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키오스크 개발한 씨아이테크
- “장애인과 어르신, 단 한 분의 불편함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인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에게 키오스크는 여전히 생소한 기기다. 지난 7월, 시각장애인 권리보장연대 등은 키오스크에 음성 지원 및 점자 안내 등의 대책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무인정보 시스템 전문기업 ‘씨아이테크’가 AI 음성인식을 적용해 디지털 소외계층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한 키오스크를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 씨아이테크 배창희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회사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씨아이테크는 키오스크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업입니다. 1987년 국내 최초로 증명서 자동발급기 특허를 취득했고, 현재 여러 매장에 키오스크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무인민원발급기 BMT(성능 테스트)에 통과해 공공사업 부문에도 진출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AI 음성인식을 적용한 장애인 및 어르신의 정보 접근성이 보장된 키오스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국가 표준에 맞게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기입니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에 맞춰 장애인도 편리하게 무인 정보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데 주력했습니다.
Q. AI 음성인식 키오스크를 개발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주력 생산품이 키오스크이다 보니 디지털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에 대해서도 그간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어르신을 위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대면 주문 덕분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다수였지만, “매장에 키오스크만 있으면 부담스럽다”, “직원이 없으면 주문하기 어렵다” 등의 의견 또한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예산 문제 등으로 해당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고령자 및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보장된 키오스크 개발’ 공고를 접했습니다. 모든 직원이 열의를 갖고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A. 시각·청각·지체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고루 상정해 편의를 도모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키패드를 설치했습니다. AI 음성 주문을 위해 내장형 마이크와 음량 조절이 가능한 이어폰 단자, 인지하기 쉬운 깔대기형 신용카드 투입구를 고안했습니다. 메인 화면의 이미지를 크게 만들고, 필요 없는 아이콘은 삭제해 텍스트 기반으로 크고 단순하게 배열했습니다. 주문 단계 또한 최소화했습니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지니야”라고 명령어를 부르면 “띠링”하는 알림음이 울리는데, 이 알림음이 울리면 메뉴를 말하고 주문하면 됩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신용카드 투입구와 터치스크린 등 주요 동작부를 1,200㎜ 이내에서 조작 가능하도록 구성했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시중에 비슷한 제품이나 참고할 만한 제품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이용자들의 평가를 통해 추가할 기능과 개선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럼에도 키오스크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하는 과정은 난항이었습니다. 기술적인 한계에 맞닥뜨렸을 때 돌파구로 떠오른 게 KT의 ‘기가지니 서비스’였습니다. 키오스크에 내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더니 KT 측에서 감사하게도 흔쾌히 지원해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Q.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키오스크를 경기 하남시장애인복지관이 운영하는 한 카페에 시범사업으로 배치했습니다. 초기에는 일평균 50여 건 정도 이용하는 수준이었기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300여 건의 이용률을 보이면서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키오스크와는 정말 다른 부분이 있다”, “음성으로 주문이 가능해 너무 편리하다”, “터치스크린의 글씨가 커서 눈이 덜 피로하다” 등의 후기를 접할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직원들이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데이터 수집입니다. 현재는 시범사업 단계이지만, 내년부터 시행될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앞두고 관공서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키오스크가 여러 매장에 비치될 수 있도록 홍보 리플릿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입니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다양한 사용성 평가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음성인식 주문 기능은 온전히 이용자들의 피드백으로 결정된 것입니다. 키패드 방향키로 음성 안내를 받는 ‘내비게이션 방식’과 안내 음성에 따라 키패드로 입력하는 ‘ARS 방식’을 놓고 어느 쪽이 더 좋을지 오랜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시각장애인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는데, 다수가 “상세한 설명이 나오는 ARS 방식이 더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정확한 발음으로 메뉴를 호명해야 하는 등 음성인식 기능에 약간의 제약은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기술은 특정한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다수를 만족시키는 기술이라도 소외되는 누군가가 있다면 완벽한 기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키오스크는 개선할 부분이 많은 만큼 발전할 부분 또한 많습니다. 앞으로도 단 한 분의 불편함도 외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손끝으로 읽는 국정>09월호 통권 179호에서 발췌
첫댓글 얼른 장애인 및 어르신을 위한, 배리어프리한 씨아이테크의 키오스크를 편의점이나 카페, 영화관 등에서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내가 세상 살기 좀 편해질 텐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