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9년 12월 11일 수요일
화요일 저녁 늦게 둥지 센터장님에게 톡이 왔다. 아이들이 쓴 감상문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배낀 것이라 다시 쓰라고 하셨단다. 이번 주 아이들이 읽은 책은 강지원 변호사의 "구도자의 마음으로" 이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어려웠나보다. 일단 표지부터 아이들의 맘에 들지 않게 생기기는 했다. 글자 폰트도 되게 어른스럽다. 그러니 손이 안갈 수 밖에..다시 열심히 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도 했다.
센터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있다. 나를 보더니 빨리 먹겠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괜찮으니 천천히 먹으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이 와중에 다이어트한다고 저녁을 굶었던 "주"가 결국 못참고 마구 집어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깔깔 거린다. 이렇게 정신없던 저녁 시간이 금방 지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감상문 쓰기 어렵지 않았냐고 하니, 어젯밤에 늦게까지 다시 쓴 이야기를 여기 저기서 한다고 난리다. 글을 발표하기 전에 "구도자"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보았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더니 "표"가 구도자의 정의를 줄줄 이야기 한다. 역시 둥지의 에이스! 모두 "오!" 하고 감탄사를 날린다.
아이들은 강지원 변호사님이 '보호 관찰소'를 만드신 분이란걸 놀라워 했다. 자신들과 같은 비행청소년들을 생각하고 잡아주는 기관을 만든 분이란 것에 신기해 했다. 그러나 "화"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자신은 보호관찰소가 짜증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여기서 바뀌기는 거녕 오히려 앗싸! 하며 반성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동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토론의 장이 열렸다.
보호 관찰소, 위탁, 보호 쉼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갹하냐고 물어 보았다. 몇몇 아이들은 이곳이 그래도 소년원보다 낫다고, 자유도 있고 좋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아이들은 여기서 오히려 더 나쁜거 더 배우고 나가는 아이들도 있고, 나가면 더 나빠진다고 했다. 자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갇힌 것도 아닌 게 더 짜증난다고 토로했다. 보호관찰 받으면 정기적으로 오는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것도 싫다고 한다.
그럼 여기에 온 것이 싫냐고 물어 보았다. 재판 받을 때는 소년원 안 가게 해달라도 빌지 않았냐고 하니, 아무도 대답을 안한다. 다른 지역은 쉼터에 없어서 너희들과 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해 주었다. 사실 마음이 답답했다. 아이들 말대로 여기서 좋은 프로그램과 사랑으로 양육해도 아이들의 가정과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다시 한번 주어진 이 기회를 붙잡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그건 자신의 선택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말해 주었다. 너희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이 기회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고, 이 기회를 붙잡는다면 웃으며 이 센터에 인사하러 오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이 곳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주어진 이 시간을 둘도 없는 기회로 여기게 되기를 바래 본다.
다음 주 퇴소하는 "화"의 손을 꼭 잡고 작별인사를 했다. 다음에 멋진 모습으로 센터에 놀러 오라고, 꼭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글쓰기 시간 재미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재미었네요. 선생님, 담에 꼭 봐요!" 그래 담에 꼭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