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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와 국가의 딜레마
윤영호 한인일보 객원편집위원(Seven Rivers Capital 대표)
목차
1) 외환 보유액이 적은 나라?
2) 외채 규모가 큰 나라?
3)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나라?
4) 환율이 불안한 나라?
5) 외환위기와는 거리가 먼 나라!
6) 그렇다면, 국가 CDS는 왜 급등하는가?
7) 물론 위기는 존재한다
8) 국가의 딜레마
9) 국가에 무슨 일이 일어 나고 있는가?
국가부도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일부 국가가 IMF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뉴스도 종종 접합니다. 얼마 전에는 외환위기 가능 국가 리스트가 국내 신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해외 언론에 소개 되어 한국 정부가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금융 위기에 어떠한 것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AIG가 무너지는 마당에 한국의 금융기관이 무너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시장이 실패한 마당에 국가라고 실패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도 시장 속에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환 보유액이 적은 나라, 외채 규모가 큰 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나라, 환율이 불안한 나라 등이 외환위기 가능국으로 거론됩니다. 일부에서는 아이슬란드 금메달, 파키스탄 은메달, 카자흐스탄이 동메달이라고 말합니다. 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2007년말 기준으로 카자흐스탄은 외채 963억불, 외환보유액 178억불, GDP 1038억불입니다. 가희 동메달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1) 외환 보유액이 적은 나라?
위의 팩트에 관해서 시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카자흐스탄은 National Oil Fund를 가지고 있고, 외환보유고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및 National Oil Fund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해외 채권 발행을 통해서도 늘어 날 수 있습니다. 즉 빚을 져도 늘어 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National Oil Fund는 순자산으로 구성 된 것으로 위기 시에 더욱 빛을 발하는 펀드입니다. 위의 CIA 팩트북은 National Oil Fund이 보유고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계량적 분석을 하는 많은 리포트들이 일률적으로 블룸버에서 중앙은행 보유고만을 가져다가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Oil Fund 같은 국가의 유동성 순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8년 9월 8일 현재 483억불로 GDP대비 46.5%에 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이 적은 나라의 리스트에 카자흐스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외환보유고의 내용이 대부분 순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2) 외채 규모가 큰 나라?
카자흐스탄 외채에 관해서는 크게 세가지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첫째, 국가 부채는 GDP의 3%도 되지 않을만큼 미미합니다.
둘째, 전년말 기준 963억불의 총 외채가 있었으며, 이 중에 올해 repayment를 해야 하는 금액이 250억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순조롭게 상환을 하고 있습니다. 250억불 중에 은행 부채가 170억불인데, 이에 대한 상환 재원은 아래와 같이 마련 되었습니다.
세째, 은행의 해외 채무 530억불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 부채는 자원 개발 기업의 본사와 현지 법인간의 채무 관계로 FDI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단기 자금 유출입과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카자흐스탄은 외채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 부분이 이미 상환이 되었고, 나머지 부채도 단기 부채의 성격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른 한편으로 내년도 채권 상환 스케줄을 보면, 올 한해 총 repayment 금액이 250억불이었는데 반해, 내년에는 130억불로 현저하게 줄어 드는 것도 내년도 유동성 측면에서 전혀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나라?
카자흐스탄의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330억불로 예상되어 전년 GDP대비 31.8%에 달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4) 환율이 불안한 나라?
올 한해 무역수지 흑자 및 순 FDI 등이 카자흐스탄 통화 강세의 주된 이유입니다. 정부의 개입에 의해서 텡게화 강세가 유지 되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강력하게 환율에 개입하면서도, 카자흐스탄 국가의 외환보유고가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외환위기와는 거리가 먼 나라!
카자흐스탄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나라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단기 외채가 많은 나라도 아니며,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나라는 더욱 아니며, 환율이 불안한 나라도 아닙니다. 따라서 단순히 지난해 12월 말의 잘못 된 데이터를 근거로 외환위기 가능국으로 언급되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6) 그렇다면, 카자흐스탄 국가 CDS는 왜 급등하는가?
외환위기의 두번째 근거는 카자흐스탄 CDS의 증가입니다. 첫번째에 대한 설명은 위에서 충분히 되었습니다. 그러나 CDS의 급등은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머징 마켓 대부분의 나라에서 CDS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굿모닝신한 증권의 강종선 차장은 CDS가 현재 시장 지표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금번 글로벌 위기는 바로 CDS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CDS의 주된 매수처였던 미국 IB가 무너지면서 CDS 마켓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마켓 메이커의 부재로 마켓의 가격 발견 기능이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CDS를 근거로 국가 부도 위기를 언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 거래량이 5백만불도 되지 않는 CDS를 근거로 외환보유고가 480억불인 나라의 부도 리스크를 언급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분석이지만, 반론의 여지도 있습니다. 시장은 늘 누구보다 정보가 빠르기 때문에 CDS는 우리가 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먼저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카자흐스탄 국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카자흐스탄은 펀더멘탈이 강하고, 어떠한 위험 요인도 없는 것일까? 냉정하게 카자흐스탄에서 일어 나고 있는 일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7) 물론 위기는 존재한다
분명히 위기는 존재합니다. 그게 엉뚱한 데이터에 근거한 외환위기로 표현되어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 주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글로벌 IB가 어렵고, GE마저 어려운 국제 금융 환경 속에서 카자흐스탄 기업이나 은행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여야만 정확한 해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 '카자흐스탄은 국가부도다' '무슨 소리냐? 너네나 걱정해라!' 이런 식의 감정적 상호대응을 자제하고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짚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카자흐스탄 은행에 위기가 존재합니다. 카자흐스탄 은행은 해외 차입 비중이 높았고, 따라서 글로벌 신용경색에 가장 취약한 구조였습니다. 지난해 7월에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을 받았고, 주가도 제일 먼저 하락했습니다. 해외로부터 자금 조달이 안되고, 오히려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카자흐스탄 은행의 해외 채권 상환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이 1년간 신용 공여를 중단하고, 여신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파급효과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입니다. 아래 그림은 은행이 부동산 관련 대출과 부동산 가격의 상관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을 중단하면서 주택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은행의 부실 채권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시작 되었습니다.
은행의 대출 비중 중에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찾이하는 비율은 35-45% 정도입니다. 이 중에 상당수가 담보비율을 하회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 됩니다.
즉 위기는 민간 은행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부실채권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은행의 건선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 나아가 불안 요인 중에 하나는 은행이 과연 채권을 정상적으로 분류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혹시나 부실 채권을 정상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8) 국가의 딜레마
분명한 것은 카자흐스탄 국가의 외환보유고, 재정 수지가 좋기 때문에, 국가 위기는 없습니다. 국가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딜레마가 있습니다. 국가가 튼실하기 때문에 은행이 국가에 의존하여 넘어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서서히 부실화 되어가고 있는데, 은행은 국가가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은행은 부실 채권 문제에 대하여 처리를 미루고 있습니다. 부실 채권을 정부가 비싼 가격에 사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합니다. 부실 채권 처리는 고사하고 부실 채권에 대한 공개 자체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결국 카자흐스탄 은행이 자신의 부실 채권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카자흐스탄 은행에 돈을 빌려줄 해외 금융 기관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해소된다고 해도, 카자흐스탄 은행은 해외 채권 발행을 쉽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실 채권이 명확히 공개되고, 그것에 대한 처리 방침이 서기 전까지는 아무도 카자흐스탄 은행에 돈을 빌려 주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카자흐스탄 부동산이 약간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한, 부동산 가격의 반등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은행은 국가를 믿고 버티고, 은행이 부실 채권을 공개하지 않으므로, 은행의 크레딧 라인은 점점 줄어 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카자흐스탄 정부가 맞닥뜨리고 있는 딜레마입니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공개하면서 생길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면서,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9) 국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10월 13일 카자흐스탄에 세가지 주요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 카자흐스탄의 경제 안정화에 중요 기능을 하고 있는 '까즈나 펀드'와 카자흐스탄 국영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국영지주 회사 '삼륵'의 합병하게 됩니다. 두조직은 통합하여 카자흐스탄 복지 펀드 '삼륵까즈나'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삼륵까즈나는 삼륵이 보유하고 있는 국영기업 (까즈무나이 가스, 카작 텔레콤, 카작 철도 등) 이외에 추가로 카자흐스탄 모기지 은행, 카자흐스탄 주택은행, 카자흐스탄 예금 보험, 까즈 아톰프롬, ENRC, 까작므스, 7개의 지방개발 공사 등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카자흐스탄 내셔날 오일 펀드로부터 향후 2년간 100억불을 들여와 새로운 조직인 '삼륵까즈나'의 추가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이 재원 중의 상당수가 카자흐스탄 금융 안정화에 투여될 것입니다.
세째, 예금자 보호 조치가 강화 되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지속되면서, 개인들의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 됩니다. 일인당 5천만원으로 예금 보장 한도를 인상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서 카자흐스탄 정부는 나름 대로 위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로 언제 들어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가 펀드를 통하여 은행의 부실채권을 비싸게 사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카자흐스탄이 자랑하는 내셔날 오일 펀드의 성장 속도가 줄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9월초에 266억불을 기록하고 있는 내셔날 오일 펀드는 올해 말에는 330억불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가 및 자원 가격이 하락하면서, 그 기대는 충족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 된다고 할 때, 카자흐스탄 국가 입장에서는 자원 가격의 추가 하락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 은행의 부실채권을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사준다는 것은 매우 한가한 행동으로 외부에 비춰질 것입니다.
10) 위기, 딜레마, 최악의 시나리오
위기는 존재합니다. 부실 채권과 관련한 은행의 위기가 있습니다. 은행은 해외 채권을 올해 무리 없이 상환했고, 내년까지도 무리 없게 상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제를 모두 다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첫째, 글로벌 신용경색이 내년말까지 지속된다면, 카자흐스탄 은행은 국가의 직접적 도움 없이는 버틸 수 없습니다.
둘째, 글로벌 신용경색 문제가 해결 된다고 해도, 은행의 NPL에 대한 투명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카자흐스탄 은행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세째,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도를 내고, 자원 가격이 추가로 급락할 경우 카자흐스탄 국가 능력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이뤄질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것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 될 경우, 국가 능력에 대한 위기는 카자흐스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카자흐스탄의 미래를 걱정하고, 카자흐스탄 일부 은행의 붕괴를 우려하는 것은 선의에서 우러난 것일테지만, '국가부도 동메달’의 지위는 너무 불공평한 잣대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