기 도하고 예전 어느 언론에 개에게 유산을 물려준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삶이 풍요로울 수록 인간은 외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함이 앞선다. 그러나 나는 집안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집 대문 앞 한 켠에 조그마하고 아담한 단독주택에 번갈아 살았던 복실이, 누렁이, 똥개, 독구 등이 학교마치고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나를 반기며 한껏 웃는 얼굴로 앞발을 번쩍 들고 꼬리가 떨어지게 흔들던 사랑스러운 그 모습에 반해 잠시 목줄을 풀어주면 좋다고 얼굴을 핥으며 펄쩍뛰며 이리저리 집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다가 저녁에는 동네 자랑겸 산책도하고 어느 누구보다 친하게 지냈는데 살이 포동포동 찌고 털에 윤기가 반들반들 빛나던 어느 날 사라져 며칠을 울며불며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찾아내라고 생떼를 써보지만 이미 떠난 나의 분신은 말이 없었고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먹는 고깃국 한 그릇으로 울분을 지워야 했으며 그 후에도 가슴앓이를 여러 번 해서 이별의 아픈 기억 때문에 싫어한다. 자식들이 예쁜 강아지 한 마리 키우고 싶다고 몇 번을 말했지만 그때마다 내 반대로 무산되었는데 어느 날 큰애가 한동안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너부러져 있던 책이며 옷가지등 어지럽던 방안이 깔끔하게 변하고 책상 밑에는 사각형 상자모양의 푹신한 발바닥 보온용 방석이 놓여 있고 평소 잘 안하던 방청소며 정리정돈을 하기에 잘한다고 칭찬의 한마디를 했더니 퇴근하면 인사도 깍듯이 하고 어깨 안마도 해주고 얼굴에 마스크 팩을 붙여주기도 하여 행복한 며칠이 지나갔다.공휴 일 날 세상 편하게 거실 소파에 뒹굴며 TV를 보고 있는데 간간히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 뭔 소리지 하고 큰애 방을 노크 했더니 방문을 쬐금 열고는 별일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발밑에 눈이 동그란 생쥐처럼 생긴 이상한 동물이 틈새를 비집고 고개를 내밀고 나온다.이게 뭐냐고 왜 너의 방에서 나오냐고 다그쳤더니 그제야 실토를 한다.예쁜 강아지 한 마리 사고 싶었는데 미리 말하면 반대할게 뻔해 엄마와 상의해서 내가 벌인 돈으로 아는 사람한테 아주 싸게 샀으며 내방에서 키우고 절대 거실로 나가거나 집에 불편을 안주겠다고 한다.내가 아무리 반대를 해도 사랑하는 자식은 이길 수 없는지 그 후 한동안 냉랭한 전선이 이어갔지만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전제조건을 달고 집안의 반려식구로 받아야만 했다. 어렵게 우리 집에 입양된 작은 사자 포메라니안은 큰애가 지은 이름“콩”이로 산지도 벌써 8년이 지난 지금 몇 가지의 약속은 종이쪼가리가 되어버렸고 그동안 저지른 난동만 해도 징역 몇 년 감이지만 고발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 미소만 짓고 있다.처음엔 대소변을 아무 곳에나 누다가 혼나고 부터는 그 런일 이 없지만이빨이 생길 때 거실에 둔 고가구 화초장을 물어뜯어 아직도 그 상처가 남아 있으며 목줄을 싫어해 목줄 없이 나다니다가 이웃집 개한테 물려 한동안 치료 받느라 애를 먹였고 야밤에 뛰어 내리다가 다리가 부러져 새벽에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가 24시간 운영하는 병원에서 수의사가 돌팔이인지 잘못 접골하여 다시 수술하는 일도 생겨 큰애 주머니를 축나게 한 죄도 크지만 이놈은 과거의 일은 까맣게 잃어버리고 반성은 없다 오로지 지금 밖에 없다는듯 먹을것을 주면 아무에게나 꼬리를 흔들며  친밀한 행동을 한다. 큰애가 겨우 젖을 뗀 어린새끼를 데려와 애지중지 온갖 정성을 다해서 키웠지만 이제 한집에 살지 않아 보고 싶을 것인데도 찾지도 않다가 한 번씩 오면 서열이 제일 높아서인지 뛰고 핥고 꽁지가 빠지게 흔들고 쫄쫄 따라다니면서도 가고나면 아무런 감정도 없이 제일 서열이 낮은 내 곁에 엉덩이를 들이밀며 앉아있다.혼자서 집을 지키다가 내 발자국 소리를 아는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한발을 디디면 현관문이 열리기도 전에 안에서 먼저 반갑다고 우렁차게 짓는다. 이제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정이 들었고 영리하고 눈치도 빨라 우리 집 분위기맨으로 제자리를 잡았으나 인간보다 짧은 13 ~ 15년 정도의 수명을 가진 귀여운 재롱둥이 “콩”이도 세월가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데 어릴 때 가슴앓이를 했던 그 이별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