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환차익 기대감도 높다는 이유로 외국인들이 앞다퉈 우리나라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전통적인 채권 매수처인 은행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등 기관들도 정크본드 등 고수익 채권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에서 대거 돈을 빼내고 있는 일반 투자자들 역시 일부는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 쪽으로 갈아타고 있다.
6일 코스콤에 따르면 올 1~3월 기관 중에서도 특히 은행이 가장 많은 28조8000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여기에다 외국인들도 같은 기간에 19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채권 사재기에 동참했다. 3월 말 현재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6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부터 주식형에선 `펀드 엑소더스(대탈출)`가 지속되고 있으나 채권형 펀드에는 기관과 일부 큰손 개인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1조1000억원이 순유출됐지만 2월(1조4000억원)과 3월(1조8000억원)에는 대폭 순유입을 나타냈다.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들도 앞다퉈 채권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에만 회사채에 5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고, 향후 BB급 이하 고수익 정크본드 투자까지 고려 중이다.
김선정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금은 내부 규정상 BBB+ 등급 회사채까지만 투자가 가능하지만 시장만 생기면 정크본드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며 "규정이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 기관 개인 3각 편대 투자자금이 동시에 채권쪽으로 몰리자 국고채 회사채 등 일부 채권값도 연일 연중 최고(금리 연중 최저) 수준까지 뛰어오르고 있다. 6일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3.86%, AA-급 회사채는 4.86%로 연초보다 0.5~0.7%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일부 우량기업 회사채는 발행되자마자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이면서 일부 품귀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기관들이 단기적으로 돈을 굴리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만기 2년 이하 단기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2년 이하 통화안정채권과 AA급 이상 회사채 수익률 하락폭이 장기물보다 더 크다.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이사는 "채권 시장 상승세는 한국과 미국 등 금융당국의 우호적 발언(저금리 유지)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우리나라가 글로벌채권지수(WBGI)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외국인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출구전략 등 잠재된 악재들이 여전한 만큼 채권 상품과 시기별로 투자전략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획취재팀 = 남기현 기자(팀장) / 정욱 기자 / 김정환 기자 / 전범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