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탄천 반려견 놀이터
인간과 반려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간
반려동물 1천만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반려견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 놀이터의 개보수 비용도 부족한 데 반려견을 위한 놀이터를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을 감수하고 성남에는 야탑, 정자 그리고 금극동의 탄천 둔치에 반려견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반려견과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는 반려견 놀이터를 직접 가보았다.
이경화리포터 22khlee@hanmail.net
반려견도 사회성 훈련이 필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섭다는 아이를 위해 푸들 코코를 키운 지 이제 막 9개월이 되었다. 예년보다 추웠던 겨울날씨 탓에 밖에 나가지 못한 코코는 다른 개들과 교류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친구를 만들러 간 애견카페에서는 개보다 사람을 좋아하는 유별난(?) 성격 탓에 두 시간 내내 동료인 개들은 피해 다니고 사람들에게만 꼬리치며 쫓아다녔다. 그 때 개를 훈련시키는 분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은 개도 사회성 훈련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도 아닌 개도 사회성이 중요하다니? 사회성이 훈련되지 않은 강아지는 다른 개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주인외의 사람도 무서워하고 나아가 정상적인 유대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코코의 사회성 훈련을 위해 가까운 곳을 산책하게 되었지만 워낙에 사람을 좋아해 달려들기 때문에 목줄 쥔 손에 힘만 잔뜩 주고 얼마 못 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공원을 걷다보면 반려견을 좋아해 예뻐해 주고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거나 무서워하는 등 개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공원에서의 배설물 처리와 목줄이 의무화되었다. 그럼에도 달리고 싶은 강아지의 욕구를 채워줄 방법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탄천의 반려견 놀이터. 별 기대 없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아이와 함께 가보았다.
반려견과 사람을 위한 행복한 공간
점심시간에 도착한 반려견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그저 초록색 울타리와 반려견 놀이터임을 알리는 현수막, 그리고 덩그렇게 놓인 의자 네 개만이 눈에 들어 왔다. 밀려오는 실망감을 안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강아지의 목줄을 푼 순간, 정신없이 아이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는 코코를 보며 깜짝 놀랐다. 처음으로 맘껏 달려 본 코코는 우사인 볼트를 연상케 하는 스피드를 자랑하며 뛰는 통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지쳐 주저앉아 버렸다.
한 십 분쯤 지났을까? 탄천을 따라 산책하던 강아지들이 한두 마리씩 놀이터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시추, 이것저것 참견하고 싶은 요크셔테리어, 수줍은 말티즈, 여러 재주를 선보이는 재주꾼 비글, 그리고 외국인 주인을 따라 온 진돗개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들이 모여들었다. 우리의 우려를 뒤로하고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는 코코의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반려견 놀이터에는 반려견과 함께 온 견주들도 있지만 탄천을 산책하다 개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들어오는 아이들도 많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부담돼 키우지 못하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개들을 만져 볼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코코는 단연 최고 인기.
강아지들은 넒은 잔디밭을 신나게 뛰어놀고 견주들은 반려견들과 교감하고 있었으며 나아가 다른 견주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가 이루어졌다. 또한 일반 시민과 아이들도 놀이터의 강아지들과 교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 유모차에 태워 놀이터에 나가면 삼삼오오 엄마들이 모여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서로의 강아지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나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놀랐던지. 사랑만 일방적으로 주는 애견의 개념에서 함께 생활하는 반려견으로 명칭이 바뀌는 의미를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강아지와 이곳에 자주 나오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인 친구가 생겼다는 영어강사 케이리. 역시 공통된 관심사는 국경도 초월하나보다.
더 많은 반려견 놀이터 생기기를 꿈꾸며
정신없이 뛰며 친구들과의 사교생활에 여념 없는 코코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울타리와 몇 개 안되는 플라스틱 의자 외에는 다른 어떤 시설도 없는 놀이터지만 좁은 아파트에서만 갇혀 지내는 반려견들이 주인과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 함께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어서 참 좋았다.
다만 함께 있는 개들의 예방접종 상황과 질병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은 믿음 밖에는 없다는 사실과 반려견들이 배변을 할 수 있는 시설의 부재, 그리고 세정시설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울산과 성남에만 있는 시설이라 일부러 서울에서도 찾아온다니 성남에 산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오는 7월 서울시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에도 반려견 놀이터가 시범 개장한다니 반려견과 함께 하고픈 사람들의 마음과 시설의 필요성이 입증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코코도 아쉬움이 남는 지 움직이지 않는 것을 아이가 억지로 안고 돌아선다. 돌아와 목욕 후 잠을 청하는 코코에게 아까 반려견 놀이터에서 본 비글의 재주를 가르치려는 아이를 보니 아이가 어릴 적 놀이터에서 돌아와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출처:성남분당용인수지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