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시즌간 여성들은 도대체 팔목을 가만두지 못했다. 누구는 뱅글과 팔찌를 5개 이상 겹쳐야 안심이 되는 양 팔목을 무장했고, 또 다른 누구는 심지어 컬러가 다른 시계를 두 개나 겹쳐 차고 나와 의기양양하게 웃음 지었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들의 카메라 세례를 독점하는 일명 ‘리얼 패션 스타’들의 팔목은 더욱 가관이었다.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도 값비싼 시계와 주얼리로 장식한 팔목을 자랑하기 위해 팔꿈치까지 소매를 걷고선 패션쇼장을 활보했다.
하지만 지난 9~10월 4대 도시 컬렉션을 방랑하는 패션 유목민들의 팔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팔목은 시계 하나, 뱅글 하나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대신 어린 시절 추억속의 알사탕만큼이나 커다란 반지들을 손가락에 아무렇게나 스타일링한 멋쟁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그리고 그런 리얼 패션 스타들의 스타일을그대로 답습하는 패션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팔목보다 손가락에 무게중심이 실린 시대가 도래한 걸까?
“저희가 바잉하는 주얼리 브랜드에서도 요즘엔 좀 더 대담하고 개성 넘치는 반지들이 인기입니다.” 10 꼬르소 꼬모의 바이어 강민주가 저절로 눈이 가는 독특한반지들의 인기를 증언했다.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파인 주얼리보다 시선을 빼앗을 정도로 강렬한 디자이너 주얼리들을 원하는 고객들이 늘었습니다. 합리적인가격대도 매력적이구요.” 그녀는 에디 보르고(Eddie Borgo, 고소영 결혼식 때 김민희가 착용해 화제가 되었던), 델피나 델레트레즈(Delfina Delettrez, 디자이너가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의 딸) 등 새롭게 떠오르는 주얼리 디자이너를 추천했다.
“그리스 출신의 일리아나 마크리(Ileana Makri)라는 디자이너의 반지도 독특합니다. 뱀, 입술 등 대담한 디자인에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죠.”그럼 반지를 즐겨 끼는 이들이 전하는 반지 스타일링 팁은? “될 수 있으면 한눈에 들어오는 대담한 디자인을 고르세요.” 〈보그〉를 위해 해외 슈퍼 모델들을 촬영해온 런던 스타일리스트 김예영이 말했다. 스스로 반지 스타일링을 즐기는 것은 물론, 화보를 스타일링 할 때도 대담한 디자인의 반지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그녀가 말했다.“얼마 전 해골을 모티브로 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뉴욕의 ‘에볼루션’에서 알렉산더 맥퀸의 반지와 꼭 닮은 반지를 발견했어요. 당장 구입했죠!” 그런 그녀가 추천하는 스타일링은 바로 레이어링! “프레야나 애비처럼 톱 모델들은 열 손가락 모두 다른반지를 끼고 촬영장에 나타나더군요. 한 손가락에 여러 개의 반지를 겹쳐 끼기도 하구요.”
디사야 소라크라이 키티쿨(Disaya Sorakraikitikul, 지난 11월호 콘스탄스화보에 등장했던)과 파멜라 러브(Pamela Love, 이번 CFDA / Vogue패션 펀드의 후보에 오른)가 그녀의 ‘강추’ 디자이너.파리 컬렉션이 끝난 직후인 10월 초, 〈파이낸셜 타임스〉에는 셀린의 피비 파일로를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다. 장문의 기사 속에도 여성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대목은 파일로의 평소 옷차림을 묘사한 부분. “그녀의 가느다란 몸은 블랙 가죽재킷에 푹 파묻힌 듯했고, 축 늘어진 듯한 블랙 팬츠 위로 길다란 남성복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여성들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디자이너임을 증명하는 이 부분!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커다란 반지와 가느다란 반지가 레이어링 되어 있었다.”셀린에서 아직까지 반지를 선보이지 않았던 파일로가 자신이 즐기는 스타일의 반지를 내놓는 순간, 그야말로 여성들의 손가락은 스타일의 절정을 맛보지 않을까?
출처 : V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