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상공회의소 워크샵 일정에서 하루 더 머물러 오르기로 한 한라산!
28명의 산악회원은 마지막 워크샵 일정인 산굼부리 주차장에서 차를 나눠타고 한라산행을 위한 1박을 하기 위해 드림시아 펜션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속에서 눈을 감아도 좀전의 풍경이 남아있습니다. 황금빛의 석양속에 은백색으로 반짝이던 무성한 가을 억새가 그야말로 석양 녁 만추의 장관의 주연을 맡아 아낌없이 몸을 흔들며 움직였습니다. 억새물결이 시원하게 얼굴을 간지르며 바라보았던 13만년전 만들어졌다는 태고의 평지 분화구가 준 고요함 덕분인지 그동안 1박2일 동안의 워크샵 피곤이 차분히 가라앉고, 산악회원만 탄 버스 안에서 오래된 우리 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안도감과 편안함으로 몸이 다시 나른해집니다.
김현수님이 제주 처갓집에서 공수해온 푸짐한 보신수육과 박기찬님이 협찬해주신 오겹살로 가든 바베큐 파티를 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펜션의 야외 정원에서 이미 어두어져 바다는 보지 못했지만 찬 밤바람을 맞으며 그을음내며 구워진 고기를 테이블에 놓기가 무섭게 재빨리 제대로 씹지도 않고 넘기는 그 맛! 관리인이 제주도에 왔으니 마음껏 먹으라고 한소쿠리 그득 담아온 노지 감귤도 우리의 정신을 뺴았았습니다. 이희영님의 은은히 울리던 에델바이스 오카리나 연주, 박기찬님과 이정이님의 중창, 서너명이 같이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날은 오카리나 소리와 어우러져 고운화음으로 밤바다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 모두가 서로에게 아름다웠고 소중했습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행복했던 마지막 하룻밤은 지나갔습니다.
5시 기상시간을 무색하게 8명의 여성산악회원은 이미 깨어 있었고 바닷가 일출을 보시러 나가신다고 단장을 하시네요. 알고보니 최점순님은 2시 이전에 일어나셔서 산 정상에서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을 만드셨다고 합니다. 작은 기적 같은일들이 많이도 벌어지네요. 이정이님이 여러가지 많은 것을 넣으셔서(?) 시원하게 끓여 주셨던 라면과 믹스커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이영목대표님은 라면에서 어제 먹었던 개고기가 씹혔다고 하시던데, 이정이님 정말 라면에 그거 넣으셨어요? 언제나 당당한 산악회의 울엄마, 어때요 맛만 좋던데,
일정대로 7시에 버스를 타고 성판악으로 이동했습니다. 1950미터 정상고지를 750m 고지의 성판악코스9.6km 시작하여 고지 620미터 관음사 8.7km 코스로 내려오는 길고긴 산행입니다.
성판악탐방 안내소에서 스트레칭으로 간단한 준비운동하고, 8시경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석찬님은 이정이님이 중간에 내려 제주 다른 곳 구경하다 마지막에 합류하자는 권유를 은근슬쩍 뿌리치고, 내달리듯 먼저 오르기 시작하셨습니다. 태산에서의 부진한 산행을 만회하려는 듯 적당히 속도도 내십니다. 그동안 한라산행 대비 연습하셨군요.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놓여진 나무 계단과 돌을 밟으며 계속 올라갑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산을 오르시는 분들이 많아 줄을 서서 올라갑니다. 땅에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합니다. 쌓여 있는 넓고 좁은 갈색의 오그라진 잎들을 밟고 가는 느낌이 향기롭고 푹신합니다.
찬바람에 겉옷을 걸쳐 입었던 회원들, 하나씩 옷을 벗기 시작합니다. 높이를 나타내는 표지석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900미터, 앞으로도 1000미터를 올라야 정상인가봅니다. 여전히 양쪽에 나무 울타리로 경계를 만들어놓은 긴 계단길만 보입니다. 허락된 등산로인가 봅니다. 경사는 좀 있지만 까만 화산 돌들이 무르고 부드러워 마치 등산화에 스펀지를 깐거 같아 오르기 힘들진 않습니다. 이정이님은 제주도에 계시는 사돈분을 만나시러 미련없이 내려가시고 박연주님을 한참을 고심하시다 힘들면 이영목님이 업어줄 수도 있다는 소리에 오르기로 하십니다. 대장님께서 트레킹코스로 슬슬 산책산행하라고 권유한 이석찬님을 선두로 이미 오르셔 보이지도 않습니다. 중간 속밭대피소에서 정숙호님이 풀어놓으신 시원한 막걸리 한컵이 워밍업을 한껏 부추겨 줍니다. 한잔한잔 나누다 정작 정숙호님께서 못드실 지경에 이르자 울고싶은 표정이 역력합니다. 막걸리 짊어지고 오시느라 수고한 값으로 먼저 드시고 잔 나누어도 좋으니 그렇게하세요. 우시지마시고. 100미터 오를때마다 서있는 표지석이 높은 경사 오르느라 아픈 발과 다리를 달래줍니다. 눈 들어보면 나뭇잎을 다 떨구고 곧게 뻗은 검은 나무가지를 드러내는 키다리 장수같은 참나무,느티나무의 위용이 대단합니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쉬어가는 코스인가봅니다. 라면을 파는 1500고지 진달래밭 중간 휴계소였습니다.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한가로히 나무자리에 누워 있는 모습이 풋풋해 보이고 방황하는 청춘, 자유로운 영혼을 느끼게 합니다. 땀에 푹 젖어 지친 박연주님이 이영목님에게 불평을 하자, 이영목을 얼른와서 박연주님 목과 어깨를 마사지해줍니다. 소시지와 과자등의 간식을 먹고 또 다시 출발, 여기서 점심 먹는 줄 알았는데, 어쩌나, 새벽에 라면밖에 안먹어 시장기가 오르는데..
또 다시 걷다보니 시야가 트이기 시작합니다. 맞은 편 멀리 한라산 정상 봉우리가 보입니다. 앙상하고 아담한 나무들이 은빛 껍질을
반짝이며 반겨줍니다. 갑자기 달라지는 낮은 풍경이 신비롭습니다. 싸리처럼 뿌옇게 빛나는 나무, 은갈치색으로 나무기둥이 빛나는 나무들이 주목나무인지 구상나무인지 고채목인지 모두가 기가 죽은 듯 엉거주춤 엎드려 서있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계단이 한참 아득합니다. 새파란 하늘에 떠있는 손에 닿을 듯한 구름이 지척 가까운데에 있습니다. 근처에는 나무가 보이지 않고 잡초와 들꽃 같은 작은 무리의 갸날픈 꽃나무들이 누워서 땅에 딱 붙어 있습니다. 정상 백록담까지 오르면서 구름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마치 신선이 된 기분입니다. 최민호님은 맨발 벗고 정상 쉼터를 오고가며 와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 너무 좋다며 탄성을 그치질 않습니다. 백록담정상석과 백록담둘레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사진한컷은 커녕 가까이 다가서기 어려울 정도 입니다. 사진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는 모습이 쉬지않고 계속됩니다. 뺑 둘러 앉아 먹었던 취나물주먹밥과 보신수육 무침과 막걸리, 대장님은 주먹밥이 천하일품 맛이라며 칭찬에 침이 마를 정도입니다. 최점순님 새벽에 일어나 만드신 보람 있으시네요. 어렵게 순번을 기다려 백록담표지석에서 단체사진 컷컷컷, 백록담의 담수가 너무 아트막하고 작아 조금은 실망, 은근과 끈기로 생명수 완전 마르지 않도록, 한라산신 지켜주소서, 저력을 보이소서. 온갖태풍을 한반도 남쪽 끝에서 몸으로 지켜주는 한라산! 우리 용상산악회도 큰 바람막이되어 든든히 지켜주소서!!! 이리저리 정상에서 스산하게 날아다니는 갈까마귀들의 배웅을 받으며 하산합니다.
두시가 넘어 도착한 삼각봉대피소에서 만난 지킴이는 빨리 하산하라며 우리의 등을 떠밀며 재촉합니다. 오를때와는 다르게 관음사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탁 트인 아름다운 풍경과 계속 친구하며 갑니다. 산에서 만나는 주상절리, 거대한 절벽들이 작은 그랜드캐년같습니다. 화산바위 화산돌들이 꽃처럼 버섯처럼 여기저기 검게 피어나 봉우리를 이루고 계곡을 이룹니다. 이희영님의 일일 급조된 짝궁 조원철님은 대장님이 계속 재촉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없이 사진을 찍어줍니다. 제주한라산행 사진첩 한권이 완성될 것도 같습니다. 이희영님의 빨간 벙어리 모자가 파란하늘과 흰 구름과 잘 어울립니다. 이제 정상 표시석이 100 미터씩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 키가 커지는 나무들, 색이 밝아지는 나무들 계속따라오는 운무와 함께 밝고 맑은 기운을 줍니다. 선발대로 가시는 분, 내려가는 속도는 비슷한데 한번도 쉬지 않습니다. 선두를 유지하는 비결 쉬지 않고 가기였습니다. 오랜만에 나오신 임광재님, 혼자서 쌩쌩 선두를 따라 가셔서 우리팀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만났던 깊고 깊었던 탐라계곡에서 김홍국님 사진 한컷을 부탁합니다. 이 한라산행을 위하여 두달전 부터 준비했다는 김홍국님, 모두가 발군의 실력을 보여 주십니다.
한라산 중턱의 희생추모비를 왕복하는 훈련을 하는 앳된 군인들은 하나같이 랩이나 클럽음악을 들으면서 성큼성큼, 뛰듯이 사뿐하게내려 갑니다. 똑같이 무거운 군복을 입어도 개개의 감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상에서 한번도 제대로 쉬지 않고 잰걸음으로 그렇게 내려와 선두그룹 5시 관음사지구 야영장 도착, 속속들이 몸 지친회원들 표정만은 밝게 내려와 5시 20분 하산 완료. 20KM, 9시간 한라산행 전원 27명 무사 산행!! 용상산악회 만세 입니다.
참가인원 28명
정은용, 권영안, 김미순, 최정규, 김현수, 함진숙, 김상우, 김춘영, 함송훈, 이희영, 이석찬, 황종률 인성익, 윤미화
강태식, 최민호, 박창근, 김홍국, 조원철, 박연주, 이영목, 이정이, 신명식, 임광재, 김중대, 최정순, 이명수, 정숙호
후원 ; 박기찬님, 28명 1박 드림시아 펜션 숙박비용, 저녁 바베큐 오겹살
김현수님 저녁 바베큐 보신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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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큐 누가 구었는지가 빠졌네요~
ㅎㅎㅎㅎ..
태산에서 한라산까지.....대단한 기세이십니다.~~
용상 산악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