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기사 Another Story - 황혼의 기사들 -
엑슨은 씩씩거리면서 밖으로 나갔고 뒤이어 용병등과 라디 일행도 따라 나갔다. 평소 때 같았으면 고든이 말렸겠지만, 고든 또한 오만한 용병들의 태도에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고 라디는 곱상하게 생긴 용병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말리지 않았다. 밖으로 나간 용병들과 라디 일행이 엑슨과 용병대장을 중심으로 서서 대치하는 형태가 되자 펠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엑슨, 저 건방진 자식을 반으로 쪼개버려!”
“저런 녀석은 한 손 가지고도 충분해.”
엑슨이 베틀엑스를 한 손으로 휘두르며 용병을 위협 했지만, 용병은 가소롭다는 듯이 옆에 차고 있던 몽둥이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본 엑슨은 비웃으며 말했다.
“설마 내가 무서워서 실성한거냐? 베틀엑스를 그깟 조그만 한 몽둥이로 막겠다니.”
“쓸데없이 말이 많은 녀석이군. 네 녀석은 말로 싸우나 보지?”
“이 자식이!”
엑슨의 베틀엑스가 공기를 가르며 용병의 허리를 향해 쇄도 했다. 이번에도 용병대장이 공격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서면 그 틈을 노려 베틀엑스의 상단의 꼭지 부분으로 복부를 가격해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피할 것이라는 엑슨의 생각과 달리 용병을 그 자리에 서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몽둥이로 베틀엑스를 위에서 찍어 눌러 버렸고 베틀엑스는 아래로 떨어지며 용병의 바로 옆에 박혔다.
“공격의 폭이 너무 크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용병대장은 몽둥이를 들어 엑슨의 왼쪽 뺨을 후려갈겼다.
“크헉!”
“공격의 폭이 크면 반격에 취약한 법이지.”
그는 다시 몽둥이를 반대 반향으로 휘둘러 이번에는 오른쪽 뺨도 마저 갈겼다. 졸지에 양쪽 싸대기를 얻어맞은 엑슨의 볼은 퉁퉁 부어올랐고 그의 입에서 나온 피와 몇 개의 누런색치아가 바닥에 뿌려졌다. 북부지역에서 곰과 싸워서도 큰 상처 없이 살아남은 엑슨이었지만, 단 두 번의 싸대기 공격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었다.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나와 싸우려고 한건가?”
“개자식! 죽여 버리겠다!”
용병의 조소어린 말에 이성을 잃은 엑슨은 베틀엑스를 움켜잡고는 용병을 향해 미친 듯이 휘둘렀다. 이에 용병대장은 엑슨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완전히 미친 오우거 같군. 미친 오우거한테는 몽둥이 찜질이 최고지.”
그는 그를 반으로 쪼개버리려는 듯 내려찍는 베틀엑스의 옆 부분을 몽둥이로 쳐서 막은 후 몽둥이 끝으로 명치를 가격했다. 그러자 엑슨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베틀엑스도 떨어뜨리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용병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끈임 없는 현란한 몽둥이질로 엑슨의 전신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저 나쁜 자식이!”
평소에 자주 다퉜지만, 엑슨이 용병 따위에게 전신이 난타 당하는 모습을 보고서 펠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활 꺼내들고는 엑슨을 구타하고 있는 용병대장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쇠끼리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화살은 목표에 닿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 버렸다.
“어떻게 된 거지?”
부러진 채로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화살을 보며 의아해진 그녀는 고개를 들어 용병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눈에 활을 꺼내들고서 그녀를 비웃는 듯이 한쪽 입고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짓고 있는 용병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난 펠은 다시 용병대장을 향해 활을 쏘았지만 이번에도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그녀의 화살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에 오기가 생긴 그녀가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용병의 화살에 막혀 버렸다. 그러나 아스멘트 최고의 궁사를 자칭하던 그녀로써는 패배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좋아. 그럼 어디 이것도 맞혀 보시지!”
펠은 결국 파이오니아의 화살을 꺼내 들었다. 아까 엑슨에게 쏘았던 화살은 사냥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지금 그녀가 꺼내는 파이오니아의 화살은 아르페 족이 오우거나 트롤 같은 강력한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진짜였다. 그녀가 화살을 활에 걸고 시위를 당기자 화살의 주위로 은은한 황금빛의 섬광이 모여들며 화살을 감쌌다. 이어서 시위를 놓자 섬광에 감싸여진 화살은 황금빛을 입자를 흩뿌리며 활을 든 용병에게로 날아갔다.
그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 푸른 섬광의 칼날이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과 파니오니아의 화살과 충돌하자 파이오니아의 화살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푸른 섬광의 칼날은 곧장 그녀에게로 쇄도해 왔다.
“꺄악!”
공포에 휩싸인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았다. 그러나 푸른 섬광의 칼날은 그녀의 눈앞에서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용병들은 크게 웃었다.
“생각보다 겁이 많은 아가씨군.”
웃음소리에 펠은 자리에서 일어나 활을 든 용병을 노려보았다.
“방…금… 그거 당신이 한 거야?”
“그럼 누가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가씨가 보여준 재롱도 나름 괜찮았지만, 아직 멀었어. 꼬맹이 아가씨.”
그는 약 올리듯이 말하며 펠을 바라보았다. 저 성깔 있어 보이는 아가씨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아까 그 화살을 여러 개 쏘려나? 아님 주먹다짐? 어쩌면 물어뜯어서 죽이려 들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빛나가고 말았다. 펠의 반응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씨잉~ 우아앙~~!”
펠이 주저앉아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예상치 못한 펠의 반응에 적지 않게 당황하며 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달래려고 시도했다.
“이…이봐, 아가씨. 다 큰 여자가 길에 주저앉아서 큰 소리로 우는 건 좋지 않아.”
“몰라~! 그리고 나 아직 17살이야! 우아앙~!!”
“저… 저… 저기…”
활 솜씨에 비해서 애 달래는 재주는 없는지 용병은 땀을 뻘뻘 흘리며 펠을 달래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보다 못한 고든이 다가와 펠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펠양, 제가 복수해 드릴 테니, 그만 울고 일어나세요.”
“정…말이죠?”
“물론입니다. 일단 여관에 들어가셔서 쉬고 계세요.”
고든의 설득에 펠은 순순히 울음을 그치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알기로 고든의 창술은 왕국에서 개최한 무술대회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뛰어났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녀가 여관으로 들어가자 고든은 용병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창을 사용하는 자가 있소? 있다면 앞으로 나와 주시오.”
그러자 용병들 중 한명이 막대기를 들고서 고든의 앞에 섰다.
“내가 상대해 드리지.”
“난 아르펜 가문의 자제인 고든 아르펜이요. 그대는 누구요?”
고든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용병 또한 퉁명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알렌이다.”
“창을 드시오. 결투를 신청하겠소.”
“창 같은 건 무거워서 안가지고 다닌다. 그냥 막대기로 대신 하겠다.”
신성한 결투에 막대기 따위를 사용하겠다는 말에 고든은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결투란 같은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오. 막대기로 싸운다는 것은 당신에게 너무 불리합니다.”
알렌라는 자는 고든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막대를 두 손으로 잡으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결투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 그리고 당신과 싸우는 것이라면 막대기로 싸워도 딱히 불리한 조건은 안돼.”
“너무 오만하시군요. 그렇게까지 자신이 있으시다면 이대로 상대해 드리겠죠.”
알렌의 공격으로 결투가 시작되었다. 그는 고든의 복부를 향해 막대기를 찔러 넣었고 고든은 옆으로 피하면서 창을 비스듬히 눕혀 그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이어 고든이 반격에 나서 그의 옆구리를 공략했지만, 막대기로 창을 내리쳐 공격을 차단하였다. 그런 식의 공방전이 20분 정도 이어졌을 무렵 알렌의 허점을 발견한 고든이 자세를 낮추고는 창을 뒤로 최대한 뺏다가 빠른 속도로 알렌을 향해 내질렀다. 그와 창은 일시적으로 푸른 섬광을 발하며 알렌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크으윽…”
하지만 정작 쓰러진 것은 알렌이 아닌 고든이었다. 고든이 날린 회심의 일격은 허공을 갈랐고 알렌의 막대기가 그의 가슴 정 중앙에 꽂혀있었다.
“이럴 수가…”
고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쓰러졌고 알렌은 그런 고든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름 재능은 있는 건 같다만, 그 따위 잡다한 창술로는 평생 하수로 살아야 할 거야.”
알렌의 조소 섞인 말에 고든은 고통이 엄습해오는 와중에도 힘겹게 대꾸하였다.
“내 실력의 부족함에 대한 것을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지만, 스승님으로 부터 전수받은 창술을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소이다!”
고든은 숨조차 쉬기 힘들 상태였지만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고 했다. 알렌 그런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고든의 창을 주워들고는 방금 전 고든이 취했던 자세와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고든이 했던 동작보다는 가벼워 보였지만 기세는 한 수 위였다.
“당신이 하려던 것이 이것인가?”
알렌이 창을 앞으로 내지르자 창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섬광이 소용돌이치며 맹렬하게 뻗어 나와 고든이 쓰려져 있는 곳 바로 옆을 강타했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고든은 전율을 느꼈다.
“당…당…신이 어떻게 이걸 쓰는 것이오? 내 스승님이 평생을 받쳐 완성하고자 했건만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가셨거늘…”
“겉모습만 따라하려고 했으니 그럴 수밖에. 그런 식으로는 아마 천년이 지나도 힘들 거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인생은…”
고든은 말을 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생각보다 맷집은 별로군.”
첫댓글 ㅇㅂㅇ... 저 용병 저거 뭐하는 애들이에요? ㅇㅂㅇ.. 건필건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