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오소리 이야기
오소리는 땅굴을 잘 파는데, 2m~8m의 큰 규모에 입구에 경사진 턱을 만들어 빗물이 못 들어오게 하고, 보조 출입구도 만들어 위기상황에서 도망갈 길을 따로 뚫어놓고, 침실과ㅋㅋ 화장실ㅋㅋ 등 여러 개의 방을 나누어 짓는다.
오소리의 굴에는 여우나 너구리, 토끼가 같이 사는 경우도 있다.
(얘들은 바위구멍과 같은 은밀한 곳을 보금자리로 삼는데, 아무래도 땅굴에 비하면 뭔가 모자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얘들은 오소리와 달리 굴을 잘 못 파기 때문에, 오소리굴이라도 발견했다면 그야말로 땡 잡은 격이다)
청결을 좋아하는 오소리와 달리 위와 같은 군식구들은 위생관념이 떨어져서, 아무 데나 똥을 싸는 토끼나, 위치를 잡았다 하면 거기에 똥무더기를 만드는 너구리나, 굴을 빼앗으려고 일부러 더럽게 똥오줌을 사방에 누는 ㅋㅋ 여우는 오소리 기준에는 그야말로 난장판 그 자체라 이에 학을 ^^ 뗀 오소리가 딴데로 이사가면서 그대로 굴을 날로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먹튀도 아니고 ㅋㅋ)
물론 오소리가 멍청해서 굴에 이들을 같이 살게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일단 오소리는 여우나 너구리, 토끼보다 싸움을 잘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이들의 입주를 허용하는 건 오소리가 원해서 받아주는 것이다.
왜냐면 오소리 입장에서는 이들이 같이 살면 오히려 생존에 나름대로 유리한데, 이유는 오소리가 굴에 방을 여러 개 만들어두는데 공생하는 동물들이 사는 방이 오소리 집 출입문 근처 방이다.
절대 오소리 식구들이 사는 굴 깊숙한 곳의 따뜻하고 좋은 방을 내주지 않는다.
굴 근처에 천적이 나타나면 방도 출입문에 가깝고 사방에 널린 공생 동물들의 냄새 때문에 늑대 등 후각이 예민한 천적들의 제1 목표가 오소리 대신 이들이 되기 때문이다. 즉 사실상 이 공생 동물들은 오소리에게 있어선 미끼 혹은 대타 역이다. 그리고 오소리가 역으로 너구리나 여우의 굴을 빼앗아 사는 경우도 있다.
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