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미륵곡 보리사
오늘은 혼자 경주 남산 미륵곡 보리사를 찾아갑니다. 며칠 전 서울에서 취재차 전문 사진작가 장명확 교수와 미디어붓다 염정우 기자가 찾아와서 탑골 마애미륵불군상을 같이 갔다 왔지요. 불과 1km 정도 떨어진 곳에 보리사 부처님을 친견하지 못하고 가버린 아쉬움에 찾아왔습니다.
보리사 전경
보리사 전경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옆길로 마을 지나서 오르면 단정한 모습의 보리사가 나옵니다. 소박한 차림의 가람이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줍니다.
보리사는 신라 헌강왕 12년(886년)에 창건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폐사로 있다가 1911년 보경사 비구니 박덕념이 중창하고 이후 몇 비구니 스님이 중수해 오면서 1980년 대웅전과 선원, 요사채 등을 세우고 비구니 사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보리사 대웅전
대웅전 안에 부처님
사찰의 단출함과는 달리 대웅전의 불상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 합니다. 대웅전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보면 산신각이 있고, 그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만나고 싶었던 분이 앉아 계십니다.
경주 보리사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36호
경주 보리사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36호
경주 보리사 석조여래좌상은 참 잘 생기셨습니다. 경주 남산의 마애부처님들은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들 훼손 되어 있는데 보리사 석조여래좌상은 원형 그대로를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전체 높이 4.36m, 불상 높이 2.44m의 큰 부처님이십니다. 여래께서 연꽃좌대 위에 앉으셔서 반쯤 감은 눈으로 내려 보시는데 자비로운 미소가 참 거룩하십니다.
광배 뒷면에는 왼손에 약그릇을 들고 계시는 약사여래좌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새김이 약해서 모습을 잘 구분해서 볼 수는 없었지만 합장을 하고 나니 뭔가 마음이 놓이는 느낌입니다.
목어와 목탁의 야기가 담긴 벽화
대웅전 외벽에는 큰 나무가 등에서 자라는 물고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 유명한 고승이 공부를 게을리하는 제자를 물고기로 만들어 그 등에 나무를 심어 참회하게 했다는 군요. 어느 날 밤 꿈에 제자가 나타나 스승에게 감사하며, ‘이 나무로 물고기 모형을 만들어 절간에 걸어두고, 사람들이 두드리며 참회하는 도구‘목어(木魚)’로 활용케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래서 목어가 만들어 졌는데, 그 후 점차 변형되어 지금의 목탁이 되었답니다. 목탁소리는 불자들에게 참회의 소리요, 불도에 더욱 증진하라는 부처님의 채찍이기도 한데 요즘은 소리만 요란하고 어지러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미륵곡 마애여래좌상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93호
보리사에는 마애 석불이 한 분 더 계십니다.
살짝 앞으로 기운 바위에 바위를 광배 모양으로 파내고 부처님을 모셨습니다. 단단한 바위에 어떻게 저리 잘도 새겼을까요. 하늘거리는 옷이며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퍼져 나오는 엷은 미소가 참 편안합니다.
보리사 마애불을 친견하고 여름 땡볕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불자는 다시 대구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