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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 *
* 周賢주현 兪玉姫유옥희 MSTR회원님 提供제공.
- 이 글은 2014년 출간된 신동기의 『생각 여행』 p130-143에 실린 내용입니다 -
사회 변동성이 커지면서 빈부의 등락뿐만이 아니라 유명인의 이미지 등락도 크고 빨라졌다.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던 이가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으로 바 뀌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구나’가 아니라 ‘자고 일어나니 지옥이구나’이다. 이미지 등락의 주인공 영역은 다양하다. 유명 종교인, 유명 교수, 유명 작가, 유명 강사, 유명 연예인 등등.
그런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단순히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 영역에 있어서의 ‘객관적인 성과’나 ‘전문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처 음에는 보통 ‘전문성’으로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00 전문가’가 아닌 ‘위인’ 비슷한 느낌으로 채색되기 시작해, 언제부터인가는 어느 사이 많은 이 의 ‘존경의 대상’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 밖의 사람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사회에 영향력을 끼쳐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론 등이 그를 ‘존경의 대상’ 비슷한 이미지로 만들어가는 분위기에서 그의 영향 력이 ‘전문 영역’을 넘어서고 있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고 굳이 따져 볼 생각도 하 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유명인의 인격적 결함이 우연찮게 삐져나오는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갑자기 흥분된 말과 댓글로 대상을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사실 이런 유명인의 갑작스런 추락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이유는 칸트가 말했 듯이 한 사람에 대한 ‘존경’은 그 인간의 ‘도덕’에 대한 것이지, ‘재능’이나 ‘소유물’ 등 물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의 뛰어남은 놀람이나 찬탄의 대상이지 존경의 대상은 될 수 없는데, 많은 이들은 자기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유명인의 전문 분야에 있어 서의 탁월함을 존경의 대상으로 잘못 착각하여 받아들인다. 따라서 사람들의 무엇인가를 존경 하고 싶어 안달을 하는 특이한 속성과 그런 속성을 간파하고 군림하는 영리함의 야합은 처음 부터 이미 갑작스런 추락을 잉태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전문성’과 ‘도덕성’ 사이의 인식 혼란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게 된 것일까. 혼란이 일어 나게 된 책임은 유명인 본인과 일반 사람들 양쪽 모두에 있다. 그러나 굳이 경중을 따진다면 그 책임은 유명인 개인보다 일반 사람들에게 더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명예욕이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존경스런 인물로 각인시키고자 한다. 따라서 유명인 본 인이 사기나 위조 등 법을 어기는 범죄적 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전문가’ 이상의 ‘존경의 대상’으로 인식되게 하려고 하는 행위는 사실 현실에서 드물지 않고 또 주위에서 굳이 탓할 요건은 못 된다.
문제는 유명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다. 이성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자신의 불완전에 대한 불안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숭배의 대상으로 가상의 완전한 존재를 세워왔는데, 오늘날에도 그런 본능적 행위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원시시대에는 토테미즘으로 특정한 식물이나 동물을 숭배 대상으로 삼았고, 오늘날에는 연예인이나 유명 인물들을 자기가 믿고 싶은 방향으로 신비화까지 하면서 절대화한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을 위한 종교를 만들 고 교주를 세운다. 그리고 자신을 그 대상에 대한 ‘빠’로 완성시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 대상으로부터 자신 삶의 의미마저 찾는다. 이런 과정에서 언론이 한 몫을 하긴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언론은 조연이다. 사람들 각자가 논리와 사실에 바탕해 이성적으로 판단 하려 노력한다면 ‘전문성’과 ‘도덕적 인격’을 헷갈릴 일이 적을 것이고, 당연히 ‘전문성’이 뛰 어난 이를 그리 손쉽게 ‘존경의 대상’으로 삼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종교 교주 세우기’의 본능적 속성과 기능적 전문가의 ‘이기적 명예욕’이 격렬하게 만나면서, 사회는 끊임없이 ‘전인적 인간’에 가까운 이미지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에 부수된 많은 신화 도 함께 만들어낸다. 그리고 언젠가 그 ‘전인적 인간’의 속살이 드러나거나 또 다른 더 멋진 숭배 대상이 나타났을 때 신화는 사라지고 교주는 추락한다. 21c에도 인간은 여전히 불완전한 이성이고, 토테미즘 역시 여전히 살아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예일대 졸업식에서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라 고 말했다. 자기가 한 행위나 또 할 의도를 사실과 달리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그러나 자신이 특정 기능에 있어서 뛰어날 뿐인데 마치 ‘도덕’에 있어서 뛰어난 것처럼 이미지 포장 을 한다면 이것은 ‘신화’를 만드는 행위가 된다. ‘도덕’은 한 개인의 인간적 가치, 즉 인격 자 체일 뿐만 아니라 그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위를 규정하는 컨트롤 타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짓이 자기의 일부분을 속이는 것이라면, 위장된 도덕은 자신의 모든 것을 속이는 것이 된다.
당연히 거짓은 ‘작은 악’으로 상대방 당사자에 한정해 해악을 끼치는 데 그치나, 자신을 주인 공으로 신화를 만드는 위장된 도덕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속이는 ‘큰 악’으로 다수에 게 해악을 끼칠 개연성을 가진다. 그 대상이 사회 전체라면 한 국가 한 국민의 좌절, 인간 자 체에 대한 회의, 가치관의 혼돈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유가의 비주류였던 순자는 ‘이름을 도둑질 하는 것은 재물을 도둑질 하는 것보다 나쁘다’(盜名不如盜 貨도명불여도화)고 말했다. 재물을 훔치는 것은 재물만 훔치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름을 훔치 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고, 꿈을 훔치고, 가치관을 훔치고, 그들의 정신적 삶 자체를 통 째로 훔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다른 이를 존중할 때 그 존중의 대상이 되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고 이 요 소들과 도덕과의 관계는 어떠할까. 먼저 맹자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존중해야 할 세 가지가 있으니, 벼슬의 지위가 하나요, 나이가 하나요, 도덕이 하나이다’(天下有達尊三천하유달존삼 爵一齒一德一작일치일덕일). ‘벼슬 지위’, ‘나이’, ‘도덕’이 인간 세상에서 존중해야 할 주요 대 상이라는 것이다. 오늘날도 이 세 가지가 존중의 대상인 것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 중 조직 내 지위라 할 수 있는 ‘벼슬 지위’는 오늘날과 같이 분업화된 조직사회에서는 수직적 위치라 기보다 조직 내 개인의 분업적 역할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따라서 ‘벼슬 지위’는 시대 에 맞게 ‘전문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가치관 변화에 따라 오늘날 사람들이 매우 중요 하게 여기는 ‘부’와 ‘용모’를 추가적인 존중의 대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오늘날 사람들이 다른 이를 존중하는 핵심 요소들로 맹자 시대 존중했던 세 가지에 이 두 가지 를 더한, 즉 ‘나이’, ‘용모’, ‘전문성’, ‘부’, ‘도덕’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우리는 ‘나이든 이’를 존중한다. 그러나 칭찬이나 존경까지는 아니다. 개인적 노력에 의해 건 강을 잘 유지해 장수를 할 수도 있겠으나, 일단 장수는 타고난 자연스런 수명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에 앞서 지금의 사회를 만들어 온 당신들의 기여 에 대해 감사를 표시할 뿐이지 그것만으로 반드시 존경까지 하지는 않는다.
‘용모’ 역시 나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으로서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따라 서 부러움과 욕심의 대상이거나 외면의 대상일 뿐이지 칭찬이나 혐오/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칭찬은 학생이 쓰레기를 줍는 선행을 하거나 열심히 노력하여 성적을 향상시켰을 때 하는 것 이고 혐오나 비난은 그 반대의 경우에 하는 것이다. 즉 행위나 노력의 바람직성 또는 결과의 유익성에 대해서 하는 것이 칭찬 또는 혐오와 비난이다. 따라서 잘 생긴 아이를 보면 우리는 ‘참 잘 생겼구나’하고 감탄을 하지, ‘참 잘 생겼구나. 잘했다’하고 치하하지는 않는다. 용모가 뛰어난 것은 기본적으로는 그 본인의 노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용모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한 사람의 삶이 평가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부당하다.
‘전문성/지식/기술’과 같은 것은 타고난 머리에 좌우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기본 적으로는 자기 노력에 의해서만 갖출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전문성/지식/기술’이 뛰어난 이를 보면 우리는 부러워하고 나도 그렇게 되기를 욕심내면서 동시에 칭찬을 한다. 물 론 그 반대의 경우는 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전문성/지식/기술’이 뛰어난 것, 즉 뛰어 난 재능을 가진 이에 대해 존경의 표시를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의 보편적 경향성인 이기주의가 이 ‘전문성/지식/기술’과 강력히 결합되면 그 성과는 모두 본인을 위한 것으로 끝 날 뿐이고, 그것이 이기주의 이상의 탐욕과 결합하게 되면 큰 사회적 해악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뛰어난 전문가는 큰 도둑, 큰 해악이 된다.
‘전문성/지식/기술’이 뛰어나지 못하면 이기주의 이상으로 탐욕적이라 할지라도 작은 도둑에 그치고 말겠지만, 탁월한 경우에는 그 개인의 탁월함이 사회 전체를 고통 속으로 몰고 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전문성/지식/기술’이 도덕이라는 가면을 쓰게 되면 그것은 앞 서 이야기했던 대로 사회에 물질적 피해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가치관의 혼돈까지 초래하는 참 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한마디로 사회적 재앙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지 ‘전문성/지식 /기술’이 뛰어난 것은 존경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언론에서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일부 특정 분야 전문가들을 가리킬 때 사회지도층이라는 표 현을 쓰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 표현이 정당할 수 있는 경우는 이 의사, 변호사, 교수들이 절대로 탐욕적이지 않거나 심지어는 이기적이지 않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되어야 한 다. 그렇게 될 때야만 이들의 탁월함은 사회를 ‘탁월하게’ 이롭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를 한다. 즉 이들의 전문성이 탁월하면 할수록 그들의 가까운 이웃과 동료 그리고 사회는 더욱 더 행복 해지게 된다. 전문가들에 대한 사회지도층이라는 표현 사용은 당연히 이 경우에 한정된다.
네 번째 요소인 ‘부’는 세 번째의 ‘전문성/지식/기술’과 같은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전문성/지식/기술’의 결과가 바로 이 ‘부’이다. 따라서 앞서의 ‘전문성’에 대한 논리와 마찬가지로, 어떤 이가 ‘부’를 크게 일궜을 경우, 정당한 과정을 통해서 일궜다면 그 부는 부러움과 닮고 싶음의 대상이고 칭찬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앞에서와 마찬가지 로 ‘부’ 역시 존경의 대상은 될 수 없다. ‘부’가 이기주의 이상의 탐욕, 특히 불법과 만나게 되 면 그것은 수많은 사람을 고통으로 몰고 사회를 억압하는 거대한 악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 이다. 따라서 부자는 사회지도층도 존경의 대상도 아니다. 그냥 돈을 버는 기술이 뛰어난 한 사람의 전문가일 뿐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법을 착실히 지켰다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뛰어남을 평가하는 다섯 번째 요소인 ‘도덕’은 칭찬과 존경의 대상이다. 칭찬의 대상인 이유는 ‘도덕’은 인간으로서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만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고, 존경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의 말, 행동 하나하나가 그 자신을 포함해, 심지어는 그 자신의 입장을 배제하면서까지 사회 전체 이익, 인류 전체의 행복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 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만 이 ‘도덕’이 갖추어질 수 있다는 것은 바로 ‘도덕’이 인간의 자연 적 경향인 이기주의와 반대 속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성의 법칙이라 할 수 있는 이기주의 를 이겨내고 항상 옳은 것, 즉 모든 이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많은 인간적 고뇌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칸트가 ‘덕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많은 희생을 치르기 때문이지, 무엇인가 이득을 가져오 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도덕’이 모든 이의 칭찬과 존경의 대상이면서도, ‘장수’ 나 ‘부’, ‘전문성’처럼 부러움과 닮음의 대상으로서는 애매한 입장이 되고 마는 이유가 바로 이 칸트의 말에 담겨있다. 한 마디로 많은 희생을 치러야 되기 때문에 도덕적인 인간이 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나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도덕적인 사람이 마 땅히 존경을 받아야 된다는 마음까지 없지는 않다.
칸트나 맹자, 왕양명이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도덕법칙’이나 ‘선한 마음’ 또는 ‘양지’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기주의와 구분되는 인간의 또 다른 이 본 성에 의해 일반 사람들은 이들 도덕적인 이들을 인간적으로 존경하지 않고서는 배겨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의 이런 존경의 밑바닥에는 의식하든 안하든 도덕적 인간의 도덕 적 행위가 별로 도덕적이지 않은 나 자신을 포함한 사회의 다른 모든 인간들에게 이익이 된다 는 합리적 계산도 함께 작용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왜 ‘도덕’으로 포장하려 드는 것일까. 궁극적인 목적은 당연히 거래상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거래상의 이익은 단순히 명예일 수도 있고, 유권자의 표일 수도 있고, 자기가 쓴 책이나 강의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일 수가 있다. 그런데 그 포 장지가 왜 다른 어떤 것이 아닌 하필 ‘도덕’일까를 생각해보면, 일단 ‘도덕’은 그 사람이 실제 로 그것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 지 밖으로 보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 사람의 소유물이나 사는 곳 또는 학벌 같은 것은 금방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도덕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체가 ‘“덕은 꼭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덕이라고 생 각하는 자들도 있다’(There are those who hold it a virtue to say: 'Virtue is necessary)라고 지적하는 것처럼, 일반 사람들은 당사자 본인의 말과 약간의 매스컴의 협조만 있으면 이성적으로 따져보는 과정 없이 손쉽게 그 사람을 도덕적이라고 믿는다. 원시인들 이 오래되거나 특이한 자연물을 찾아가 거기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머리를 조아리던 토테미즘 의 유전자가 아직도 여전히 사람들의 뇌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대중들의 심리를 꿰뚫 은 특정 기능 전문가들이 니체가 ‘자신들이 깊어 보이게 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모든 물을 흐려 놓는다’(They all disturb their waters so that they may seem deep)라고 말한 것 그대로, 자신의 기술적 탁월성에 대중성이라는 사랑의 묘약을 더해, 자신의 정체를 흐릿하고 애매하게 만들다 어느 순간 ‘도덕’이라는 광채 나는 마스크를 쓰고 대중 속에 우뚝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사회는 기본적으로 분업 사회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이기주의를 전제로 한 다. 분업 사회는 사회의 모든 역할이 각각 전문가들로 채워져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다. 신을 모시는 이, 신을 대리하는 이는 일단 종교 전문가로서 분업적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이다. 교수 역시 교수라는 기능 자체는 일단 존경과 관계 없다. 특정 지식에 깊이가 깊다는 것과 도덕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 역시 일단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식을 연구하는 분업적 전문가다. 유명 작가 역시 스토리를 만 들고 컨텐츠를 만드는 산업 사회의 한 명의 분업적 전문가일 따름이다. 유명 강사 마찬가지 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말로 전달하는 분업적 전문가일 뿐, 니체의 말대로 그의 입에서 도덕이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다고 해서 그가 매우 도덕적인 사람 또는 존경받아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산업사회에서 어떤 분야의 어떤 사람도 분업적 전문가 그 이상일 것이 라고 지레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 일단 그렇게 모든 이를 특정 기능의 전문가로 인식할 때 환 상도 없고, 그에 따른 실망도 없고, 죽일 듯이 헤집고 들어가는 분노의 댓글도 없고, 세상 믿 을 놈 하나도 없다는 탄식과 가치관의 혼란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유명 전문가 역시 본인을 특정 분야의 전문가 이상으로 보이게 하려 하거나, 또는 스스로를 착각하지 않는 것이 결과적 으로 자신에게 이익이다.
재주복주載舟覆舟 즉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지혜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필요로 하고 또 욕심내는 이들이 라면 그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전문성에 더해 도덕성까지 뛰어나다면 사람들은 알아서 그를 ‘재주載舟’, 즉 ‘띄울 것’이다. 그러나 그 도덕성이 진실이 아닌 가면이라면 사람들은 일 단 배를 두둥실 띄우기는 하겠지만, 언젠가는 ‘복주覆舟’라는 격언 그대로 성난 파도가 되어 망망대해에서 그 거짓의 배를 저 깊은 바다 속으로 수장시키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의 적인 ‘신화’ 즉, ‘이름 도둑’을 미리 막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신화가 만들 어지고, 이름 도둑이 나오는 주요 원인은 사회에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보통 사람들이 사회 현상을 볼 때 사실과 논리에 의해, 즉 귀납적·연역적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귀 납·연역이 무엇인가? 지식을 만들어내는 두 가지 유일한 수단 아닌가? 한 마디로 사실과 논리 에 바탕해 이성을 활용하여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야 옥석이 뚜렷이 갈리면서 ‘신화’와 ‘진실’이, ‘이름 도둑’과 ‘진짜 이름’이 분명한 경계를 드러낸다. 또 무엇인가에 의존하려는 토테미즘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된다. 인간은 불완전하나마 이성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인 이상, 스스로에 대해서는 자신 스스로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동안 내가 한 가치 있는 행동이나 그 반대의 행동에 대해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 칭송을 받거 나 책임을 질 수 없고, 삶의 마무리인 나의 죽음 역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빠’가 되어 누군가를 내 머리 위에 올려놓고 그의 말과 행동에 의지하고 거기서 나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계몽이 안된 상태이고 격몽擊蒙이 안된 상태이고 불완전하나마 인간에게 주어 진 어설픈 작은 이성마저도 스스로 내다 버리는 행동이다. 과거 계몽시대 이전에는 사람이 본 연의 자리인 이성적 존재로서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또 독립적으로 행동 하려 해도 환경과 제도 자체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 이성을 발휘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성적 주체가 아닌 의존적 존재로 스 스로를 낮추려는 것은 매우 매우 비인간적 행위이다.
다음으로는, 산업사회에서는 어떤 뛰어난 이도 일단 그는 한 명의 전문가일 뿐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분업 역할 또는 지식의 차이에 따라 도덕성의 차이가 있다고 많은 이들이 여겨왔지만, 최근 들어 전문가들의 여러 도덕성 추락 사건은 전문성/지식과 도덕성이 특별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전문성이나 지식의 탁월함에 습관적으로 도덕성까지 높게 점수 주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런 기대는 버리고 도덕성을 전문성과 단일 차원이 아닌 2차원으로 고려해 현실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2차원으 로, 즉 전문성은 X축에 도덕성은 Y축에 표시해 전문 분야별로 필수적인 도덕성 수준이 어떻 게 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필요한 최소한의 도덕성 수준을 해당 분야의 상황에 맞추어 어 떻게 올릴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존경’이라는 말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아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존경’이라 는 표현은 사람이 다른 이에 대해 나타내는 전면적인 인간적 존중이자 상대방에 대한 순복의 입장이다. 동시에 사회와 모든 이들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는 참으로 훌륭한 이에 대한 우리 보통 사람들이 보이는 최소한의 성의이자 찬사이다. 따라서 ‘존경한다’는 표현은 상대방에 대 한 최고의 칭송이 되면서도, 훌륭한 이의 말과 행동이 사회와 인간에 끼친 기여에 비할 것 같 으면 너무 하잘 것 없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안타까운 보답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작은 성의 라도, 그 어설픈 마음이라도 그에게 바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미안해 우리는 이 ‘존경한다’는, 마음뿐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한 말을 조심스럽게 아껴 쓴다. 존경이라는 말은 ‘도덕적으로 뛰어난 이’를 위해 귀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 출처: 신동기 著 『생각 여행』(2014, 티핑포인트) p130-143
*****(2024.05.21.)
* 晩霞만하 丁海崙정해륜 敎授교수님 提供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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