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은 비워야 채울 수 있잖겠나!
솔향 남상선/수필가
우리는 의식주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숱한 정신적 육체적 활동을 하고 있다. 하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으리라. 순풍에 돛을 단 인생이라도 오욕칠정에 사로잡혀 서로 울고 웃고 부대끼며 아귀다툼하는 날들이 수없이 많다. 하물며 격랑의 세파를 헤쳐 가는 인생항로에 있어서야 더 말할 게 뭐가 있겠는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탐욕의 노예가 되어 눈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나만 잘 살면 된다 하는 이기주의의 탐욕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론 같은 얘기지만 사람이 행복헤지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야겠다.
영화계 원로 배우인 신영균 씨는 졸수(卒壽:90세)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정신적, 육체적 면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60~70년대 한국 영화 중흥기 원로 배우로서 돈도 많이 벌었다. 열심히 해서 번 돈이지만 그는 정말 멋지게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신영균 씨, 그는‘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 위원회’기념관 부지로 쓰라고 서울 강동구 땅 4,000평을 기증했다. 지난 2010년에는 명보극장과 제주 신영영화 박물관 등 500억 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모교인 서울대에도 시가 100억 원 상당의 대지를 발전 기금으로 내놓았다. 이처럼 수백억 원 대의 거금을 쾌척할 때마다 그는,
“남은 재산 역시 사회에 환원하겠다.”
하며 약속한 바 있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는 욕심이 없다. 그저 마지막으로 가지고 갈 것은 40~50년 된 성경책 하나다. 나중에 관 속에 이 성경책 하나만 묻어 달라." 했다.
신영균 씨는 인생 말년을 살고 있지만 욕심을 버리고 제대로 사는 법을 터득했다. 세칭 갑남을녀(甲男乙女)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물욕, 탐욕을 버리고 마음의 평정을 찾아 인생 진리를 깨달은 분이니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탐욕에 찌든 우리“마음의 그릇”에 뭘 비우고 무엇으로 채워야 한다는 걸 깨우쳐주고 있다.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마음의 그릇”얘기를 하다 보니 옛날 노나라 환공의 “의기(欹器)”가 떠오른다.
노(魯)나라의 환공은“의기(欹器)”라는 그릇을 늘 가까이 두고 자신의 품성을 바르게 가지는 데 힘썼다고 한다. 공자께서도 이 그릇을 의자 오른쪽에 두고 반성하고 의기라는 그릇을 좌우명(座右銘)으로 삼았다 한다.
노나라 환공의“의기(欹器)"!
이 그릇은 텅 비면 기울어지고, 가득 채우면 엎어지고, 중간 정도 채우면 반듯해졌다고 한다. 이 그릇이 주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가득 채우지 말고 반쯤 비워 두라는 것이다. 지나친 것은 좋지 않으니 중용을 기하는 삶의 방법을 교훈으로 깨우치고 있다. 또 “의기(欹器)" 가 가득 채워졌을 때 넘어지는 것은 사람들의 성공이 어려운 조건(높은 학식, 출중한 외모, 많은 재산, 달변)이 아니라는 걸 암시해 주고 있다.
적당히 비워 두어야 좋은 것으로 채울 수 있지 않겠는가!
오늘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명언이 새삼스럽게 머리에 스친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
성인의 가르침에 <감히 나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불감위선(不敢爲先)"이란 말이 있다. 불감위선(不敢爲先)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 겸손해야 한다. 자만, 아집, 오만으로 가득 차 있는 그릇에는 아무것도 더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의기(欹器)"!
텅 비면 기울어지고,
가득 채우면 엎어지고,
중간 정도 채우면 반듯해진다.
“그릇은 비워야 채울 수 있잖겠나!"
우리는 뭘 비우고
어떤 걸로 채우며 살 것인가?
첫댓글 무엇이든 넘치지도 부족 하지도 않은 적당선이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신영균씨의 아름다운 미담은 기리 후손에 남을것 같습니다.
텅 비면 기울어지고, 가득 채우면 엎어지는군요. 항상 중간 정도 채우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인생이 자만과 아집과 오만으로 가득차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