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신원식, 일본식 표현 '처리수'가 맞다 주장
국방장관도 "정확한 표현"이라고 맞장구 '황당'
일본 수산물 세슘 나오는데…'괜찮다' 주장도
전문가 "처리수는 친일 발언" "수산시장 교란"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왼쪽)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 2023.4.6. 국회방송 갈무리
"후쿠시마 오염수가 맞습니까? 오염 처리수가 맞습니까?"
"오염 처리수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지난 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주고받은 문답이다. 신 의원은 이날 북한에서 사용하는 '용어 혼란전술'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오염수'가 잘못된 용어라고 지적한 뒤, '오염 처리수'가 맞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에 동조해 '처리수'를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는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다종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등으로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감추기 위해 용어를 교묘하게 바꿔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탄소-14, 요오드-129, 플루토늄, 스트론튬-90 등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스트론튬-90의 경우, 뼈에 흡착해 백혈병, 골수암 등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중국, 대만, 러시아를 비롯한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오염수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서 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오염수'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외교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보도자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라고 표현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도 오염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자연 상태에서는 있어서 안 될 다양한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는 물이기 때문에 오염수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오염수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쓰고,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은데 한국 정부의 국무위원과 여당 국회의원이 일본 정부 의도에 부합하는 '처리수'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굳이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신 의원과 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시종일관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국민 불안을 '괴담'으로 치부했다.
일본방사성오염수방류저지공동행동,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단체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일본 정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장기보관 요구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3.10
아울러 이 장관은 "오염 처리수가 우리 근해로 올 가능성이 있냐"는 신 의원의 질문에 "해류 조상 기류에 따르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이에 "해류가 (태평양을) 한 바퀴 도는데 3~5년 걸린다고 한다. 북태평양 해류를 통해서 들어와서 3~5년 후에 돌아온 것이 약간 일부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올 수가 있다. 그런데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나아가 신 의원은 "(일본산) 연어, 오징어 등이 오염이 됐다고 해서 2011년부터 그 가능성이 대단히 낮기는 한데 혹시나 싶어서 수입을 금지시키고 있다"고 언급한 뒤, 이 장관에게 "일본 해산물 전수조사에 의해서 방사능에 오염된 게 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 해산물을 수입해도 안전하다는 취지로 문답을 꾸민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정확한 발언이다.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면 미국을 거쳐 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돌아 아시아로 흘러온 뒤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 신 의원 말대로 한반도에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오염된 수산물의 국내 유입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일 발표한 '2022년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총 3만 6155건의 농수축산 식품을 대상으로 방사성물질 세슘(CS-134, CS-137)에 대한 검사를 한 결과 전체 11.5%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검출률은 2018년 1.83%, 2019년 1.84%, 2020년 3.57%, 2021년 9.9%, 2022년 11.5%로 5년 간 증가했다.
구체적인 검출률은 수산물 3%, 농산물 21.1%, 축산물 2.6%, 야생육 29.0%, 가공식품 6.3% 유제품 0.3% 였으며, 수산물의 경우 후쿠시마산 산천어(검출률 1.2%)에서 기준치(100Bq/㎏)를 넘은 킬로그램(㎏)당 170베크렐(Bq)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치바산 잉어(검출률 44.0%·최고치 66Bq/㎏), 군마산 곤들메기속(49.1%·55Bq/㎏), 치바산 줄새우(40.0%·33Bq/㎏) 등 담수어에서도 세슘이 검출됐다.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 자료. 2023.4.7. 환경운동연
특히 해수어의 경우 미야기산 명태(1.1%·3Bq/㎏), 이바라키산 참돔(0.7%·0.84Bq/㎏), 치바산 방어(2.9%·0.69Bq/㎏) 등에서 세슘이 검출됐으며, ㎏당 20Bq까지 세슘이 검출된 치바산 농어의 경우 총 241건 중 116건에서 세슘이 확인됐다. 지난해 1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는 300Bq/kg, 1400Bq/kg 등의 세슘이 검출된 적도 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작성한 해수어 세슘 검출 자료에는 2022년도 후쿠시마산 검출 이력이 단 1건도 없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후쿠시마에서 잡은 해수어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거나,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예상과 달리 후쿠시마 원전에서 먼바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며 일본 정부 자료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신 의원의 발언에 대해 "처리수는 오염도를 축소하려는 일본식 표현법이며, 이를 알고도 오염수를 오염수로 부르지 않으면 친일 발언"이라면서 "해류가 돌아 우리나라로 오염이 덮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공해(公海)를 오염시키는 범죄행위로 인해 연안 오염 수산물이 수입되어 건강을 위협시키는 문제로 우리나라 수산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첫댓글 친일발언을 서슴치 않는
그들의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네요..
어이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