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7월 처음 공개한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북한이 기존 신포급과 로미오급 개량형 신형 잠수함외에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6발 가량을 탑재할 수 있는 4000~5000t급 대형 SLBM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공개된 로미오급 개량형 신형 잠수함은 배수량이 3000t에 육박하고 SLBM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는데 SLBM 탑재 규모를 2배 가량 늘린 대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26일 “북한이 기존 신포급 및 로미오급 개량형 외에 이보다 큰 신형 잠수함을 건조중인 정황들이 포착돼 한·미 정보 당국이 예의주시중”이라고 말했다. 신형 잠수함은 길이 90m 이상으로 배수량은 4000~5000t급, SLBM은 6발 가량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 북 신형 잠수함, 우리 3000t급 도산안창호함보다 클 가능성
북 신형 로미오급 개량형은 길이 80m, 3200t급인 우리 도산안창호함은 길이 83.5m, 수중배수량 4200t급인 일본 소류급은 길이 84m인데 북 신형 대형 잠수함은 이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SLBM(북극성1형) 시험발사에 사용한 잠수함은 신포급(고래급)이다. 길이 67m에 2000t급으로 로미오급 개량형보다 작다.
앞서 지난 2016년9월 미 38노스는 신포조선소 야적장에서 찍힌 직경 10m 가량으로 추정되는 압력선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군 당국은 이 압력선체가 로미오급 개량형이 아닌 4000t급 신형 잠수함의 일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도산 안창호함 압력선체 직경은 7.7m인데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경두 전 국방장관도 지난달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이 구형 로미오급 잠수함 성능을 개량하는 작업과 신형 잠수함 건조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로미오급 개량형 신형 잠수함을 건조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신포조선소 대형 조립건물. 길이 194m로 신형 잠수함 3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 /조선일보 DB
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질의에 “기존 운용하던 로미오급 잠수함을 성능 개량하는 부분과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 2가지가 있다”며 “지난번(지난해 7월)에 북한에서 언론에 공개한 사안은 로미오급을 성능 개량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그렇게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당시 정 장관이 언급한 신형 잠수함은 소형 잠수함이나 작은 잠수정이 아니라 로미오급 개량형보다 큰 4000t급 신형 잠수함을 의미한 것”이라고 전했다.
4000t급 신형 잠수함 건조가 얼마나 진척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4년 전에 압력선체가 식별된 점에 비춰 상당 수준 건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당국은 이 잠수함이 재래식 디젤전지 추진방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극성 3형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조선중앙TV◇ 다음달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맞춰 신형 잠수함 진수, SLBM 발사 가능성 주시
하지만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길이 90m 이상, 4000t급 이상이면 핵추진 방식일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형 잠수함은 로미오급 개량형보다 항속거리가 길어 미 본토에 더 가까이 접근해 SLBM을 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 당국은 오는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북한이 로미오급 개량형 진수나 신형 SLBM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북한 최대의 잠수함 건조 및 SLBM 개발 기지인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선 SLBM이 최근 미 정찰위성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SLBM 발사를 강행한다면 지난해 10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극성3형을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에서 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바지선에서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에 반드시 잠수함에서 수중발사 시험을 해야할 상황이다.
북극성3형은 종전 북극성1형(최대 사거리 1300㎞)에 비해 크기도 커지고 사정거리도 2000㎞ 가량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군 당국은 현재까지 SLBM 발사가 임박한 징후는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달 초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신포조선소에서 SLBM의 시험발사 준비 가능성을 보여주는 활동이 포착됐다고 밝혔었다.
한·미 싱크탱크와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전략적 도발 시나리오 중 신형 잠수함 진수 및 SLBM 발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해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7월 북한이 지난 2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LBM 능력을 꾸준히 진전시켜왔고, 특히 SLBM의 개발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권위있는 미 의회 연구소가 북한의 SLBM 개발로 사드가 무력화될 수 있음을 인정한 건 처음이었다.
지난 7월 국방부 산하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북한이 향후 도발 수단으로 SLBM을 활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KIDA는 “북한의 향후 전략 도발 유형은 SLBM 사출시험 가능성이 높다”며 “SLBM이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최대의 충격을 주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발사) 시기를 가늠하고자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도 국회 상임위 답변 등을 통해 북한의 향후 전략도발 시나리오중 SLBM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왔다.
◇ 신포 조선소에 대형 조립건물, 훈련센터, 수리용 쉘터 등 건설
북한의 SLBM 관련 보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함경남도 신포다. 신포는 당초 수상 선박 및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였다. 하지만 지난 7~8년 사이 SLBM과 관련된 각종 시설들이 속속 건설돼 ‘SLBM 전략기지’로 탈바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공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최종 보고서는 북 신포 조선소의 대변신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 신포조선소와 인근 지역에 대형 조립건물과 대규모 잠수함 훈련센터, 신형 잠수함 수리용 쉘터(엄폐시설) 등을 건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포 조선소의 대형 잠수함 훈련센터 모습. 수년간 공사가 진행돼 올들어 지붕까지 완공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패널 보고서
우선 북한이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포조선소의 대형 건물은 3척의 신형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 대형 건물은 길이 194m, 폭 36m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미 정찰위성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대형 건물 내에서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북, 신포조선소-마양도 기지 묶어 대규모 SLBM 전략거점화
신포조선소 인근 마양도는 북한 최대의 잠수함 기지로 잠수함 20~30척 가량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체 잠수함(정)(70여척)의 30~40여%가 배치돼 있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보고서 등을 통해 드러난 신포조선소의 지속적인 확장 움직임을 감안하면 북한은 신포조선소와 마양도 잠수함 기지 등을 묶어 대규모 SLBM 전략거점을 만드려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포조선소에는 SLBM 잠수함 건조 및 시험, 보수, 잠수함 요원 훈련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모아놓고, 로미오급 개량형 및 현재 건조중인 4000t급 신형 SLBM 잠수함 등은 한·미 양국군 공격을 피해 신포반도 바로 앞에 있는 마양도 지하시설에 배치, 운용한다는 것이다.
금성-4 반함선순항미사일 뒤를 이어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것은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이다.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 방송원은 방송해설 중에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가리켜 “세계 최강의 병기 수중전략탄도탄”이라고 불렀다. 탄체를 검은색으로 칠한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은 차체길이가 긴 6축12륜 수송차량에 실려 자기의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탄체에는 북극성-4ㅅ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새겨졌다. 자음 시옷은 수중전략탄도탄의 ㅅ을 뜻한다.
조선국방과학원이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했던 때는 2019년 10월 2일인데, 그들은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북극성-4ㅅ을 만들어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시켰다. 어떻게 그처럼 초고속으로 최첨단전략무기를 만들어내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2019년 10월 25일 미국 해군 참모차장 로벗 버크(Robert P. Burke)는 국방기자협회 간담회에서 당시 조선이 시험발사한 북극성-3형을 “판세전환자(game changer)”라고 하면서, 조선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북극성-4ㅅ이 등장하여 세상을 또 다시 놀라게 했으니, 미국 군부는 조선의 군사력이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강화발전되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낄 만하다.
세계 각국이 보유한 각종 잠수함들을 분석하는 미국의 온라인전문매체 <은밀한 바닷가(Covert Shores)>는 2020년 10월 15일에 실은 분석자료에서 북극성-4형ㅅ의 탄체길이는 9.8m이고 탄체지름은 1.8m라고 밝혔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북극성-4형ㅅ은 탄체지름이 북극성-3형과 같지만, 탄체길이가 북극성-3형보다 0.8m 짧아졌음을 알 수 있다.
나는 2019년 10월 7일 <자주시보>에 실린, ‘놀라움 안겨주는 북극성-3형의 진실’(http://www.jajusibo.com/47420)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극성-3형의 사거리를 7,000km라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런데 북극성-4ㅅ의 탄체길이가 그보다 0.8m 짧아졌으니, 사거리는 6,500km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이 북극성-4ㅅ을 북극성-3형보다 약간 짧게 만든 까닭이 있다. 북극성-3형은 기존 전략잠수함 함교 내부에 설치된, 길이가 약간 긴 수직발사관 안에 들어가고, 북극성-4ㅅ은 신형 전략잠수함 본체 내부에 설치된, 길이가 약간 짧은 수직발사관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기존 전략잠수함 함교 내부에는 수직발사관을 3~4문밖에 설치할 수 없는데 비해, 신형 전략잠수함 본체 내부에는 수직발사관을 더 많이 설치할 수 있다.
이번 야간열병식에 북극성-4ㅅ이 등장한 것을 보면, 그 미사일을 탑재할 신형 전략잠수함이 건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신형 전략잠수함이 없는데도,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어리석은 나라는 없다.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조선이 최근 신형 전략잠수함을 건조하였다는 사실이다. 2020년 10월 7일 국방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욱 국방장관은 조선이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조선의 잠수함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그는 그처럼 헷갈리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조선은 수중배수량이 5,000t 이상인 핵추진잠수함을 이미 건조한 것이 분명하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서 신형 핵추진잠수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야간열병식에서 신형 핵추진잠수함에 탑재될 북극성-4ㅅ을 공개함으로써 신형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북극성-4ㅅ을 탑재한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얼마나 큰 잠수함일까?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잠수함들과 비교하여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해군이 2022년 1월에 실전배치하려는 3,700t급 도산안창호함은 함체지름이 7.7m인데,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북극성-4형ㅅ의 탄체길이는 9.8m나 된다. 다시 말해서, 탄체길이가 9.8m인 북극성-4형ㅅ이 들어가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의 함체지름은 최소한 10.5m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함체지름이 10.5m인 대형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이다. 잠수함의 함체지름이 그렇게 크면, 반드시 핵추진잠수함으로 만들어야 한다. 함체지름이 10.5m 안팎인 핵추진잠수함은 전 세계에 세 종류가 존재한다. 함체지름이 10m인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7,000t이고, 함체지름이 그와 똑같은 로씨야의 빅터급 핵추진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7,250t이다. 함체지름이 11.3m인 영국의 어스튯급 핵추진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7,400t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조선이 최근 건조한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7,000t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한국 해군의 최신형 디젤-전동식 잠수함보다 2배나 더 큰 최신형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했으니, 남과 북의 잠수함전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조선이 건조한 7,000t급 핵추진잠수함에는 수직발사관이 한 줄에 5문씩 두 줄로 나란히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신형 핵추진잠수함에 북극성-4ㅅ 10발이 탑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5>
▲ 신형 북극성-4ᄉ 수중전략탄도미사일
북극성-4ㅅ에는 각개발사식 핵탄두가 5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탄체지름이 2.11m인 미국의 트라이던트 수중전략탄도미사일에 각개발사식 핵탄두가 8개 들어갔으므로, 탄체지름이 그보다 0.31m 짧은 북극성-4ㅅ에 각개발사식 핵탄두가 5개 들어간다고 보는 추론은 합리적이다.
미국 해군은 수중전략탄도미사일 24발을 탑재한 18,000t급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했고, 조선인민군 해군은 수중전략탄도미사일 10발을 탑재한 7,000t급 핵추진잠수함으로 그에 맞선다.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은 조선의 핵추진잠수함보다 크기가 2.5배 더 크고,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14발 더 탑재했지만, 조선이 각개발사식 핵탄두를 장착한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만들고, 그것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것은 제국주의핵무력을 억제하는 능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나는 이번 야간열병식의 맨마지막에 등장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력보다 북극성-4ㅅ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의 위력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각개발사식 핵탄두를 5개씩 장착한 수중전략탄도미사일 10발을 싣고 바다속 깊은 곳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핵추진잠수함이야말로 미국의 핵전쟁도발을 50개의 핵탄두로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무기체계가 아닌가!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한호석의 개벽예감](4) 러시아핵잠 ‘양키놋취’ 도입, 운용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북의 핵전력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12/02/23 [01:29]
데이빗 생어가 전해준 놀라운 군사정보
미국 언론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기자이며 문필가인 데이빗 생어(David E. Sanger)가 <뉴욕타임스> 도쿄지국장 겸 특파원으로 있었던 1994년 1월 20일 <뉴욕타임스>에 쓴 중요한 보도기사가 있다. 그 보도기사 첫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북태평양에서 러시아군 잠수함의 움직임을 추적해온 일본, 남측, 미국 정부 관리들의 정보에 따르면, 북측은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보유한 오래된 공격형 잠수함 40척을 일본의 소규모 무역회사를 통해 조용히 구입하기 시작하였다.”
너무도 민감한 군사정보이기 때문에, 생어 기자는 위의 인용문에 담긴 것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고, 후속취재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위의 인용문에 담긴 정보는 추리소설 같은 것이 아니라, 한미일 3국의 군사정보 담당 관리들을 취재한 결과이므로 신빙성을 더해준다. 위의 보도기사 인용문에 들어있는 군사정보를 정밀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위의 보도기사가 나온 시점이 1994년 1월 20일이므로, 북측은 이미 1993년에 러시아군 태평양함대로부터 공격형 잠수함을 구입하였다. 소련은 1991년 12월 24일에 해체되었고, 소련군 지휘체계는 1993년 6월에 무너졌는데, 북측은 지휘체계가 마비된 소련군을 상대로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소련군이 보유한 각종 전략무기들에 대한 통제권은 소련군 총사령부가 아니라 각지의 야전사령관들이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1985년 3월 11일 소련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한 미하일 고르바쵸프가 한 일은, 국방비를 대폭삭감하여 소련군을 약화시키는 것이었으므로, 소련이 무너질 때는 이미 전략무기 유지비를 대폭삭감 당한 소련군이 사실상 작전불능상태에 있었다. 정비와 수리를 받지 못한 잠수함들과 군함들이 줄줄이 고철로 팔려나가 해체되는 중이었고, ‘고철’을 폐기하는 처분권은 각지의 야전사령관들이 재량껏 행사하고 있었다.
중국은 그런 절호의 기회를 이용하여, 러시아산 재래식 항공모함을 3척이나 헐값으로 구입하였다. 1995년에 항공모함 민스크(Minsk)호를, 1996년에 항공모함 키에프(Kiev)호를, 1998년에 중간상을 거쳐 항공모함 바리약(Varyag)호를 구입한 것이다. 북측도 그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북측이 1993년부터 러시아산 잠수함을 구입하였으니, 중국보다 더 일찍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생어 기자가 작성한 보도기사에 들어있는 정보에 따르면, 북측이 일본 무역회사를 통해 러시아군 잠수함을 구입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나, 거기엔 착오가 있었다. 당시 상황을 읽어보면, 북측이 러시아군 태평양함대와 직거래를 했으면 했지, 다른 나라 중간상을 통해, 그것도 일본 중간상을 통해 간접거래할 필요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군 태평양함대 본부는 블라디보스톡에 있는데, 바로 그 도시에 북측 총영사관이 있다. 1996년 6월 6일 서울에서 발간된 주간지 <시사저널> 제345호 관련기사에 따르면, 1985년 이후 인민군은 러시아군과 두 차례 잠수함훈련을 실시하였다. 인민군은 잠수함작전을 맡고, 러시아군은 대잠작전을 맡았는데, 러시아 군함들은 인민군 잠수함을 한 척도 찾아내지 못하고 완패하였다. 인민군 동해함대와 러시아군 태평양함대가 그처럼 협력관계를 유지하였는데, 북측이 일본 중간상을 통해 러시아군 태평양함대로부터 잠수함을 간접구입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셋째, 생어 기자가 작성한 보도기사에 들어있는 정보는, 북측이 러시아군 태평양함대로부터 “오래된 공격형 잠수함 40척(40 aging attack submarines)”을 구입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나, 거기에는 착오가 있었다. 러시아군 태평양함대가 핵추진 잠수함을 40척씩이나 무더기로 수출하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북측도 핵추진 잠수함을 40척씩이나 수입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그 많은 핵추진 잠수함을 수리하고, 개조하고, 운용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며, 심지어 덩치가 매우 큰 핵추진 잠수함을 40척이나 수용할 거대한 지하잠수함기지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어 기자가 작성한 보도기사에 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보도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북측이 공격형 잠수함을 “조용히(quietly)” 구입하였기 때문이다. 조용히 구입하였다는 말은 제3자의 눈에 띄지 않게 비공개로, 은밀히 구입하였다는 뜻이다. 사정이 그러했으니, 한미일 3국 정보기관들이 잠수함 거래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길이 없었고, 따라서 생어 기자의 보도기사에 착오가 있었던 것이다.
1993년에 종적을 감춘 11,500t급 공격형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
1993년에 북측은 러시아산 핵추진 잠수함을 몇 척이나 도입하였을까? 2004년 8월 4일에 발간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se Weekly)>에 실린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ez)의 글 ‘북측, 새로운 미사일 배치하다(North Korea Deploys New Missiles)’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버뮤디즈는 인민군 군사력을 연구하는 저명한 미국인 군사전문가다. 그 글에 따르면, 북측은 팍스트롯(Foxtrot)급 잠수함과 골프(Golf)급 잠수함 12척을 1993년에 일본의 도헨무역회사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고철로 도입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글에서도 착오가 보인다. 수중배수량이 2,500t이 되는 팍스트롯급 잠수함과 3,500t이 되는 골프급 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이 아니라 디젤 잠수함인데, 각종 디젤 잠수함을 이미 1970년대부터 자체 생산하는 북측이 무엇이 아쉬워서 러시아에서 고철로 내놓은 낡은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였겠는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버뮤디즈의 글이 나온 때로부터 8개월이 지난 2005년 4월 8일에 그 주간지에 나온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측이 1993년에 러시아에서 도입한 잠수함은 667A 잠수함이다. 667A 잠수함은 미국이 양키(Yankee)급 잠수함이라고 부르는데, 이 러시아산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9,300t이 되는 핵추진 잠수함이다.
그렇지만 북측이 러시아에서 양키급 핵추진 잠수함을 12척씩이나 도입하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당시 러시아군 태평양함대에 배치된 양키급 핵추진 잠수함이 모두 10척밖에 되지 않았는데, 북측이 12척을 도입하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 진실은 무엇일까?
생어 기자의 보도기사가 지적한 대로, 북측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잠수함은 공격형 잠수함(attack submarine)인데, 양키급 핵추진 잠수함 가운데 공격형 잠수함으로 개조된 것은 4척밖에 없다. 공격형으로 개조된 양키급 핵추진 잠수함을 ‘양키 놋취(Yankee Notch)’라 부른다. ‘양키 놋취’는 탄도미사일을 쏘는 미사일발사체계를 순항미사일을 쏘는 미사일발사체계로 개조하였기 때문에 공격형 잠수함이라 부르는 것이다.
소련군이 ‘양키 놋취’에 탑재한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은 SS-N-21 샘슨(Sampson)이다. 이 순항미사일의 성능은, 무게 1,700kg, 길이 8.09m, 지름 0.51m, 날개길이 3.3m인데, 탄두무게가 140kg이 되는 200kt급 핵탄두를 탑재하고 마하 0.7의 순항속도로 지상 500m 높이에서 초저공으로 3,000km를 비행한다. ‘양키 놋취’ 1척에는 SS-N-21 핵탄두 순항미사일을 32발 싣는다. 553mm 어뢰발사관에 8발이 장전되어 있고, 나머지 24발은 함내 미사일 보관고에 있다. 이것은 ‘양키 놋취’가 지상목표물 32개를 정밀타격하는 공격형 잠수함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양키 놋취’에 핵탄두 순항미사일 32발을 싣기 위해, 기존 양키급 핵추진 잠수함의 함체 전장 132m를 141.5m로 늘였고, 함폭도 11.6m를 12m로 늘였으며, 그에 따라 수중배수량도 9,300t에서 11,500t으로 늘어났다. ‘양키 놋취’는 수상에서 시속 24km로 항해하고, 수중에서는 시속 50km로 잠항한다. 승조원 120명이 근무하는데, 핵추진 잠수함이므로 운항거리는 무제한이다. ‘양키 놋취’는 수중배수량 11,500t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이다.
냉전시기 소련은 미국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양키 놋취’를 미국 동부 대서양 해안에서 1,030km 떨어진 섬 버뮤다(Bermuda)의 동쪽 바다밑에 상시적으로 배치해두었다. 만일 미국이 정세를 오판하여 소련에 선제핵공격을 가하는 경우, ‘양키 놋취’가 핵탄두 순항미사일 32발을 발사하여 미국을 초토화한다는 대량보복전략이었다. 소련 군부는 ‘양키 놋취’가 핵탄두 순항미사일 32발을 싣고 상시적으로 대기하고 있었던 버뮤다 동쪽 바다밑을 ‘초계초소(patrol box)’라고 불렀다.
북측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한 목적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북측을 공격할 미국군 항모강습단을 격침하려는 것이 아니다. 항모강습단 타격전술에는 핵추진 잠수함이 아니라 다른 무기들이 동원된다. 북측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한 목적은 미국의 선제핵공격에 대응할 핵보복공격능력을 확보하려는 데 있었다.
‘양키 놋취’ 4척 가운데 K-408호는 1988년 6월 17일에 퇴역하였는데, K-253호, K-395호, K-423호는 퇴역하였는데도 퇴역날짜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각국 공군무력에 관한 군사정보를 제공하는 누리집 <에어 파워 오스트레일리아(Air Power Australia)>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소련군은 ‘양키 놋취’ 6척을 건조하였는데, 그 가운데 3척만 작전배치하였고, 나머지 3척은 작전배치도 하지 않은 채 1994년에 고철로 해체하였다고 한다. 잠수함을 건조해놓고도 작전배치하지 않고 있다가 고철로 해체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이지만, 그 잠수함 3척을 1994년에 해체하였다면 1993년에 퇴역시켰을 것이다.
위의 정보를 읽어보면, ‘양키 놋취’ 3척이 소련군 지휘체계가 무너진 1993년 어느 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음을 알 수 있다. 종적을 감춘 핵추진 잠수함 3척은 어디로 갔을까? 종적을 감춘 핵추진 잠수함 3척을 북측이 모두 도입하였을 가능성도 있고, 2척을 도입하였을 가능성도 있고, 1척만 도입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잠수함 보유국들은 잠수함 관련정보를 최고 군사기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위의 세 가지 가능성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핵추진 잠수함 1척을 정비하는 기간에 다른 1척을 대체투입하는 운용방식을 생각하면, 북측에게는 11,500t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2척이면 충분하다. 또한 비용 대 효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더라도, 북측이 대형 핵추진 잠수함을 2척 이상 보유하는 것은 효과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손실이다. 2001년 4월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북측 군사력에 대해 김동신 당시 국방장관에게 설명하면서 북측이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 1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북측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은 아니지만 11,500t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2척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기술적 난제를 풀어야 하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핵추진 잠수함은 현대 군사과학기술의 최고 결정체다. 군사과학기술이 뒤떨어진 후진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거저 받아도 운용하지 못한다. 북측이 1993년에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한 것은, 197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재래식 잠수함 건조기술과 풍부한 잠수함 운용경험, 그리고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할 만한 고도의 군사과학기술을 이미 1990년대 중반에 가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양키 놋취’를 도입한 북측은 그 핵추진 잠수함을 작전배치하기 전에 몇 가지 기술적 난제를 풀어야 하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난제는 잠수함용 원자로 가동기술과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제조기술이었다. 이 두 가지 기술적 난제를 풀기 위해서 최첨단 군사과학기술이 요구되었다.
첫째, 북측은 핵추진 잠수함에 설치된 경수로를 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여야 하였다. ‘양키 놋취’에는 증기터빈 4개를 돌리는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 2기가 설치되어 있다. VM-4라는 고유명칭이 붙어 있는 그 가압경수로는 20%로 농축한 우라늄을 연료로 태우며 70-90메가와트(MW) 전력을 생산한다. 그러므로 북측이 ‘양키 놋취’를 작전배치하려면 우라늄농축기술을 개발하여야 하였다. 일본 <마이니치신붕> 2012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6불화우라늄(UF6)을 제조한 때는 1998년 4월이다. 6불화우라늄을 섭씨 80-90도로 가열하면 기체가 되는데, 그 기체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고속회전시키면 우라늄-235와 우라늄-238이 분리된다. 우라늄-235를 농축하면, 가압경수로 연료로 된다. 북측은 이미 1998년에 우라늄농축기술을 개발하였다.
둘째, 북측이 러시아산 ‘양키 놋취’를 도입할 때, 그 잠수함에 탑재된 순항미사일까지 넘겨받은 것은 아니었다. 미사일을 제거하고 잠수함만 받았으니, 북측은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을 새로 개발하여야 하였다. 북측이 러시아산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2003년 9월 9일은 북측이 공화국 창건 55주년으로 맞은 국경일이었다. 그런데 <중앙일보> 2003년 9월 9일 보도에 따르면, 공화국 창건 55주년 경축 인민군 분렬식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 인근에 있는 미림비행장에 미리 나와있던 미사일 발사차량들이 분렬식에 참가하지 않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북측이 막판에 그 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림비행장에 나왔던 미사일 발사차량 5대에는 탄두부가 우유병 꼭지처럼 생긴 중거리미사일들이 실려있었다. 당시 미국 군사정보기관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에 나타난 미사일 외형만 보았으므로, 미림비행장에 나왔던 그 중거리미사일이 어떤 종류인지 파악하지 못하였다.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웠던 그 중거리미사일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분렬식에서 마침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탄두부가 우유병 꼭지처럼 생긴 그 중거리미사일은 원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싣는 6축12륜 발사차량에 임시로 실려있었다. 미국이 ‘BM-25 무수단’이라는 자의적 명칭을 붙인 바로 그 미사일이다.
그런데 ‘무수단 미사일’은, 놀랍게도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이 아니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었다. SS-N-21 순항미사일에 달려있는 꼬리날개가 없는 것만 봐도, ‘무수단 미사일’이 순항미사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SS-N-21 순항미사일의 무게는 1,700kg밖에 되지 않고 탄두무게도 140kg밖에 되지 않는데, ‘무수단 미사일’은 러시아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R-27U보다 좀 더 큰 미사일이므로 무게가 15,000kg 이상 나가고 탄두무게도 650kg 이상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어찌된 일일까?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정보만 가지고서는 위의 엇갈리는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 다만 북측이 ‘양키 놋취’를 도입한 뒤에 미사일발사체계를 개조하고, SS-N-21보다 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탑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핵탄두 순항미사일 32발을 탑재하건 아니면 다탄두 탄도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 4발을 탑재하건 상관없이, 북측은 미국의 선제핵공격에 대응할 핵보복공격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섬멸적인 핵보복공격수단인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이 동해로 직통하는 해안지하기지를 조용히 드나들면서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따돌리고 있으므로, 그 잠수함이 지금 태평양 바다밑에서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를 조준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대서양 바다밑에서 워싱턴 디씨의 국방부와 합참본부를 조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북측이 섬멸적인 핵억제력으로 제국주의깡패국가의 전쟁야욕을 꺾어놓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 최강의 핵전력을 틀어쥐고 수많은 약소국들을 끝없이 괴롭혀오던 제국주의깡패국가가 북측의 대응핵전력 앞에서 그처럼 기가 꺾이고 말았으니, 이제 북측에게 남은 과제는 기가 꺾인 미국을 핵안보협상으로 끌어내어 마지막 철군담판을 벌이는 것이다. 북측이 보유한 핵전력은 철군을 강제하는 가장 강력한 무력수단이다. 이제 23일 아침이면, 북미핵안보협상을 준비하는 제3차 북미고위급회담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식프릿 헥커(Siegfried S. Hecker) 국제안보협력센터(CISC) 소장이 2010년 11월 20일에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북코리아의 영변 핵시설단지 왕복여행(A Return Trip to North Korea’s Yongbyon Nuclear Complex)’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지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경악과 충격을 안겨주고, 전세계 주요언론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헥커 소장의 일곱 번째 방북결과가 그 보고서에 담겨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첫째, 2012년 11월 12일 헥커 소장과 그 일행은 녕변 핵시설단지 안에 있는, 실험용 경수로 시설물 공사현장을 방문하였다. 경수로 시설물 건축공사는 2010년 7월 31일에 착공되었고, 경수로는 201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북측은 그 경수로를 “순전히 고유한 자원과 기술로”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헥커 소장과 그 일행은 녕변 핵시설단지 핵연료가공공장에 있는 우라늄농축시설을 방문하였다. 그 시설은 길이가 100m 정도가 되고 높이도 꽤 높은 건물이다. 그 시설 안에는 장차 경수로에 연료로 사용될 저농축우라늄(low enriched uranium)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centrifuge) 2,000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2009년 4월에 착공하여 아주 최근에 완공된 그 시설은 “미국의 현대적 시설과 맞먹는” “초현대식(ultra-modern)” 시설이었다. 그 시설에서는 저농축우라늄을 연간 8,000kg 생산한다. 북측은 “순전히 고유한 자원과 기술로” 그 초현대식 우라늄농축시설을 건설하여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 헥커 소장은 북측이 자기에게 보여준 초현대식 설비를 목격할 때 너무 놀라 “어리벙벙(stunning)”하였다고 자기 소감을 표현하였다.
세계 각국에서 가동되는 대형 경수로 발전소들이 많고, 새로 건설 중인 경수로 발전소들도 많은데, 북측이 착공한 조그만 경수로를 주목하는 까닭은, 헥커 소장이 전해준 것처럼, 북측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이미 세상에 공표한 대로, 북측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70주년을 맞이하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정했으며, 모든 국책사업을 2012년까지 완료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북측이 2012년까지 경수로를 건설하는 목표를 세운 것은 당연하지만, 경수로 건설기간을 2년으로 잡아놓은 것은 놀랍다. 경수로 건설경험이 풍부한 원전기술강국들도 경수로를 2년 동안 건설하지 못하는데, 경수로를 건설해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북측이 2년 동안 경수로를 건설하겠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고서에서 헥커 소장은 북측이 2년 동안 경수로를 건설하겠다고 자기에게 말한 것은 “터무니없이 낙관적(unreasonably optimistic)”이라고 회의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그가 만난 북측 핵과학자는 2009년 4월에 북측이 경수로 건설 계획과 우라늄농축 계획을 발표하였을 때, “헥커 박사 당신을 포함하여 누구도 우리가 한 말을 믿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경수로를 2012년까지 건설하겠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헥커 소장은 북측이 자력으로, 초고속으로 완공한 초현대식 우라늄농축시설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북측이 초현대식 우라늄농축시설과 경수로 시설물 건축공사현장을 공개함으로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붙들고 있었던 ‘전략적 인내’를 한 방에 날려 보낸 것이 더 놀라운 것이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미 양자회담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앞에 내세운 6자회담을 산산조각 나게 만든 것이 더 놀라운 것이다.
장기 국책사업을 어떻게 2년에 끝낸다는 말일까?
소형 경수로를 자체 기술로 건설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손꼽을 정도인데, 그 가운데서 북측이 건설 중인 경수로와 거의 동일한 경수로를 자체 기술로 건설하는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의 경수로 건설경험을 살펴보면, 2012년까지 경수로를 건설한다는 북측의 계획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국립원자력에너지위원회(CNEA)와 첨단기술기업 INVAP가 자체 기술로 건설하고 있는 소형 경수로는 카렘(CAREM)-25다. 카렘이란 중앙 아르헨티나 규격 요소(Central Argentina de Elementos Modulares)의 머릿글자를 합성한 것이다. 카렘-25의 출력용량은 100메가와트(MWt)와 27메가와트(MWe)다. 100메가와트란 열출력(thermal output)이 100메가와트(megawatt thermal, 약칭 MWt 또는 MWth)라는 뜻이고, 27메가와트란 전기출력(electric output)이 27메가와트(megawatt electric, 약칭 MWe)라는 뜻이다.
헤커 소장은 위에 나온 자기 보고서에서 북측 관계자로부터 그 경수로가 열출력 100메가와트(MWt) 수준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면서, 자신이 평가하는 전기출력은 25-30메가와트(MWe)라고 밝힌 바 있다. 통상적으로, 열출력 100메가와트급 경수로는 25-30메가와트의 전기를 출력하게 된다. 이런 정황을 보면, 북측이 건설 중인 경수로와 아르헨티나가 건설 중인 경수로는 신통하게도 규모가 똑같다.
그렇다면, 아르헨티나가 카렘-25를 건설하는 공사기간은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원자로를 건설하는 공정은 개발(development)→설계(design)→시공(construction)으로 이어지는 3단계를 거치는데, 아르헨티나가 카렘-25를 개발하기 시작한 때는 1984년이었고, 설계작업을 마치고 각종 관련설비들을 시험한 뒤 착공한 때는 2006년이었고, 현재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경수로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여 완공하기까지 무려 30년이 걸렸다. 경수로만 개발, 설계, 시공한 것이 아니라, 경수로에 들어갈 핵연료인 우라늄을 생산하는 농축시설까지 자체로 개발, 설계, 제조했기 때문에 30년이나 걸린 것이다.
그렇지만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만 만든다고 해서 모든 건설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경수로 발전설비를 가동시킬 자동운전설비도 만들어내야 하며, 터빈설비도 만들어내야 한다. 경수로 발전소에서 돌아가는 터빈이 간단한 가공품목으로 보이지만, 지금 발전소 터빈을 자체 기술로 만드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기계제작공업이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기술강국 몇 나라뿐이다. 터빈을 깎는 초정밀 가공기술은 아무나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술적 난제들이 겹겹이 가로놓인 경수로 건설공사를 북측이 2년에 끝내겠다고 하였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아르헨티나가 카렘-25를 건설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독일과 캐나다로부터 중수로(heavy water reactor)의 설계, 시공, 운전 기술을 전수받은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원자로 두 기를 가동하고 있는데, 독일 기업 씨멘스(Siemens)가 1974년에 건설한 350메가와트(MWe)급 중수로와 캐나다 기업 캐나다원자력(Atomic Energy of Canada)이 1984년에 건설한 600메가와트(MWe)급 중수로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씨멘스가 2011년 완공을 목표로 750메가와트(MWe)급 중수로 한 기를 건설 중이고, 캐나다원자력도 740메가와트(MWe)급 중수로 한 기를 건설 중이다.
만일 아르헨티나가 독일과 캐나다로부터 중수로 건설경험을 전수받지 못하였다면, 경수로를 자체로 건설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원전기술강국으로부터 경수로 관련기술을 전수받기는커녕, 다른 나라의 경수로 실물을 구경하지도 못한 북측이 2년 동안 경수로를 만들겠다고 하였으니 어찌 놀랍다고 아니할 수 있을까!
경수로는 녕변 핵시설단지 안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북측은 아르헨티나가 갖지 못한, 결정적으로 우월한 두 가지 요인을 갖고 있다.
첫째 요인은, 흑연감속로(graphite-moderated Magnox reactor)를 자체 기술로 건설한 경험이다. 북측은 1980년 7월 녕변 핵시설단지 안에 5메가와트(MWe)급 실험용 흑연감속로를 건설하는 사업에 착공하여 1985년 8월에 시운전을 하였고, 이듬해에 가동하였다.실험용 흑연감속로 건설에 착공하여 완공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경수로 건설과 달리, 흑연감속로 건설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우라늄농축시설을 따로 건설하지 않아도 되므로 건설기간이 그처럼 단축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경수로는 흑연감속로와는 전혀 다른 기술로 건설하는 것이다. 녕변 핵시설단지에 있는 흑연감속로는 오래 전에 낡은 기술로 건설한 것이고, 지금 건설 중인 소형 경수로는 원전기술강국들이 앞 다투어 개발 중인 새로운 기술로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수로 건설을 아무리 초고속으로 추진하여 공사기간을 단축한다 해도, 경수로 설계기술을 개발하는 기간만 대략 5년이 걸린다. 공사기간 산정에서 개발기간을 제외한다고 해도, 설계기간 5년에 제작기간, 시험기간, 시공기간을 더하면, 실제 공사기간은 10년으로 훌쩍 늘어난다.
둘째 요인은, 이제까지 북측이 진행해온 대형 국책사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명령을 내리면 인민군 건설자들과 노동자, 기술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역량을 총집중하여 무서운 속도로 공사를 진척시켜 무조건 완공 목표일에 공사를 끝내는 ‘결사관철의 사업작풍’이다.
그렇지만 북측의 경수로 건설에서 결사관철의 정신이 작용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 10년이 걸리는 방대한 공사를 2년에 끝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처럼 상상하기 힘든 신비스러운 현상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특별한 사연이 있는 법이다. 북측이 세상에 전혀 알려주지 않은 특별하고 신비스러운 사연은 무엇일까?
그 사연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한 가지 정보는, 북측이 녕변 핵시설단지에서 진행 중인 경수로 시설물 건축공사를 마치고, 준공된 그 건물 안에서 소형 경수로를 제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원래 소형 경수로는 시설물 건축공사가 끝난 건물에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공사에 착공하기 전에 다른 곳에 있는 공장에서 제작하는 것이다. 공장에서 제작된 소형 경수로는 대형 화물차에 실려 건축공사를 마친 시설물로 운반되고, 다른 관련설비들과 연결, 조립하여 완공된다.
이러한 공정을 살펴보면, 북측의 소형 경수로는 미국군 첩보위성의 감시를 받고 있는 녕변 핵시설단지가 아니라, 미국군 첩보위성이 전혀 파악하지 못한 어느 공장에서 제작되는 것이다. <로동신문> 2010년 11월 13일부에 실린 정론 ‘조선을 알려면 똑똑히 보라’에 나온, “위력한 첨단무기들을 꽝꽝 만들어내는 백두산 병기창”은, 백두산에 실제로 있는 병기창이 아니라 미국군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따돌린 비밀병기공장을 뜻하는데, 북측의 소형 경수로도 당연히 그런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위의 정보를 종합할 때 드러나는 사실은, 북측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어느 공장에서 이미 소형 경수로를 만들어 놓았고, 지금은 그 경수로를 설치할 시설물 건축공사와 관련설비 제작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북측이 이번에 헥커 소장과 그 일행에게 공개한 초현대식 우라늄농축시설이 동일한 경우를 말해 준다. 이를테면, 2009년 4월 14일 북측 외무성이 “경수로 발전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에 우라늄농축시설 건설에 착공하여 18개월만에 완공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곳에 이미 만들어 놓았던 우라늄농축설비를 녕변 핵시설단지 안에 지은 새로운 시설물로 옮겨 조립, 완공한 것이다.
그러므로 2012년에 경수로 시설물 건축공사가 끝나고, 터빈과 운전설비 등이 제작되면 곧바로 소형 경수로가 현장으로 운반될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2년 만에 경수로를 건설하겠다는 말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을 말해 주는 아르헨티나의 소형 경수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소형 경수로는 전기출력 용량이 300메가와트(MWe) 이하의 경수로를 뜻한다. 이것을 소형 규격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라 한다.
소형 경수로를 건설하여 수출하려는 원전기술강국들의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이를테면,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가 주도하고 국제 관련기업들이 참가하여 2015년에 완공할 목표로 건설 중인 제3세대 소형 경수로는 전기출력 용량이 100메가와트(MWe)다. 프랑스 기업 아레바(Areva)가 개발한 소형 경수로는 전기출력 용량이 100-300메가와트(MWe)다. 일본 원자력에너지 연구원(Japan Atomic Energy Research Institute)이 개발 중인 소형 경수로는 열출력 용량이 50-300메가와트(MWt)이며, 전기출력 용량이 30-100메가와트(MWe)다. 러시아는 초소형 경수로를 개발하는 중인데, 열출력 용량이 18-45메가와트(MWt)이며, 전기출력 용량이 4-18메가와트(MWe)다. 이 초소형 경수로의 핵연료 장입주기는 8-10년이며, 수명은 약 50년이다.
그런데 만일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라면, 300메가와트급 이하의 소형 경수로가 아니라 500메가와트급 이상의 대형 경수로를 건설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형 경수로는 무엇에 쓰는 것일까? 소형 경수로는 바닷물을 가지고 민물을 만드는 담수화 공장(water desalinization plant)에 설치하거나 대형 쇄빙선(icebreaker)에 추진동력원으로 탑재하는 것이다.소형 경수로를 설치한 담수화 공장은 물이 부족한 중동지역에서 건설 중이고, 소형 경수로를 탑재한 쇄빙선은 북극해 항로를 중시하는 러시아에서 만든다. 북측은 물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므로 담수화 공장을 만들 필요도 없고, 북극해를 오갈 것도 아니므로 핵추진 쇄빙선을 만들 필요도 없다.
북측 관계자는 헥커 소장에게 실험용으로 소형 경수로를 만든다고 말했지만, 위에서 논한 것처럼, 이미 실험단계를 뛰어넘은 북측이 이제 와서 실험용 경수로를 다시 만들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북측은 왜 새삼스럽게 실험용 경수로를 만들려는 것일까? 프릿처드 소장이 언론에 전해준 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가 북측에서 만난 경수로 건설 책임자는 “건설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비교적 소규모의 경수로를 우리 힘으로 지으려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설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경수로를 짓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그 말은, 다른 원전기술강국들이 보유한 경수로 건설능력을 북측도 보유하였음을 실물로 입증하기 위해 소형 경수로를 건설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미 경수로 건설능력을 가진 북측이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경수로 건설능력을 외부에 공개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북측은 군사용 소형 경수로를 건설하는 능력을 외부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에게 입증하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군사용 소형 경수로는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된다.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국제협약의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건조능력만 있으면 어느 나라나 건조할 수 있다.
인민군이 핵추진 항공모함, 함재기, 순양함, 구축함으로 편성되는 항모강습단을 보유할 필요는 전혀 없으므로, 북측의 군사용 소형 경수로가 쓰일 곳은 핵추진 잠수함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북측이 소형 경수로 건설능력을 입증한다는 말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능력을 입증한다는 뜻이다.
소형 경수로 건설능력과 핵추진 잠수함 건조능력을 등치시키는 것은 확대해석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보면 확대해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발행부수 16만 부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의 주요 일간지 <라 나씨온(La Nacion)>이 2010년 6월 4일에 보도한 기사 한 편이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닐다 가레(Nilda Garre) 아르헨티나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핵추진 잠수함 개발계획을 밝힌 것이다. 요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아르헨티나가 건설 중인 소형 경수로 카렘-25는 2013년부터 가동되는데, 아르헨티나 해군은 카렘-25가 가동된 때로부터 2년이 지난 2015년까지 소형 경수로를 통상동력 잠수함에 탑재하여 핵추진 잠수함으로 개조할 것이다.
둘째, 카렘-25는 아르헨티나 해군이 보유한 통상동력 잠수함 TR-1700에 탑재될 것인데, 그 잠수함을 핵추진 잠수함으로 개조하는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것은 아르헨티나가 앞으로 5년 뒤에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는 뜻이다. 핵보유국이 아닌 아르헨티나가 2015년에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면, 비핵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상황이 말해 주는 것은, 소형 경수로를 건설한 나라가 통상전력 잠수함을 개조하여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측은 소형 경수로를 무엇에 쓰려는 것일까?
전세계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군사강국은 핵보유국들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다. 특히 인도는 러시아와 프랑스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설계기술을 전수받아 핵추진 잠수함 아리한트(Arihant)호를 건조하는데 성공하여 2009년 7월 26일 진수하였다. 1982년부터 핵추진 잠수함 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인도는 27년 만에 소원을 성취한 셈이다. 인도는 2025년까지 핵추진 잠수함 다섯 척을 건조하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5,500t급 핵추진 잠수함 아리한트호에는 전기출력 80메가와트(MWe)급 소형 경수로가 탑재되었다.이 핵추진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기까지 들어간 총경비는 29억 달러(3조7,000억 원)다. 이처럼 인도가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자, 전세계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은 여섯 나라로 늘어났다.
남측은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고 애쓰고 있다. <월간조선> 2009년 7월호 보도에 따르면,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를 건설하라”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94년 국방부는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기 위한 480억 원에 이르는 비밀예산을 편성하였고, 3,000t급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여 2008년까지 아홉 척을 작전배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남측 국방부는 이 계획을 일정대로 진척하지는 못하였으나,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일보> 2006년 1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06년 1월 1일 출범한 남측의 방위사업청이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은 잠수함 전력증강사업에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척당 1조 원 이상 들어가는 차기잠수함(SSX) 세 척을 개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척당 1조 원 이상 개발경비가 들어가는 차기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 이외에 없다.
그렇다면 북측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을 가졌을까? 인민군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들 가운데 외부에 알려진 가장 큰 잠수함은 1,830t급이다. 미국군은 이 잠수함을 로미오급(Romeo class) 잠수함이라고 부른다. 북측은 1,830t급 잠수함 26척을 운용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길이 76m, 수상속도 시속 24km, 수중속도 시속 28km, 최장 순항거리 14,400km이며, 533mm 어뢰발사관 8기, 어뢰 14발, 기뢰 28발을 장착하였다.
중요한 것은, 북측이 1,830t급 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하였다는 사실이다. 북측은 독자적인 잠수함 건조기술을 보유한 잠수함 강국이다. 독자적인 잠수함 건조기술을 아직 보유하지 못한 아르헨티나가 2015년까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는 것이나, 북측보다 늦게 잠수함 건조기술을 확보한 인도가 2009년에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 것을 보면, 잠수함 강국인 북측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충분한 능력을 이미 보유하였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6축12륜 발사차량에 탑재된 중거리 미사일은 차량에 탑재한 발사관만이 아니라 잠수함에 탑재한 발사관에도 장착되는 위력적인 미사일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 중거리 미사일은 북측이 옛 소련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 R-27을 개량하여 사거리를 연장한 ‘무수단 1호(Musudan-1)’다. 첨단장치와 부품들이 집약된 잠수함 발사 미사일과 그 발사관은 군사과학기술을 고도로 발전시킨 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다.
인민군은 ‘무수단 1호’를 차량 발사용과 잠수함 발사용으로 개발하여 작전배치하였다. ‘무수단 1호’를 대량생산하는 북측은 2005년에 차량 발사용 ‘무수단 1호’ 18기를 이란에 수출하였다. 차량 발사용 ‘무수단 1호’는 200킬로톤(kt)급 핵탄두 3기를 장착하고 3,800km를 날아가는데, 잠수함 발사용 ‘무수단 1호’의 사거리는 그 보다 짧아 1,000km로 추정된다.
중요한 것은, ‘무수단 1호’를 탑재하는 강력한 수중전략무기가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점이다. 해수면에서 100m 정도 아래 바닷 속에서 무거운 중거리 미사일을 수중발사하는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적어도 5,500t급 정도가 되어야 한다.
영국의 권위 있는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se Weekly)> 2004년 8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벌써 1990년대에 잠수함용 미사일 발사관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였다. 당시 <로이터(Reuters)>와 <아에프페(AFP)> 같은 통신사들도 위의 보도기사를 인용하여 보도한 바 있다.
1980년대에 1,830t급 잠수함을 20척 이상 건조한 기술과 경험을 쌓은 북측이 1990년대에 잠수함용 미사일 발사관을 개발한 것은, 5,500t급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을 개발하였음을 뜻한다. 미국과 군사적으로 정면 대결하는 까닭에 강력한 전략무기를 절실히 요구하는 북측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능력을 확보하였으면서도 10년이 넘도록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인도군이 핵탄두를 탑재하고 해저 100m에서 발사되어 700km를 날아가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 사가리카(Sagarika, K-15)를 14년 동안 개발한 끝에, 2008년 2월 26일 첫 시험발사에 성공하였고, 2009년 7월 26일에 진수한 5,500t급 핵추진 잠수함 아리한트호에 그 미사일을 탑재하였으니, 사거리 1,000km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개발한 인민군도 그 미사일을 탑재할 5,500t급 핵추진 잠수함을 이미 건조하였다고 보아야 이치에 맞다.
북측 국방위원회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2년의 시간을 주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남중국해에 있는 섬 하이난다오(海南島)에 핵추진 잠수함이 드나드는 지하 잠수함 기지를 건설하였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도 동해 어느 해안에 축성된 해안동굴식 잠수함 기지를 잠항상태로 드나들면서 미국군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완벽하게 따돌리기 때문에 세상이 그 존재를 모르는 것이다. 북측이 인민군이 보유한 비밀병기에 대해 썼던 특정한 표현을 빌리면,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은 “세계가 전혀 알지 못하고, 우리가 아직도 밝히지 않은, 우리 인민도 본 적이 없는 실로 뛰어난” 전략무기인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흔히 항공모함에 비견된다. 그러나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모함보다 더 큰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인민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것은 아시아와 태평양의 군사정세를 뒤바꾸는 엄청난 사변이며, 특히 북측과 군사적으로 대치한 미국은 본토의 군사전략거점이 불의의 시각에 정밀타격을 받을 수 있는 치명적 위험을 느끼게 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프릿처드 소장이 이번에 북측에서 만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리근 외무성 미국 국장은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북측이 6자회담 복귀 용의를 표명한 것에 강조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한반도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강조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북측은 소형 경수로를 설치할 시설물을 짓고 있는 공사현장을 그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면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한반도 근본문제를 또 다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제기한 것이다. 이번에 북측이 한반도 근본문제를 또 다시 제기한 것을, 위에서 분석한 내용을 가지고 다시 표현하면, 북측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였음을 암시하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한반도 근본문제를 해결하라고 또 다시 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측이 경수로 건설 착공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비공식 통로를 통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통보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헥커 소장이 이번에 발표한 자신의 보고서는 의미심장한 맨마지막 문장으로 끝나고 있다. “북측의 고위관리는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K. Albright)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성사시킨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가 좋은 출발점(good place to start)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북미관계의 과거경험을 돌아보면, 북측은 한반도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5년 11월 5일 녕변 핵시설단지 안에서 50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 건설공사에 착공하였고, 1995년까지 완공할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였으나, 1994년 10월 21일 북측과 미국이 제네바에서 조인한 기본합의에서 미국이 한반도 근본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하자 50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 건설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북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 근본문제 해결에 응할 시간을 1985년부터 1994년까지 10년 동안 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북측이 2년 만에 소형 경수로를 건설하겠다고 하였으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주어진 시간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제네바 기본합의에서는 미국이 북측의 흑연감속로 동결을 보상하여 경수로를 지어주겠다고 공약하였으나, 이제는 북측이 자체로 경수로를 건설하는 중이므로, 미국의 경수로 보상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으며, 오직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선택하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것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마지막 선택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엄마엄마할뿐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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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아빠와 더불어
아버님아버님 하네
할배는 다음.에
미18,000톤
조 7,000톤 이 라면
소11,500톤 은
(사라진은 어딧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