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이 중국음식점에서 탕수육 보다 더 즐겨먹는 요리는 오향장육입니다. 물론 갑판장도 어렸을 때에는 달콤 시큼한 맛을 탐닉하여 탕수육을 더 선호했지만 어즈버 상시 음주를 즐기는 나이가 되다보니 오향장육을 더 즐기게 됐습니다. 특히 향이 강한 빠이주(白酒)와는 찰떡궁합이기에 빠이주를 마실 때면 우선적으로 선택을 합니다.
오향장육(五香醬肉)은 이름 그대로 중국에서 즐겨 사용하는 다섯 가지 향신료인 팔각, 정향, 회향, 초피, 진피 등으로 향과 맛을 낸 간장소스로 조린 돼지고기를 이릅니다. 중국음식에서 아무런 수식어 없이 육(肉)이라고 표기를 하면 돼지고기를 뜻합니다. 쇠고기의 경우에는 우육(牛육)으로 구분하여 표기를 합니다. 오향장육은 주로 사태를 사용하는데 조리를 하는 과정에서 돼지껍질의 제라틴 성분이 양념장에 녹아들어 한데 엉깁니다. 이를 식히면 마치 묵과 같은 형태의 고형질이 생기는데 이를 짠슬(사진의 시커먼 덩어리)이라 하며 오향장육을 먹을 때 곁들이면 오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오향장육과 피단(皮蛋)/장육의 상태가 퍽퍽하다면 피단을 곁들이는 게 한결 낫습니다.
소싯적 부터 오향장육에 맛을 들인 갑판장은 북창동을 시작으로 광화문과 명동, 연남동, 영등포 등을 순회하며 장안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소문난 오향장육은 거의 다 찾아 다니며 먹어봤지 싶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참 맛있게 먹던 오향장육인데, 분명히 그 때 그 집의 오향장육인데 어느 해 부터인가 갑판장의 입맛에는 그다지 맛이 없게 느껴지더군요. 냉장고의 그윽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냉장향장육이 나오는가 하면 또 한눈에 보기에도 퍽퍽한 육질이 읽히는 오향장육이 대부분입니다. 그 대신 양과 가격에 대한 체감 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미욱한 갑판장이 추측해 보건데 아마도 상대적으로 안 비싸 보이는 가격과 푸짐해 보이는 양에 대한 사명감(?)에 휩싸여 자승자박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향장육/산동교자관
십수년 전에 1인분에 1~3천원 쯤 하는 삼겹살집이 대유행을 했었습니다. 저급한 수입산 냉동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거기에 보테 야채값 등의 명목으로 값을 따로 매기는 수법과 메뉴판에는 삼겹살이라고 써놓고는 아무 부위나 막 내주는 수법도 동원이 되었었습니다. 갑판장의 주변인물들 중에서도 처음에는 그런 음식점과 기존의 고깃집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었습니다만 이제는 확실히 구분을 하여 이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을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겠지요.
가격과 양 보다는 품질과 맛에 방점을 두는 음식점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양은 적고, 상대적으로 비싸기만 한 음식점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갑판장에겐 스스로의 입장과 판단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컨셉의 음식점이 많아지는 것이 다행입니다. 부디 초지일관(初志一貫) 하기를 바랄 뿐 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원가가 얼마입네 하고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에서 과연 명품이 나올 수는 있을까요?
첫댓글 그분들에게는 원가의 개념자체가 다르니 어쩔 수가 없네요. ㅋ 아니면 의도적인 왜곡이겠죠.
惑世誣民을 일삼는 이들이나, 附和雷同 하는 이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