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풍경은 몽환적이었습니다. 분지형태의 너른 계곡 그리고 초입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촌락, 그 아래로 고요히 흐르는 물줄기가 있고 수많은 지류에서 흘러드는 물은 담수에 고이고 고여 커다란 담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후에는 산맥이 아니다 맞다 하며 지리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차령산맥이 맥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사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자연을 생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곳입니다. 물이 풍부하여 논농사가 제대로 결실을 만들어 주는 영향으로 산자락 비탈에 까지 논농사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모내기를 한 후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성큼성큼 자라는 벼를 보면서 그래 네가 바로 힘의 원천이다. 하면서 그 주변을 맴도는 것이 새벽에 걷는 일입니다. 참 한가로운 마을에도 직립보행을 기본으로 하는 인간에게는 하루에 적어도 기본적인 걸음을 걸어 주어야 직립에 관련된 여러 가지 신체에 활력을 준다는 사실이 알음알음 퍼져 나가기 시작하더니 이젠 마니아까지 생겼습니다.
이 사진 우측 감나무 옆으로 걸어 올라가는 두 사람도 오전 6시경 이면 산책 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입니다. 진도견을 밭 가운데 있는 농가에서 키우며 농사를 짓고 직장을 출근하며 살아가는 건실한 사람입니다. 붉은 옷을 입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은 이 마을 원로에 가까운 나이 든 사람입니다. 진도견을 키우는 사람은 참 인사성이 밝은 사람입니다. 또한 자신이 키우는 농산물을 조건 없이 나눔을 실천하기도 하니 어느 누구도 싫어할 사람은 없는 듯합니다. 한 사람은 자제들은 전부 도시에 생존의 적을 두고 살아가는 관계로 본의 아니게 짝을 잃은 후 홀로 집을 지키며 정원을 참 소중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원래는 서울에서 교육자로서 평생 살다 이곳으로 귀농하여 정착한 후 지병으로 짝을 잃은 후 혼자 머물며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 전 산막으로 가끔 찾아와 서로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잔치를 벌여 산골을 시끌벅적하게 하더니 얼마 후 부음을 듣게 된 기억만 남아 있던 차 산책 길에서 만나 자신의 신분을 밝혀 그 양반과 인연을 짓고 살던 사람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동물도 좋아하는지 파이만 보면 이름을 부르고 쓰다듬어 주며 좋은 개라는 칭찬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산책 길에 만나는 사람들 도시와는 다르게 쉽게 인사를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텃밭에서 키운 작은 농사물이라도 나누어 주려고 다들 애를 쓰는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햇살이 깊고 너르게 퍼져 들자 사물들이 정직한 모습으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빛이 전해주는 양에 따라 색의 농담이 바뀌는 모습에서 자연 속으로 한 발 더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듯합니다. 빛은 모든 사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색의 마슬사와 같습니다. 해가 떠오르고 질 때까지 해의 방향에 따라 모든 사물들은 해의 조정을 받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해는 모든 생명의 주관자 노릇을 합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그분께서는 빛 가운데 계십니다 라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해와 관련된 사유의 나래를 펼쳤다가 접으면서 사부님이 노래 부르신 태양의 찬가를 부르게 됩니다.
태양의 찬가처럼 질서 정연하게 창조적인 질서를 정리해 주는 노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마음에 한 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워라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피조물의 기쁨, 찬미하는 여기 지극히 작은 이몸 있음을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논을 중심에 두고 순환하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한 바퀴 걷기 시작하여 여섯 바퀴까지 걸으면 8400보가 됩니다. 산막을 오고 가는 길이 1,600 보 합하면 10,000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평지와 같은 길에서는 완만한 자세로 걷다가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700보가량은 속보를 이용합니다. 오늘도 거침없이 사유의 길을 걸으며 아침 산책 겸 운동을 끝냈습니다. 어제부터 하나 둘 셋... 귀경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사실은 어제 귀경할 계획이었으나 산막 부근에서 포클레인 작업을 하던 사람이 식수 배관을 터트려 놓는 바람에 복구하는 것을 관찰하느냐 귀경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복구가 완료되어 오늘은 귀경하려고 합니다. 산막으로 돌아와 10% 정도 남은 잔여 일을 마무리 짓고 파이를 차에 태운 후 혼자서 전체를 돌아보고 천천히 출발하였습니다.
여름도 말복을 깃점으로 기세가 수그러들면 초목들도 성장의 힘을 뿌리로 보내는 양이 점점 증가를 시킵니다. 벌써 내년 초봄을 위한 작업이랍니다. 그 양이 많아져 가는 시기가 바로 가을이랍니다. 물의 공급과 자양분이 뿌리로 가니 가지마다 걸려 있는 나뭇잎들은 찬밥신세가 되는 것이지요. 또한 일조량도 해가 지구와 조금씩 멀어지며 적어지며 생육을 못하게 합니다. 빛이 작아지고 양분이 작아지니 견딜 수 없는 잎들은 낙엽화 되어가면서 생애 최고의 빛으로 존재감을 알리며 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환호성이 지르며 행락의 길을 떠납니다. 바로 가을 단풍놀이이지요. 산막과 주변을 살피면서 어느새 가을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그때가 되면 주변에 결실의 산물들이 넘쳐나고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잡초들도 스스로 맥없이 쓰러져 갑니다.
정갈하게 잔디를 키우는 일도 그 때에 들어서면 멈추게 됩니다.
벌개미취는 여름을 표현하면서도 가을의 전령 사적 역할을 함께 하는 꽃입니다. 이 꽃자리를 곧이어서 쑥부쟁이가 차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만물들은 순환의 이치에 알맞게 존재하고 사멸하는 것을 반복합니다. 이러하 이치만 깨닫고 살아만 가도 보다 정의롭고 순수하고 자유로우면서 행복함을 이웃들과 나누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일인데... 이러한 일은 참 쉬지 않습니다. 독점적 존재감에 따른 끝없는 욕심이 부채질을 하면 욕심의 파이는 끝없이 자라기 때문입니다. 단순 무식하게 살아도 생의 불꽃은 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신 본성을 기준으로 평화를 사랑하며 살아갈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 평화와 선을 스스로 선언할 적이 많습니다. 평화와 선(平和와 善)! 평화는 선한 마음에서 시작되고 이어지며 끝까지 자신의 결을 잃지 않습니다. 선함을 생의 본질로 삼아라 그러하면 너는 평화의 사도가 될 것이다.라는 의지에서 아주 오래전 종교에 입문하였는데 이 또한 마음의 굴곡이 많았습니다. 잔잔한 호수에도 연일 잔잔한 물결이 일듯 마음 또한 그 평면에도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며 생각하는 사이사이마다 결이 달랐습니다. 이를 순치하고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는 마음의 문을 닫을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번뇌는 더욱더 잘 자라기만 합니다. 피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요. 그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데... 매 순간 삶의 궤적에서 찾아야 삶의 걸음걸이가 반듯해집니다.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바른 길을 모르게 됩니다. 선함은 자신의 길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자에게 오는 은총입니다. 이러한 사유를 끝으로 여름 아니 하안거가 종료된 것 같습니다. 매듭을 짓고 산문을 닫은 후 조용히 등을 돌려 나왔습니다.
준령을 넘으며 어느 해인가? 가을을 채집해 두고두고 곁에 두고 보기를 즐겼던 그 가을을 생각하며 길을 선택하여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귀경 길을 잡아 나갔습니다. 마지막 귀경 점이 늘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일부러 경안으로 진출한 후 팔당 댐을 곁에 두고 미사 신도시를 지나 귀경하여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폭염의 질이 산막과는 천지차이였습니다. 숨이 턱 막히는 가운데 다시 차에 올라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몰아 박스에 세운 후 짐을 나르고 방 청소를 끝내고 진료 문제로 병원을 방문하여 동안 모아 놓은 자료를 펼쳐 놓고 주치의와 상담을 이어나갔습니다. 또한 밀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책으로 해열진통제( 써스펜 8시간 이알 서방정)를 준비해두면서 귀경의 중심적 준비를 끝내며 하루 일정을 마감하였습니다. 내일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서울 너무 무덥습니다. 갈수록 서울은 극단화로 치우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문명의 비밀이지요. 자연의 틈이 점점 사라진다는... 도시는 인간을 사육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누웠습니다. 시지프스의 우둔함을 생각하다 ~~~^&^ 쿨쿨쿨,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