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는 누구와 만나도 구면지기처럼 대한다. 어려운 의미를 애기할 때도 딱딱한 표현보다는 우리 속담을 섞어가며 쉽고 직설적인 말로 참뜻을 통하게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각하를 만날 기회가 있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소탈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흉금을 터놓으면서 때로는 비밀스러운 애기나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애기도 서슴지 않은 각하의 대화방식이 그러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으로 여기진다.
가난했던 자신의 성장과정은 물론, 청와대의 가정생활을 화제로 올리기도 하고, 정상외교에서의 숨은 낙수(落樹)거리도 재미있게 애기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게 된다. 막연히 “장군출신 대통령”이라는 데서 갖기 쉬운 선입견은 직접 면담을 해보면 저절로 사라진다는 애기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각하가 시민들과 오찬이나 만찬을 자주 갖다보니 이에 따른 뒷 애기도 많다. 그중하나가 82년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있었던 평화통일 정책자문위원들과 만찬 때 벌어졌다.
그날 만찬이 거의 끝나고 대통령의 인사말이 시작될 무렵, 한 위원이 벌떡 일어나 “오늘 이모임을 경축하기위해서 제가 노래 한마디 부르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해 좌중을 놀라 게 했다. A군 출신의 그 위원은 반주로 나온 포도주를 좀 마신 탓으로 흥취가 인 모양이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각하가“그 군에서 노래를 하면 다른 군에서도 지지 않겠다고 나설 터이고 그러면 밤새도록 노래자랑이 안 끝날 판이니 내 애기로 끝을 맺는 게 좋겠지요.”라고 말해 만찬장 분위가 살아났다. 각하는 인사말을 끝내고 만찬장을 나갈 때 비서관을 시켜 문제의 그 위원을 불렀다. 각하는 그 위원에게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어 다음에 듣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지방순시 때에도 비슷한 일화는 많다. 82년3월 강원도 순시를 하면서 그 고장 각계인사 일백여 명과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각하는 강원도지사로부터 “오늘 반찬으로 내놓은 산나물은 강원도 산골의 산삼 녹은 물을 먹고 자란 것이어서 몸에 좋다고 합니다...”라는 자랑을 들었다. 그런데 도지사의 자랑이 있은 다음 얼마 안 되어(돌발사고)가 생겼다. 난데없이 정전이 되어 오찬회장의 전깃불이 나가버린 것이다. 국가원수가 참석한 행사장에서 정전사고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여러 가지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행사 주최는 당황했다. 다행히도
전깃불은 곧 들어왔으나 모든 참석자들의 시선은 각하한테 쏠렸다. “딴 것은 다 산삼을 먹었는데 전기만 산삼을 못 먹었구먼...” 각하의 말이었다. 장내는 폭소와 함께 긴장이 사라졌다.
또 83년3월 대구 직활시 순시 때는 각하가 시청 회의실에서 훈시를 하는 도중에 마이크가 갑자기 고장 난 일이 있었다. 이때도 물론 관계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초조했다. 각하는 “이 마이크가 저녁을 굶어 힘을 못 쓰는 모양이군?”이라고 웃으며 말하고는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훈시를 계속했다. 사람들은 이 같은 자리에서 각하가 으레히 이야기의 서두에 유모어를 섞거나 웃음을 선도해 딱딱한 분위기를 위해 그만큼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하가 이 같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중시하고 있는 스타일은 간접대화격인 각종 연설문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다.
각하가 국정연설을 할 때에는 전체적인 방향을 주고 구체적인 내용을 관계비서관에게 1차적으로 구술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의 구술은 마치 연설문을 읽는 것처럼 자세하다는 애기다. “표현을 이렇게 하라”는 것으로부터 “이 부분이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데 이르기 까지 치밀하다. 군데군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몇 번이고 각하의 지시를 받아 다시 작성한다. 이때 각하는 연설문 작성에 특히 강조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문장을 쉬운 말로 쓰라는 것이라고 비서관은 전한다.
각하의 뜻은 중학교만 나온 사람이면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문장이어야 한다는 점을 특히 유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각하는 어려운 영어용어나 식민지 시대의 잔재인 일본식 한자어는 피하고 있다. (물가오름세)란 단어는 비서관이 작성했던 연설문 속에(인플레이 심리)라는 당초 표현을 각하가 직접 고친 것 중에 하나이다. 이오 비슷한 예를
목격한 것은 지방순시 때 보고자가 (구서(驅鼠)등의 어려운 용어를 쓸 때는 그 자리에서
(쥐잡이) 등으로 바꾸라고 지시한 것을 들 수 있다. 각하는 한글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첫댓글 진정한 서민의 챔피언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