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과 3월이 교차하는 날... 새봄이 찾아오는 남해를 향해 달려간다.
수년동안 다이빙을 하면서 일년이면 서너차례씩 들락거린 거제도와 매물도지만, 바다속만 냅다 들여다보고 피곤에 쌓인채 차안에서 졸고 돌아오기 일쑤라 그 흔한 몽돌해수욕장도 보지 못하였더랬다.
마침, 거제도에서 가장 높다는 가라산 산행과 매물도를 트레킹하는 일정이 잡혔고, 지루한 밤버스에 시달리며 까무룩 잠도 들지 못한채 사위가 완전 깜깜한 새벽 5시가 못되어 산행을 시작한다.
흑요석같이 까만 밤하늘에 거짓말같이 깨끗하고 밝은 별들이 별자리를 이루며 총총하다.
한 친구가 저쪽이 남쪽방향이라며 별자리를 짚어주기 시작한다.
"여자들은.. 별자리 척척 짚어주는 남자 엄청 멋져 보이더라.. ㅎㅎㅎ"
내 농담에 별자리를 가리키는 친구의 목소리가 고요한 산에서 우렁우렁 하게 울리고, 우리는 한껏 목소리가 커진 친구를 보면서 깔깔깔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가라산... 거제도 제1산 해발 580미터....
요새 산에 좀 다녔다고 건방떨었다.
580미터면 껌이군.... 껌 아니다. 윽~
섬에 있는 산은 해발 0미터부터 산행을 시작해서 정상까지 가야하는 고로.... 해발 1,000미터에서 시작해서 1500미터 선자령 계방산 등등을 오르는 것보다... 훨 힘들다.
암벽을 밧줄을 잡고 기어오르고 한치앞도 방심할 수 없는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아.... 어둠이 조금씩 걷히자 능선에 올라선 우리는 탄성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이래서 섬에서 하는 산행이 좋아.
남해 한려수도가 손에 잡힐 듯히 펼쳐진다.
밤의 여신이 어둠의 너울을 걷자 태양이 어느새 바다위에서 어여쁜 얼굴을 내어 놓는다.
다정한 하산길...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오전 9시의 햇살이 넘실거린다.
새봄이 새록새록한 가라산은 하산길이 더 아기자기 하다.
산아래쪽에는 이미 동백꽃이 만발하고, 노루귀꽃, 삼지닥 나무꽃들이 만발하였다.
햇볕이 참 좋다.
명사해수욕장으로 걷는 길은 물빛이 눈부시고, 유채꽃이 이제 마악 필 준비를 마쳤고, 바다위로 던져지는 물수제비를 뜨는 소리로 생그럽다.
매물도....
11년전 처음 바다속을 만나러 갔던 곳.
너무 가난해서 양식장도 없고, 고깃배도 없지만 소박함이 있던 섬. 10가구의 집마저 다 외지인이 사서 원래 섬주민들은 다 세를 얻어 산다 하였지.
새벽 ... 가파른 섬을 오르내리면 동무들과 찾아보던 야생화며 매물도앞 작은 섬에 살아보는 것을 꿈꾸었었지..
옛기억을 안고 도착한 소매물도는 무섭게 변해 버렸다.
온갖 중장비들이 공사...공사...공사중.
빗물로밖에 식수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곳에 외지인이 지은 어머어마하게 큰 펜션이라니... 이래서야 섬이 버텨낼 재간이 있을까?
아직 아름답지만 변해버린 소매물도를 슬픔속에 걷는다.
가파른 망태봉을 지나 등대섬으로 향하는 길.
오늘 물때는 오후2시부터 등대섬으로 가는 길이 열린단다.
속이 훤히 비치는 바닷물만 본다면 여름날처럼 풍덩 뛰어들어 자맥질을 하여도 좋으리라.
하늘로 향하는 길과 바다로 향하는 절벽길....
어느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길이 없다.
저 하늘로 향하는 길위에 언제 다시 서게 될까?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남겨 두어도 좋을 일이다.
안녕.... 이른봄....매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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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이 정말 좋네요...
이쪽은 비가 안왔었나 봅니다...
여수쪽엔 비가 주룩 주룩 내렸드랬지요... 오동도 입구까지만 갔다가 아이들 핑계삼아 동백꽃은 못본채...
막걸리집으로 고고씽 했습니다... ㅎㅎ
3월만 오면 동백때문에 늘 설레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봄이 오면 여지없이 피는 꽃이 신기하다니깐요.
거제 그리고 소매물도 가구싶어하는곳중에 하나인데 ~~
덕분에 잘보고가요 ㅎㅎ
채식주의님처럼 고운 감성갖으신 분은 참 좋아하실 섬인데,,, 요즘 공사가 하도 많아서 초입에서 분교가실때까지는 눈을 꾸욱~감으셔야 해요.
가라산 지나다보니 시커멓게 만만치 않아 보이더군요 ㅎㅎ 소매물도는 이번주말에 갈까 생각중입니다 근데 배시간이 7시 ^^;; 여름성수기가 아니라서 통영서 많은 배가 없네요
오히려 거제로 넘어 오셔서 가시면 낫지 않으실까요? 저희는 거제에서 소매물도로 움직였는데, 1시간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따뜻한 꽃소식을전해주셔서감사합니다
강원도는 언제쯤 꽃소식이전해질지 기다려봅니다
강원도는 4월이나 되어야 조금씩 꽃소식이 전해지니 기다리시기가 애타시겠어요.
화장도 하시네요^^
못가본곳중 가보고싶은 곳인데 덕분에 구경 잘했습니다.
그러게요.ㅎㅎ
언제든 소매물도도 좋은데...저는 개인적으로 관광객손을 안탄 대매물도가 좋더군요.
비박하고 오신거래요????아침에 텐트안에서 떠오르는 태양ㅇ을 보믄서 커피한잔하믄 ~
비박은 아니구... 무박이요^^ 그죠.. 아침에 캠핑장에서 맞이하는 모닝커피는 너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