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감당할 수 있나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콘텐츠 제작 현실을 개탄하며
<오징어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무려 12년간 간직해 왔던 꿈의 프로젝트였다고 하죠. 넷플릭스를 만나면서 실제 작품으로 만들어졌고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홀로 연출도 하고 각본도 썼습니다. 〈오징어게임〉으로 치아가 8개나 빠져나갔다면서 마음고생도 엄청 심했다고 전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오징어게임〉은 OTT 역사를 새롭게 쓴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K-콘텐츠와 K-문화를 동시에 알리게 된 어마어마한 작품이 되었죠. 시즌2를 넘어 시즌3까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시즌2가 무려 1천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했는데, 사실 이 제작비는 주연진의 개런티를 제외한 시즌3까지 합친 금액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시즌1의 제작비는 약 253억 원이었습니다. 작중 주인공이 거머쥐게 될 상금 456억 원의 절반 수준인 셈이죠.
1천억 원이라는 금액은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의 제작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라서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의 제작비는 약 2천억 원 수준입니다. 텐트폴 영화의 통상적인 제작비가 약 150억 원~300억 원 규모라고 봤을 때, 거의 10배나 되는 수준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어벤져스 감독의 작품에 제작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아?”
https://www.youtube.com/watch?v=lqUJ61rID7M&t=2s
〈어벤져스〉의 루소 형제가 제작한 디스토피아 SF 장르의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제작비는 약 4천500억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미 예고편도 등장해서 기대감을 높였죠. (넘사벽 제작비보다 루소 형제의 연출과 SF 장르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는 이유만으로 기대 중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이 제작비에는 마케팅 비용이 빠져 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레드 노티스〉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길티 플레저 무비이면서 킬링타임용 작품이죠. 드웨인 존슨과 갤 가돗, 라이언 레이놀즈 등이 등장했습니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영화 중 시청 수가 가장 높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제작비는 약 2억 달러입니다. 이중 주인공 3명의 출연료가 무려 6천만 달러라고 하죠. 한 사람당 2천만 달러라는 건데, 한화로 따지면 대략 200~300억 원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영화 제작비 수준이라는 거죠.
사실 물가는 줄곧 상승하고 있고, 그만큼 인건비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콘텐츠 제작비 또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수준으로 폭등하고 있죠.
“이번 tvN 드라마 완전 망해서 제작사 주가까지 떨어졌대”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비도 과거에 비하면 꽤 많이 올랐죠.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인 <미스터 션샤인>은 약 430억 원이 투입되었고 약 18%의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반면 최근 방영된 〈별들에게 물어봐〉의 제작비는 500억 원대인 반면 약 2%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돈을 얼마나 쏟아부었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느껴집니다.
물론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낫습니다. 예산이라도 충분하다면 제작진의 여건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들어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닐 테니까요. 이러한 측면에서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보입니다. 〈오징어게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잠재력 있는 ‘K-크리에이터’를 키워 또 다른 성공을 이룰 수 있다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다만 문제는 이러한 투자 비용이 지속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제작사가 매년 기대를 걸고 내놓는 텐트폴 영화의 경우에도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하는 케이스가 은근 다반사인 걸 보면, 물적으로 심적으로 공을 들인 투자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으니까요.
“너 OTT 몇 개나 구독해?”
한편 공중파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제작됩니다. OTT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죠.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차별화 전략도 신선함도 부족한 편으로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가끔 화제가 되는 드라마가 나오기도 하죠.
어찌 됐든, 본격 OTT 시대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공중파나 종편 채널은 물론 유튜브나 OTT플랫폼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러스에 웨이브 등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코드 커팅’을 실현하고 있죠.
코드 커팅(C0rd-Cutting)은 기존의 공중파 방송이나 케이블TV를 해지하고 OTT 서비스만 이용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예전처럼 다 같이 TV 앞에 둘러앉아 드라마 등을 함께 보며 웃던 모습은 사라지고, 각자 디바이스 하나씩 든 채 서로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죠.
이렇게 시대가 달라진 만큼, OTT 중심의 콘텐츠 제작 환경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지나치게 높은 제작비는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잔뜩 올려놓은 예산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대비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단순히 볼거리만 제공한다면 그건 결국 실망 가득한 망작이 되고 말죠.
시청자들의 눈은 상당히 높아져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론 감동적이고 때론 스펙터클하면서 예상할 수 없는 반전 가득한 스토리도, 시나리오를 찢을 만큼 아주 강력한 캐릭터도 그리고 이를 잘 버무릴 줄 아는 센스 있는 연출도 요구됩니다. OTT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변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원문: Pen 잡은 루이스
첫댓글 삼사년간 사람들의 코로나 감금시기에 영화관시대에서 넷플 등의 OTT시대로 변화된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영화도 최고치의 제작비용을 투입하여 글로벌회사인 넷플의 제작지원을 받아 글로벌하게 파급력을 올리는건 좋은데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계 시장은 거의 망한거 같군요, 뭐 세상사엔 모든게 양면성이 있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