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게가 주목하는 경제학자 장하준의 10년만의 신작, 경제학 레시피 -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경제를 음식에 대비하여 소개할 줄
“핀란드식 호밀 크리스프브레드, 특히 소나무 껍질을 갈아 넣은 (…) 크리스프브레드를 먹으면 마치 약간 쌀쌀한 북구의 숲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든다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저자가 소개하는 호밀은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의 주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호밀과 관련해 더 중요하지만 덜 알려진 역사적 사건은 이른바 “철과 호밀의 결혼”이다. 통일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호밀 생산자들(지주)과 철 생산자들(신흥 자본가)의 연합을 중재해 중공업을 적극 보호, 육성함으로써 전례 없는 독일의 경제 성장을 일구어 내는 데 성공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모르는 훨씬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바로 비스마르크가 복지 국가의 창시자라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복지 제도가 진보 세력의 산물일 거라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은 극보수의 대명사인 비스마르크가 공공 의료 보험, 산업 재해 보험, 실업 보험을 잇달아 도입함으로써 인류 역사상 최초의 복지 국가를 확립했다.
또 하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복지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혜택을 주는 제도라는 오해다. 그러나 복지 혜택은 전혀 공짜가 아니다. 모두가 비용을 부담하는 노령, 실업 같은 ‘사회 보장 분담금’에 더해 대부분의 사람이 내는 소득세와 간접세가 복지 제도의 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자여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사회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또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반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보장해 주는 것이 정치적 안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세계적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장하준 교수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음식과 경제 이야기의 환상적인 컬레버레이션이다. 여기에 음식만이 아니라 역사, 정치, 사회, 과학 등 풍성한 재료를 한껏 버무려 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를 소재 삼아 경제와 관련한 각종 고정 관념과 편견, 오해를 깨뜨리면서 다 함께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과 비전을 제시한다.
예컨대 천혜의 풍부한 자원과 게으름을 동시에 상징하는 코코넛 이야기로는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진짜 원인과 해결책을 알려 준다. 똑같이 징그러운 곤충인데 새우만은 유독 즐기는 음식 취향을 통해서는 한때 경제적 새우였던 영국,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이 어떻게 세계 경제의 고래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모든 재료를 잘 융합시키는 오크라 이야기로는 자유 시장, 자유 무역의 “자유”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 알려 주면서 자본주의를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육류인 닭고기 이야기로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까지 보장해야 함을 깨우쳐 준다.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딸기 농장과 딸기 수확 이야기로는 이민 노동자 문제와 로봇, 인공 지능 등으로 인한 일자리 불안을 불식시키고 희망찬 비전을 제시한다. 밀크 초콜릿 개발 이야기로는 스위스가 비밀 은행이나 관광 산업으로 번영을 누린다는 편견을 깨고 제조업 강국임을 밝히면서 이제는 서비스업이 대세인 경제가 도래했다는 탈산업 사회 담론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앞으로도 산업화와 제조업이 경제 성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거기다 흔한 도토리에서 최고급 햄이 탄생한다는 이야기부터 미국인은 멸치 소스가 들어간 칵테일을 즐기고, 당근은 원래 주황색이 아니었으며, 콘비프 통조림에는 옥수수가 안 들어 있고, 바나나는 원래 노예선과 노예 플랜테이션의 주식이었고, 패션 브랜드 ‘바나나 리퍼블릭’에는 대학살 사건의 어두운 역사가 숨어 있으며, 처음 출시된 초콜릿 바는 밀크 초콜릿이 아니라 다크 초콜릿이었다는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음식, 역사, 경제 상식을 맛난 소스로 곁들여 준다.
지금 우리에게는 더 공정하고 더 자유롭고 더 잘사는 길을 알려 주는 진짜 경제 이야기, 희망의 경제학이 더없이 절실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학을 “눈이 돌아가게 어려운 전문 용어와 기술적인 논쟁, 복잡한 수학 공식과 통계가 난무하는 학문”에서 “부드럽고, 편안하고, 심장을 녹일 듯” 맛있는 경제 지식으로 요리해 내놓는다. 더불어 경제를 전문가와 권력자가 자기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그들만의 경제가 아닌, 모든 시민이 훌륭한 요리사가 되어 참여하고 운영하고 성과를 누리는 경제로 탈바꿈시킨다. 그래서 입맛에 잘 맞을 뿐 아니라 영양가도 만점인 지식과 통찰로 가득하다.
장하준 교수가 내한하여 우리 서울동창회 리더스크럽에서 초청하여 서울에 올라가 강연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