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내 성격 탓에 예전부터 나는 집단에서 앞에 나서거나 책임을 지는 역할을 꺼려했다. 행여나 내 실수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하는 걱정들. 사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 모습은 여지없이 건축 재료와 시공 수업에서도 나타났다. 내가 속한 손승완조의 1차 주제였던 시멘트발표의 발표자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도 첫 발표에 대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과 함께 결국 내 순서는 다가왔고, 드디어 이번 알루미늄발표에서 발표자로 강단 앞에 나서게 되었다.
사실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은 비교적 순탄치 않았다. 내가 전달하는 내용에 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했을 뿐더러, 20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담아낼 꼭 필요한 내용만을 추려내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세부적인 내용들까지 상세하게 전달하고 싶었지만, 발표에서 미처 언급되지 못한 디테일한 정보들은 학생들이 교재본과 리포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알루미늄은 지구의 지각 상에 산소와 규소 다음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구성원소로 보크사이트 광석을 통해 채취되어진다. 은백색의 금속인 알루미늄은 광범위한 양이 지구 곳곳에 분포한다는 점과 가볍다는 장점을 통해 다양한 산업분야에 널리 사용되어지고 있다.
현재에는 여러 금속 중 철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어지는 알루미늄이지만, 자연 상에는 산화알루미늄의 상태로 존재한다는 점과 이에 따른 복잡한 정제공정이 따라오는 탓에 1800년대에 이르러서야 순수한 알루미늄의 제련이 가능했다고, 건축에 처음 알루미늄이 사용되어진 것은 1890년 미국에서이다. 알루미늄의 정제공정은 베이어 공정과 홀-에루 공정으로 나뉘며, 먼저 베이어 공정에서 고열, 고압 상태에 보크사이트 광석을 노출시켜 알루미늄 성분을 녹여낸 후, 유동소성로에서 굽는 과정을 통해 산화알루미늄, 즉 알루미나를 얻는다. 그 후 홀-에루 공정에서 얻어진 알루미나를 빙정석과 함께 용융시킨 후 전기분해하여 최종적으로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는다. 이때 빙정석을 사용하는 이유는 2000도가 넘는 알루미나의 녹는점을 960도 정도로 낮춰주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진 알루미늄은 가장 큰 특징으로 여타의 금속에 비해 1/3 정도의 낮은 밀도를 가진다는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금속들과 비슷한 강도를 발현하며, 큰 연성과 전성 또한 가져 우수한 금속재로 여겨진다. 평상시 밀도가 낮으면 그만큼 약한 강도를 가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루미늄은 내 예상을 깨고 자신이 더욱 뛰어난 재료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화학적 특징으로는 반응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있는데, 순수한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뜨거운 물과도 반응할 뿐만 아니라, 가루 상태로 물에 노출되면 불이 붙는 현상 또한 나타난다.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는 물과 만나 불이 붙는다는 점이 공감이 잘 되지 않았는데, 자료조사를 하던 중 알루미늄을 잘라내면 단면에 바로 산화하는 것과 물에 넣었을 때 기포가 발생하거나 불이 붙는 영상을 발견하여 알루미늄의 큰 화학적 반응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성질들로 나타나는 알루미늄의 장점에는 먼저 낮은 밀도에 의한 가벼움이 있으며, 특히 산소와 아주 잘 반응함에도 공기에 노출될 시 표면에 얇은 산화피막을 형성하여 더 이상의 부식을 막아 높은 내식성을 가진다. 또한 비교적 경도가 낮아 가공이 용이하며, 저온에서 취성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등의 장점들이 있다.
단 낮은 경도로 인해 손상에 주의를 요하며, 체적 수축률과 선팽창계수가 크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게다가 양쪽성 금속인 알루미늄은 공기와 같은 유기산의 경우와는 달리 무기산이나 알칼리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 해양환경에서는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닌다.
건축분야에서는 이와 같은 알루미늄을 지붕재, 천정재, 단열재와 같은 내장재와 외장재에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M-BAR, T-BAR, H-BAR와 같은 천정재와 커튼월 공법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알루미늄의 가장 중요한 사용방식인 만큼 답사를 위해 간삼건축의 시공현장으로 찾아갔을 때도 세부적인 부분들까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M-BAR, T-BAR, H-BAR의 경우에는 모양이 해당 알파벳을 닮았다는 이유로 이름 붙여진 천정재인데, 지붕에 패널을 연결해주기 위해 사용되며, 각각의 경우의 시공방법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발표에서 샘플들을 통해 설명했듯이 M-BAR는 바닥면에 패널이 나사못을 통해 고정된다. 천장의 텍스나 석고패널에 나사못이 보인다면 전부 M-BAR가 사용된 경우이다. T-BAR는 T자형 바닥면에 패널을 올리는 형식을 취하며, 나사못이 필요하지 않아 깔끔한 패널의 단면을 얻을 수 있다. 시공이 완료된 후 겉으로 T-BAR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H-BAR는 패널의 옆면에 직선상의 홈을 낸 후 끼워 시공하는 매립형의 것으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T-BAR와 H-BAR의 경우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TH-BAR 시공으로 합쳐 부르는 법이 많으며, 이 경우 패널을 H-BAR를 이용해 한 방향으로 길게 연결시킨 후 수직된 방향에 T-BAR를 이용해 천정시공을 완료한다.
(M-BAR의 시공모습. 패널면에 나사못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TH-BAR의 시공모습. 가로방향에 H-BAR가 사용되었으며 세로방향에 T-BAR가 사용되었다.)
커튼월 공법은 외벽에 유리패널을 설치하는 공법으로, 기존에 공장에서 부품들이 따로 생산되어 현장에서 일일이 조립을 해야 했던 스틱공법과 달리 공장에서 유닛, 즉 모듈단위로 생산되어 현장에서는 유닛간의 간단한 조립만을 요하는 공법이다. 시공시간의 감축을 이뤄낼 수 있으며 하자의 위험이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나의 유닛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킹 또는 단열과 방수의 역할을 해주는 부분들의 존재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이 유닛들을 연결하여 외벽을 구성하며, 열, 공기, 빛, 수분, 먼지와 같은 것들을 통제한다.
(유닛 단위의 커튼월. 실제로는 아크릴패널이 위치하는 부분에 유리패널이 두 겹 위치한다.)
생에 처음으로 찾아가게 된 시공현장이 간삼건축의 것이었기 때문인지, 답사의 경험은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았다. 찾아가기 전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공사였으며, 덕분에 아주 많은 것들을 보고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사이트에 찾아가도 눈으로 보고 오는 것이 다였는데, 관계자분과 연락을 취한 후 찾아가 상세한 설명들을 듣는 것은 얻어지는 이해도에서부터 차원이 달랐음을 느낀다. 건축 재료와 시공 강의 덕분에 여러 답사의 경험을 해보았고, 앞으로의 학업에서도 이와 같은 경험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름 뒤에 있을 특강에서 중앙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의 옥상에 올라가 듣게 될 교수님의 설명 또한 매우 기대된다.
건축 재료와 시공 13주차 강의에는 알루미늄 발표와 함께 김정근조의 유리를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다. 드디어 반장선배가 발표자로 등장하셨고,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그만큼의 노하우를 보여주셨다. 발표의 시작을 조원들과 함께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는데, 교수님께서 평소 강조하시던 발표에서 조원들의 참여도를 어떻게 보여야하는 지에 관한 의문점이 해소되어지는 순간이었다.
유리를 보면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찾아갔던 유리공장이 떠오른다. 유리병들을 생산해내던 그곳에서 유리를 만들어내는 과정들을 보고, 직접 입김을 불어넣어 유리병을 만들어본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덕분에 그 이후로도 유리는 나에게 있어 꽤나 친근한 재료였고, 건축학과에 진학하고 전공과목들에서 유리라는 소재를 다룰 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건축분야에서 유리는 비교적 현대에 사용되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왔지만, 의외로 유리는 이집트시대에서부터 발견되었다 한다. 교수님께서는 유리는 과거에는 보석과 같이 매우 귀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고 하셨다.
유리는 취성이 약한 재료로, 특히 건축에 쓰일 때 화재에 주의를 요한다.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펑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바로 열에 약한 유리가 깨지며 내는 소리이다. 때문에 소방관분들도 교육을 받을 때 유리창에 주의하라는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현재 유리를 건축에 사용했을 때 차음효과가 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유리는 디자이너들이 계속해서 다양한 방법들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계속해서 보완되어질 것이라 말씀하셨다.
또한 유리의 화학적 성질을 설명해주시며 유리의 부식에 관해 가르쳐주셨는데, 투명하기만 할 줄 알았던 유리 또한 산화하여 하얗게 변색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와 비슷하게 유리는 공기 중의 미세한 산에 의해 풍화작용이 나타난다고도 한다.
유리에는 일반적인 판유리, 무늬가 새겨진 무늬유리, 중심부에 철망이 삽입된 망입유리, 층 사이에 건조한 공기가 들어있는 복층유리에서부터해서 강화유리나 스테인 글라스 등의 수많은 종류가 있는데, 종류에 따른 제법들이 다양하여 제법의 종류에 대하여 잘 알아두어야 한다.
먼저 형취 성형(Blowing)과 압형 성형(Pressing)은 병처럼 목이 좁은 용기 등과 같은 것에 사용하는 공법으로, 성형 틀 안에서 공기의 주입으로 제작하는 것이 형취 성형, 성형 틀 안에서 압력을 사용해 제작하는 것이 압형 성형이다. 내가 경험한 입김을 불어넣는 방식이 형취 성형과 같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장 성형(Stretching)은 형광등과 같은 관형태의 유리를 생산할 때 쓰는 공법으로 유리의 화학적, 열적 균질성을 좋게 하는 장점이 있다.
롤 성형(Rolling)은 단롤법, 복롤법, 연속롤법 세 가지 방법으로 분류된다. 단롤법은 철판위에서 하나의 롤로 유리를 눌러내며 복롤법은 같은 방식이지만 두 개의 롤이 양면에 사용된다. 연속롤법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 롤의 쌍들을 이용하여 유리를 생산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롤링 성형을 할 때에는 무늬 판을 사용하거나 철망을 끼워 넣는다는 등의 여러 경우의 수가 있으며 이 때 취하는 방식들에 따라 앞에서 말했듯이 유리의 종류가 나뉘게 된다.
이번 건축 재료와 시공 13주차 강의에서 다뤄진 알루미늄과 유리는 현대건축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어지는 재료들로, 앞으로도 있을 건축들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낼 존재들이다. 어찌 보면 현대건축에서 새로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재료들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지는 것은 건축가로서 가져야할 필수적인 요건이라 말할 수 있겠다.
7명의 조원을 대표하여 4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건축 재료 중 금속재의 한 테마인 알루미늄을 소개하는 것. 과연 내가 조원들과 함께 배운 지식들을 다른 학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발표를 시작하게 되는 순간까지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었다. 하지만 발표가 시작되자 그런 고민들을 떠올릴 새도 없이 정신없이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주고 나니, 어느새 걱정들은 사라지고 후련함만이 남아 나와 함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조들이 석재, 콘크리트, 금속 등과 같은 건축 재료의 하나의 클 틀을 다뤘다면, 내가 속한 손승완조의 경우에는 시멘트, 골재, 알루미늄과 같이 큰 주제들을 이루거나 그 주제들로부터 파생되어지는 재료를 주제로 가졌다. 조금 더 큰 주제를 가져 넓은 범위에 대한 총체적인 것들을 다뤘으면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지만, 사실 시멘트와 골재는 콘크리트의 성질 대부분을 좌우하고, 알루미늄은 금속재 중에 그 장점들로 인해 건축물의 내외장재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므로 우리 손승완조는 하나의 큰 범위의 재료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다룬 것이라 자신한다.
3차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는 기쁨도 잠시, 바로 조원들과 함께 다음 주에 있을 파이널 발표의 주제에 관한 고민을 시작했다. 현재 사용되어지는 건축 재료의 새로운 재활용법. 어찌 보면 건축 재료의 재사용을 통한 신소재의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자신들이 다뤘던 재료들 중 하나를 선택한 다른 조들과 다르게 우리 손승완조만 유일하게 고무라는 새로운 소재를 주제로 선정했는데, 강의에서 처음 다뤄지는 만큼 다른 학생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그간의 진행방식과 다르게 토론의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될 것을 생각하니 은근히 긴장되면서도 상당한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은 아직도 조원들과 3차 발표까지 마치고 이제 다음 주에 있을 파이널발표만을 남겨두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조장과 다른 조원들이 각자 바쁜 일정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보통 대학수업에서 팀플을 하면 좋지 않은 감정만이 남는다는 흔한 스토리들과 달리 함께 값진 경험을 하고 보람찬 학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첫댓글 알루미늄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정리하게 되어 참 좋군요~
감사합니다 ㅎㅎ
발표 준비하느라 고생했어!
이번엔 거의 같이 밤 새운 것 같은데.. ㅋㅋ
발표가 안정적이었던 이유가 있었구나..GOOD^^*
그동안에 발표 관련하여 여러 팁들 주신 덕분입니다 ㅎㅎ
갑사합니다!!
현장 사진을 보니까 알루미늄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것 같네요..!! 발표때 알루미늄 천정재 샘플을 직접 보여주셔서 이해가 잘됐어요! 리포트도 잘 읽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