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묵은해는 가고 새 해를 맞이합니다. 언제나 이 맘 때쯤이면 지는 해를 돌아보고 새 해의 설계를 하게 마련이지요! 그럼 우리는 임진년(壬辰年)을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고 만약 계획대로 살지 못했다면 그 미진한 일들을 계사년(癸巳年)엔 기필코 이룰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지난 한 해 우리가 꼭 이루고자 했던 일은 무엇일까요? 일찍이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生滅)이 없이 길이 돌고 도는지라,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며,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나니, 이것이 만고에 변함없는 상도(常道)니라.」하셨습니다.
노력한 만큼 받는다는 인과(因果)의 진리를 말씀하신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기울인 지난 한 해의 노력이 실한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면 우리의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증거이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 한해 우리가 소중하게 추진하였던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바로 내년을 향한 우리의 장엄한 발걸음이 되지 않을 런지요!
도반 동지 여러분!
첫째, 마음관리를 잘 하고 사셨는가요?
송죽(松竹)의 가치는 상설(霜雪)이 드러내고 공부의 가치는 순역경계(順逆境界)가 드러냅니다.《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사흘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가 되고,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백 년 동안 욕심낸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니라.」하였습니다. 혹 우리는 이 한 티끌에 불과한 재물 때문에 앙앙불락 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리고 경께(境界)따라 우리의 마음이 요란하고, 어리석고, 글러지지는 않으셨는지요? 그 마음에 요란과 어리석음, 그리고 그름을 없애는 것이 바로 마음공부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뽑히고 원천(源泉)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마릅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에 마음공부는 신앙의 뿌리요 수행의 원천이지요.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를 총섭(總攝)합니다. 그리고 모든 공부의 근본이지요. 마음공부가 없으면 모든 공부가 다 바른 활용을 얻지 못합니다. 어찌 우리가 이런 마음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 복을 짓고 사셨는가요?
하늘은 짓지 아니한 복을 내리지 않고, 사람은 짓지 않은 죄는 받지 아니한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복도 짓지 않고 혹 복을 바라지는 않으셨는지요? 공덕(功德)을 쌓는 데는 보시(布施)가 으뜸이라 하였습니다. 땀 흘려 번 정재(淨財)로, 아니면 이 건강한 몸으로, 그것도 아니면 마음으로라도 세상을 위해 빌어주면 그것이 공덕이 됩니다. 지난 12월 12일 자 *덕화만발* <재능기부>를 읽고 우리 [덕화만발duksan]카페의 <홍준표 화백 그림 방>에는 홍화백의 재능기부로 난리가 낫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을 연필화로 멋지게 그려 무상 보시를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천지 · 부모 · 동포 · 법률 이 사은(四恩)이 모두 우리의 복전입니다. 그래서 불보살들은 국한 없는 세계의 공변된 밭에 세세생생 복의 씨앗을 심는 것입니다. 무진장의 보고(寶庫)가 딴 것이 아닙니다. 안으로 마음공부 잘 하고, 밖으로 상(相)없는 공덕을 쌓는 것이 우리들의 무궁한 복락(福樂)의 원천인 것입니다. 과연 올 한 해 우리는 복을 많이 지으셨는지요? 만약 충분치 않다면 새 해에는 정신 · 육신 · 물질로 무한한 복을 지어 가시지요!
셋째, 인연(因緣)을 소중이 여기며 사셨는가요?
좋은 인연은 우리의 전로(前路)를 열어주고 향상심과 각성(覺醒)을 줍니다. 그러나 나쁜 인연은 우리들의 앞길을 막고 나태심과 타락 심으로 이끌며 선한 인연을 이간질하는 인연이지요. 그러니까 인연 잘 못 만나면 인생이 고달픕니다. 복 중의 제일은 인연 복이라 했습니다. 부처님도 인연을 못 만나면 제도(濟度)하실 수 없다고 하셨답니다.
그 좋은 인연은 어떻게 맺어가는 것일까요? 그 사람이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곳에서라도 욕하고 미워하면 안 됩니다. 천지는 기운이 서로 통하고 있는지라 그 사람 모르게 욕 한 번 한 일이라도 기운은 먼저 통하여 상극(相剋)의 씨가 묻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 사람 모르게 좋게 여기고 칭찬 한 번 한 일이라도 기운은 먼저 통하여 상생(相生)의 씨가 묻히었다가 결국 연(緣)을 만나면 상생의 씨는 좋은 과(果)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어째 이 한 해 인연농사 잘 지으셨는지요?
넷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셨는지요?
젊었을 때는 그리도 시간이 안가더니 요즘은 그야말로 초음속으로 시간이 달아나는 것 같습니다. 서양의 어떤 물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일생을 70살이라고 볼 때 26년간 잠을 자고, 21년간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6년간 화를 내고, 6년간 기다리며, 6년간 식사를 한다고 하네요. 또한 228일 동안 면도와 화장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마음의 양식은 언제 준비할까요? 어떻게라도 돈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양식을 준비하는 것이 어쩌면 더 큰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할 수만 있으면 아침엔 수양정진(修養精進)의 시간을 갖고, 낮에는 돈 버는 일과 보은(報恩)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밤엔 참회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죠. 시간은 추수하는 것 보다 버려지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 버려지는 시간을 아껴 영육쌍전(靈肉雙全)에 만전을 다하는 것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 아닐까요?
도반 동지 여러분!
어째 이 네 가지에 최선을 다하고 살아 오셨는지요? 우리의 양심에 비춰 올 한 해 풍성한 수확을 했다면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러나 수확이 신통치 못했다면 오는 계사년엔 더욱 분발하여 이 네 가지를 실천에 옮겨야 하지 않을 까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하였습니다. 지난 것은 묻지도 말고 돌아보지도 말고 잘 보내 버립시다. 그 대신 새 해는 우리의 새 계획과 새 다짐을 멋지게 성취하기 위하여 찬란한 새 해를 맞이합시다. 그리고 내년엔 풍성한 열매를 거두시지요!
첫댓글 송년의 귀한 말씀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건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