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가을볕이 녹아든 돌담길을 거닐다보면 9월 끝자락, 드디어 가을이 다가온 느낌이 들었어요.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공기에 가을 향기가 실려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제 막 시작된 10월,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풍경을 감상할 생각을 하니 청명한 하늘 가득 떠오른 뭉게구름만큼 마음도 둥둥 더욱 설레는 것 같고요.☁️☁️ 가을은 걷기 참 좋은 계절이에요. 선선한 바람, 따뜻한 햇살, 조금 뜨겁게 느껴질 땐 살짝 나무 그늘로 몸을 피하면 불어오는 바람이 훨씬 더 시원하고 향긋하게 느껴져요. 저는 특히 점점 길게 늘어지는 햇살의 잔흔같은 노을볕을 참 좋아해요. 특히나 이 계절의 노을볕은 유난히 더 꿀처럼 노랗고 달달-한 맛이 날 것만 같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그 볕이 조금은 뜨겁게 느껴지더라도 피하지 않고 온전히 느끼는 편이에요. 마치 그 볕이 몸 가득히 그리고 구석구석까지 온기를 가득 채워준느 느낌이 들거든요.✨ 이런 눅진한 온기를 품은 볕을 한가득 담을 때 어쩐지 항상 고궁이 생각나요. 고즈넉한 궁과 그 주변 자리잡은 조용하고 나지막한 지붕들이 곳곳에 펼쳐진 마을의 풍경이 가을의 볕과 가장 잘 어울리는 느낌이에요. 그런 풍경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는 동네 중 하나가 서울의 종로, 특히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핫하디 핫한 '서순라길'인 것 같아요. 사실 지금처럼 핫한 분위기가 매우 아쉬워요. 가을볕에 고요히 잠길 수 있는 정말 좋은 공간이거든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 계절이 주는 분위기와 에너지들을 많은 사람들이 잘 감각하며 살아간든구나-하는 흐뭇한 마음도 들어요. 서순라길은 종묘 서쪽 돌담장을 따라 걷는 길이에요. 종묘 서쪽에 위치한 길이라 서순라길이라고 부르는 이 길은 담장 위로 종묘를 감싼 나무들이, 돌담 맞은 편으로는 창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모던함과 고즈넉함이 조화를 이루는 카페와 음식점이 옹기종기 모여있답니다. 이 길은 돌담을 따라 걸으며 느껴지는 안온함과 가을볕을 함께 즐긴 후, 이 풍경을 한번 더 담을 수 있는 가게를 찾아 한번 더 가만히 이 풍경에 머물러보는 방법을 추천해요. 특히 서순라길은 창문을 활짝 열고 그 계절 전체를 공간 안으로 들이는 듯한 가게들이 많아요. 그 안에 앉아있는 우리는 창 하나로 가을을 가득 담고, 그 가을 가득한 공간 안에 우리를 안전하게 담을 수 있죠. 사르륵 불어오고 흘러가는 가을 바람과, 코끝을 지나가는 바람의 향과,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담소, 음악들까지. 그리고 돌담길 위로 고개를 내민 나무들의 물들어가는 색도, 흔들리는 모습과 소리도,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길게 늘어지는 달콤 진득-한 가을볕까지!🍯✨ 행복이 녹진히 스며드는 행복한 가을 풍경입니다.🍁 반드시 서순라길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여러분의 가까이에도 분명 이와 같은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이 있을테지요. 여러분을 이 계절 안에 포옥- 잠길 수 있도록 해주는, 편안히 누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꼭 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다녀오시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