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직도 아내가 그립다
아내는 안방에서 혼자 자고
나도 문간방에서 혼자 잔다.
혼자 자면서 가끔 아내와 함께
잠드는 것을 꿈꾸곤 한다.
좀 더 따뜻할 거야
사람의 숨소리도 가깝게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밤마다 악몽에 시린 발이 덜 시려서 좋을 거야
무엇보다도 그것은 밤마다 수포로 돌아가는 소망일 따름,
아내의 꿈에 들어가 놀다 오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도 나의 꿈속으로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아직도 아내를 그리워하며
잠자리에 들곤 한다
** 안쓰러움
오늘 새벽에 아내가 내 방으로 와
이불 없이 자고 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새우처럼 구부리고 자고 있는 내가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제밤에는 문득 아내 방으로가
잠든 아내의 발가락을 한참동안 들여다 보다가 돌아왔다
노리끼리한 발바닥 끝에
올망졸망 매달려있는 작달만한 발가락들이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다른 방을 쓰고 있다
** 기왕지사
안방 침대에서 자는 아내
기침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문간방에서 청지기로 이불 깔고 자던 나
물이라도 좀 가져다주어야지 생각하며 일어났다가
기침 소리 멈춘 것 같아
기왕지사 잠을 깬 김에
불 켜고 앉아 책 읽자 그러고 있는데
이번에는 오줌누러 일어난 아내가
내 방문 열고
잠 안자고 오밤중에 이게 뭣하는 짓이여!
핀잔 한 자루 질펀하게 퍼질러 놓고
안방으로 자던 잠 이어서 자러
비틀 걸음으로 가는 것이었다
** 울지마라 아내여 2
여기서도 좋았으니
거기서도 좋을 것이라고
믿자
여기서 힘들었지만
거기서는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힘들었어도 겨우
견뎌 낼 만큼 힘들었음을
감사해야지
지나고 나면 그 또한
좋은 일이었노라 향기가 되었음을
잊지 말자
그러하다
우리는 충분히 향기롭게 살았고
이제 향기롭게 떠나는 거다
나 떠나는 날 울음 대신
예쁜 목소리로 내가 지은 시를
읽어 주든지
간절하고도 또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 향한 노래를
불러다오
그 시에 등 밀려서 두둥실
그 노래의 강물에 떠서 두둥실
나 가야할 먼 나라로 가고 싶다
제가 부러워했던 것 중에 하나가 나혼자 내 방에서 자보는 것입니다.
한국에 나가 친구들 집에 가보니 새로 지은 집의 구조가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안 방이 둘인데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부가 같이, 따로 방을 쓰게 되어있는 구조였습니다.
시인님은 안방과 문간방 사이라니 ...
서로 그리워할 만도 하지요.
몇 년 전에 함께 크루스여행 중에 들은 친구부부 이야기인데
그 부부는 각방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의 꿈에 그만 아내가 죽었더랍니다.
얼른 일어나 아내의 방으로 가서 자는 아내를 한 참 보고 서있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그분은 아내를 얼마나 위해 주시는지
우리가 모두 부러워했습니다.
저는 가밀로도 그런 꿈을 좀 꾸고 저를 위해 주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저도 역시 제일 힘들었던 건 누구의 코고는 소리였지요. ㅎ
그런데 그 누구가 저도 코를 곤다고 하네요.
사실 저도 제 코고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깬 적이 있습니다.
한 밤중에 잠이 깨었을 때,
코고는 소리에 한 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면
다시 잠들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몸이 흔들리면 잠시 동안은 조용해 지니까
저는 제 몸을 쿨렁쿨렁 진동시켜 침대를 흔들어 댑니다.
자면서 침대를 몇 번을 흔들어대야 하는지 모릅니다.
코를 건드리면 화를 냅니다. 참 내 !
우스운건... ㅎ
여행을 가면 침대가 2 개 있는 방으로 예약을 합니다.
그렇게 다른 침대에서 자다가도
옆 침대에서 자는 가밀로씨가 코를 골면
저는 자동으로 몸을 진동시켜 혼자 누운 내 침대를 흔들고 있습니다.
그리곤 자다 혼자 웃습니다. 하하하
누가 그랬습니다.
그 코고는 소리가 그리워질 때가 온다고...
출처: 가톨릭 사랑방 원문보기 글쓴이: jang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